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나는 화염병 악몽(사설)

되살아나는 화염병 악몽(사설)

입력 1990-03-18 00:00
수정 1990-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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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병 시위가 고개를 들고 있다. 개학과 더불어 조금씩 시작된 대학가의 시위가 마침내 대규모로 화염병을 던지는 격렬한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서울시내에서는 6개 대학의 4천여 학생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가 올해들어 처음으로 벌어진 것이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살벌한 시위풍경이 악몽처럼 되살아난다.

지난해 말부터 운동권 내부의 갈등과 의견의 불일치로 행동이 흩어졌고 대내외적인 정세변화로 투쟁방향을 상실했던 운동권이 「합당분쇄」라는 공통의 투쟁목표를 찾아 전열정비를 끝내고 행동을 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3당합당의 반통일 반민중 반민주성을 부각시켜 민주시민들을 정권타도투쟁에 끌어들일 전략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학생들이 세워놓은 이같은 전략은 벌써부터 어긋나고 있다. 정치권의 합당발표 이후 민주세력의 결집에 의한 국민연합과 민중정당의 결성을 추진했으나 재야정치권에서 수렴되지 못했다. 운동권 내부에서의 이같은 좌절이 학생들로 하여금 더 과격하고 극단적인 행동을 유발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그런 징후는 이미 여러가지로 보이고 있다. 이념적 견해차로 인한 내부 분열로 운동의지는 약화되었고 화염병시국에 염증을 느낀 시민으로부터 외면을 당해 점점 소외되고 있는 것이 대학운동권의 현실이다. 거기에다 대학가의 풍토 자체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해 후반에 있은 총학생장 선거에서 비운동권출신 후보의 회장 진출이 대거 이뤄졌고 그들에 의해 전대협탈퇴 선언이 활발히 진행되었다. 90년 벽두에는 경북지구의 상당수 총학생회가 운동방향을 대정치권 투쟁에서 학생복지면학등 학내문제로 전환하기 위해 전대협에서 벗어날 것을 밝혔다. 운동권의 선행지표를 나타내는 대학신문들의 변모 또한 두드러지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중앙공급」되고 있는 것이나 아닌가 의심될만큼 운동권 이론으로만 장식되던 지면이 새해들어서는 놀랄만큼 쇄신되었다.

변화는 대학가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도 왔다. 반짝이는 호기심으로 첫발을 딛는 신입생을 교문 앞에서 낚아채다시피 하여 재빨리 운동권으로 품어서 시위전위로 부화시키는 연례행사이던 오리엔테이션 양상이 바꿔진 것이다. 주제를 『내가 보낼 대학생활』에 맞춰 선후배가 대학 안에서 친화하고 대학생활을 의미있게 보낼 수 있도록 이끄는데 주력하는 움직임이 확연해진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한두 사람의 인위적인 작용에 의해 형성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풍토란 유기적 생명체 같아서 결핍되거나 경사가 심하면 내부로부터 균형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난다. 살아남기 위한 본능적인 자구의 노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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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03-1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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