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대조되는 두 얼굴을 갖는다. 아름다운가 하면 더럽고 화려한가 하면 서글프기도 한 얼굴. 그것을 함께 지닌다. 『도시는 가난한 자의 것과 부자의 것과의 둘로 구별된다』고 한 플라톤의 말(공화국)에도 그 뜻이 담긴다. ◆파리에 몽마르트르의 언덕이나 샹젤리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몽마르트르 북쪽 라 포르트 드 클리냐쿠르에는 이름 그대로의 「벼룩시장」(마르셰 오 퓌스)도 있다. 런던도 화려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여기저기 값싸게 맥주를 즐길 수 있는 퍼브의 거리가 있는가 하면 노점상가 또한 적지않다. 리버풀스트리트역 가까이 있는 페티코트 레인 시장같은 곳은 잡화중심. 그런 곳에서는 소박한 인정과 만나게도 된다. ◆사람의 마음은 공통되는 데가 많다. 우리가 외국에 나가서 뒷골목을 뒤지려 하듯이 외국인도 우리의 잡답을 즐긴다. 이제 외국인이면 누구나 찾는다는 이태원거리. 인생살이의 심오한 기미를 즐기고자 하는 심리들이 찾아든다. 남대문ㆍ동대문 시장도 그렇다. 화려한 곳보다는 서민의 숨결어린 곳이 인상에 더 깊어지는 것.북으로 넘어간 인사가 판문점에서 만난 우리 기자에게 「무교동 용금옥」이 아직 있느냐고 물었다지 않던가. ◆서울의 뒷골목은 하나하나 스러져 간다. 빌딩 숲을 의미하는 「재개발」이란 이름아래. 외국에 오래 머물렀다가 귀국한 사람들일수록 그것을 아쉬워한다. 거기에는 고상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아름다울 수 있는 추억이 서렸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는 서울에 머물렀다가 귀국한 외국인도 마찬가지. 어느날 재입국해서 옛날의 허름한 선술집을 찾건만 그 자리엔 엄청난 건물이 서서 「싱거운 감상」을 비웃는다. ◆이를테면 청진동 해장국집은 수십년동안 배어든 기름때의 목로가 더 명물일 수 있다. 그 목로이기에 맛이 나는 해장국. 플래스틱상에 플래스틱 그릇이면 「해장국 맛」은 아니다. 서린동 낙지골목이 없어지게 되었다한다. 서울의 추억어린 「명소」가 하나 또 가나보다.
1990-05-1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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