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외언내언

입력 1990-01-01 00:00
수정 1990-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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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점쟁이는 지나간 일은 잘 맞힌다고 말한다. 한사람의 삶이라는 것에는 여러가지 사실들이 담겨 있어서 점쟁이 말에 적용시켜 보면 그럴 듯하게 맞을 만한 요소가 있게 마련이다. 상당한 지식인이나 문명비평가들 중에는 지내놓고 예언을 증명하려고 드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그때 그럴줄 알았다. 그래서 누구누구한테 그런 말을 했었다』고 역설한다. ◆『히틀러 무솔리니는 어차피 국민에게서 유리되어 있던 존재이므로 조만간 죽어갈 운명이었다. 나는 그걸 예견하고 있었다』느니,『박대통령에게 유신독재 같은 것을 빨리 단념해야 당신도 살고 국가도 산다고 내가 충고를 했다가 눈 밖에 났다』느니 하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흔히 있는 것이다. 그것은 사실일지도 모른다. 행동에 옮기지는 않았어도 그런 생각을 했었음에 틀림이 없다. ◆독재자와 민심과는 본디부터 유리된 관계다. 그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므로 독재권력이 비참하게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예측을 했거나 작은 목소리로 예언했다고 해서 별로 뜻있는 일은 아니다. 그 잘못되어 가는일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서만 책임을 나눠 질 수밖에 없다. 지내놓고 자신의 간파능력을 자만하는 일은 아무 소용이 없다. ◆누구라도 자기 시선으로 「자기앞의 삶」을 예측할 자유와 능력은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예측되는 사태에서 잘못되는 일을 막거나 줄이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가 하는 점이다. 냉소적인 얼굴로 고담준론이나 하면서 지난날의 예언을 자만하는 지도급 지식인보다는,성실하게 책임을 다하는 이름없는 시민이 더욱 소중하다. ▲1990년 아침. 새해라기 보다는 저무는 세기의 마무리를 위한 시대의 출발이라는 분위기가 더 진하다. 세기와 세기를 잇는 세대의 다소 혼돈되고 그러면서도 거대하게 다가오는 새로운 세기에의 두려움 때문에 들떠있는 새해 아침이다. 이 현란한 역사의 매듭 위에 숨쉬고 있음이 고맙다. 바르게 예측하고 바르게 행동하는 한해가 되기를 빌며 다짐한다.

1990-01-0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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