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생 TV흉내 인질극이라는 사건이 보도됐다. 「잘사는 동네 강남에 가서 한탕해 용돈을 벌자」가 목적이고 「TV수사극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한번 해 보았다」가 딱한 이유이다. 사건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매스 미디어 환경과 청소년의 사회화 과정의 문제가 너무 잘 함축되어 있어서 얼른 지나쳐 지지를 않는다. ◆언뜻 보면 TV극들이 문제이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꼼꼼히 따지자면 오늘날 TV극이란 이 사회에 있어서 중심적 영향력을 가진 문화내용물은 아니다. 폭력인질극만 해도 비디오내용물들이 더 자세하고 자극적이다. 만화도 충분히 한몫을 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 사건들도 기억에 남을 만큼 줄 잇고 있다. 거기에다 TV극이 한숟갈쯤 더 얹어주었다고는 말할 수 있다. ◆TV효과 이론에 「배양효과」라는 개념이 있다. 어느 한 미디어의 영향이 독립적으로 특정효과를 낸다는 일은 있을 수도 없고 또 확인할 수도 없는 일이다. 단지 지속적으로 전달될 때 눈에 보이지 않는 영향들이 쌓이고 쌓여서 문화에 흔적을 남긴다고는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기적 배양효과에 대한 연구는 아직 없다. 그저 그러한 연구를 해야 한다고만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연구는 있다. 부모가 TV시청에 대해 행사하는 통제가 무엇보다 중요한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그것이다. 부모가 어린이들에게 시청하도록 가이드하는 프로들,부모가 어린이들과 함께 보면서 하는 논평들,그리고 함께 시청하는 시간의 양들,그런 것들이 실제로 영향을 주는 것이고 이것이 어린이들에게 구체적 신념으로 정착되는 것이다 라는 추론이 나와 있고 또 이 견해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점에서 오늘날 다원화되고 있는 미디어들의 접촉에 부모가 좀더 개입해야 할 것이라는 과제가 제기된다. 문화내용물만이 아니라 삶의 환경 자체가 너무 많이 폭력화ㆍ퇴폐화 된 속에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또 부모와 연관없이 던져져 있다. 아이들이 어느쪽으로 갈 것인가의 답안지가 바로 한장 나온 것이다. 심각한 답안이다.
1990-01-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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