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뛰는 폭력배… 잠자는 경찰/이중호 사회부차장(오늘의 눈)

날뛰는 폭력배… 잠자는 경찰/이중호 사회부차장(오늘의 눈)

이중호 기자 기자
입력 1990-02-24 00:00
수정 1990-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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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배들이 또 사람을 죽였다.

그것도 자기들이 휘두른 생선회칼에 허벅지 두군데를 찔려 수술대 위에서 수술을 기다리던 중환자를. 수술을 하려던 의사와 간호원을 내쫓고 수법도 잔인하게 오른쪽 어깨와 왼쪽 발목을 일본도로 내리쳤다.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22일 새벽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지방공사 강남병원 응급실에서였다.

물론 당한 사람도 폭력배요,싸움의 발단은 폭력조직끼리의 알력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같은 병원 영안실에 문상왔던 라이벌 조직끼리 사소한 시비를 벌인 끝에 패싸움으로 치달은 결과였다.

봉변을 당한 의사와 간호원은 물론 다른 문상객들이나 입원환자들의 충격은 또 얼마나 컸을까.

물론 조직폭력배들의 칼부림은 어제 오늘 비롯된 것은 아니다.

비슷한 사건으로 자유당때 정치깡패의 대명사로 불렸던 이정재의 부하들이 자기들의 칼부림에 만신창이가 되어 종로5가 반도병원에 입원한 「시라소니」에게 문병을 가장하고 찾아가 다시 쇠망치로 사지의 관절을 부서버린 일도 있었다.

그러나 그같은 잔인한 난동이 오늘에까지거듭돼야 한단 말인가.

폭력배들의 난동은 난동이라 치자.

서울 강남경찰서는 사건현장에서 겨우 1백m나 될까말까한 이웃에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범인을 검거해 사건을 해결하기는 고사하고 새벽 6시에 일어난 사건을 14시간이 지난 밤 9시까지 상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한다.

연쇄방화다 미장원강도다 하여 방범비상령이 내려져 가뜩이나 정신이 없다보니 손쓸 틈이 없었을까.

아무리 손쓸 틈이 없다해도 그렇지 관할경찰이 「쉬쉬」하고만 있으면 범인은 누가 잡는가.

그러니 폭력배들이 제멋대로 날뛸 틈이 생기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23일 0시30분에는 성동구 화양동에서 또 10여명의 폭력배들이 생선회칼이며 일본도등을 휘두르며 시장바닥을 누볐다.

결국 6명이 부상을 입었지만 이 일대 음식점등에 들었던 수많은 시민들은 무슨 죄가 있어 공포에 떨어야 했을까.

언젠가 소매치기를 기르던 경찰간부가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런데 요즈음 전국을 누비고 다니는 폭력배들을 보노라면 『저들이 무얼 믿고 저렇게 날뛸까』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행여 「폭력배를 기르는 경찰」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1990-02-2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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