“한국에 한수 졌다”일 외교 자성론/한ㆍ소정상회담에 착잡한 반응

“한국에 한수 졌다”일 외교 자성론/한ㆍ소정상회담에 착잡한 반응

강수웅 기자 기자
입력 1990-06-07 00:00
수정 1990-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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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화려한 워싱턴무대 활용 못했나”비난도/“대소경협의 라이벌로 등장”재계서도 우려

사상 최초의 한소수뇌회담을 지켜보는 일본의 시각은 복잡하다. 「한소국교합의를 환영한다」 (요미우리) 「역시 남북대화가 열쇠다」 (아사히)라는 6일자 신문사설들이 보여주는 바와같이 표면상으로는 이번 회담의 성과에 대해 높이 평가하면서,이것이 동북아시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분석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외교ㆍ경제상으로 『무엇인가 한 수 졌다』는 자책감에 빠져있는 것도 사실이다. NHK­TV가 매일밤 11시부터 방송하는 「미드나이트 저널」의 5일밤 해설은 이런 분위기를 짐작케 해준다.

▲캐스터=최근들어 한국의 노태우대통령의 활약이 매우 두드러지는데요,이번 한소정상회담도 그 타이밍이 아주 절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그런 것을 착안할 수 있었을까요.

▲이다(반전)해설위원=그렇습니다. 타이밍이 정말 좋았습니다. 노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만해도 전혀 그런 눈치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미국ㆍ캐나다ㆍ멕시코방문계획을 취소하고 일본에만 온 것이어서 그런 계획이 있으리라고는 짐작도 못했습니다.

▲캐스터=노대통령은 이제 세계에 영향력을 미칠만한 인물로 부상했습니다. 미소만 띠는 그 얼굴에서 어떻게 그런 추진력이 나오는지….

이런 취지의 해설대담이었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우리 일본외교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불만감이 역연했다. 이날밤 9시 뉴스시간에서는 외무성 구리야마쇼이치(요산상)사무차관도 나와 『일본정부는 아무것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답변했다.

한소정상회담이 결정됐을 당시의 사카모토 미소지(판본삼십차)관방장관의 기자회견내용도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해준다. 『우리가 한 수 뒤졌다,그런 차원에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깨끗한 히트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일본정부는 이번 한소정상회담과 미소수뇌회담이 한반도정세 및 일소관계의 앞으로의 전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이들 정상회담과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스탬퍼드대학에서의 연설등 아시아ㆍ태평양정책에 관한 일련의 발언내용에 대한 분석에 착수했다.

세계 초일류의 경제대국임을 자랑하는 일본이,그것도 동북아시아의 중심국인 일본이 이번 한소정상회담에서만은 외교상으로 한국에 기선을 제압당했다는 충격을 도처에서 드러내 보이고 있다.

현재 일본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미소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내년 일본을 방문,근본적인 협의를 하겠다』는 발언에 큰 위안을 받고 있으며 한국정부가 김종휘 청와대 외교안보보좌관을 특사로 보내 한소회담의 결과를 일본에 설명하겠다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NHK­TV가 방송했던 구리야마차관과의 대담에서처럼 현재의 일본은 세계정세에 영향을 미칠 외교전략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수동적 외교」에 머물러 있다고 자책한다. 이번 한소회담을 보는 일본경제계의 반응도 대단히 민감하다. 한국과 소련은 이번 정상회담결과 민간 베이스의 무역ㆍ투자교류로부터 차관의 공여를 포함한 국가차원의 경제교류로 심화시키는 준비를 끝냈다. 일본의 재계수뇌들은 이것이 아시아 지역의 긴장완화에 직결되는 것은 물론 심각한 상태를 더해가고 있는 소련경제의 재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소련정부의 고위관계자가 『대소경제협력에 소극적인 일본에 실망한 결과 소련은 한국에 접근했다』라는 워싱턴에서의 발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같은 발언을 한 인물은 다름아닌 프리마코프 소련대통령평의회 사무국장이어서 반응의 심각도를 더한다. 프리마코프사무국장은 지난 4일 『우리는 일부 일본기업에 실망한 결과 한국경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일본에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들 안건의 진전상황에 따라서는 『지불지연문제로 나타나고 있는 소련경제의 리스크(위험)의 크기와,풍부한 자원 및 거대한 소비재시장이라는 매력 사이에서 딜레마의 고뇌가 생길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어쨌든 이번 한소정상회담 결과 한국이 대소경제협력면에서 일본의 새로운 라이벌로 등장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려 하지 않는다. 경응대 고비키 마사오(소차목정부)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소련으로 본다면 일본을 상당히 의식,견제하고 있으며 목표는 차라리 일본이 아닌가하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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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일본 각계의 인식은 한소정상회담 이후에 생겨났다. 일본은 왜 미소 정상회담의 화려한 무대를 이용할 생각을 못했는가. 구리야마차관의 「수동형외교의 자책」은 일본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결론처럼 들린다. 이제는 일본외교의 능력을 시험할 시기라는 지적이다.<도쿄=강수웅특파원>
1990-06-0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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