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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주의에 ‘오무라’ 안 나오고…반짝 지원에 ‘투유유’도 없다

성과주의에 ‘오무라’ 안 나오고…반짝 지원에 ‘투유유’도 없다

김희리 기자
김희리 기자
입력 2015-10-07 23:02
업데이트 2015-10-08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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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문제인가] 주입식 교육 탈피… 창의적 ‘괴짜’ 길러라

일본 ‘21’, 중국 ‘1’, 한국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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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들썩한 이웃
떠들썩한 이웃 이틀 연속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 일본에서 주요 신문들이 가지타 다카아키 도쿄대 교수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 소식을 7일자 1면 톱으로 일제히 전하고 있다.

도쿄 연합뉴스
올해 노벨과학상 수상자 발표로 받은 동북아 3국이 지난 6일까지 거둔 성적표다. 일본은 올해 생리의학상과 물리학상 수상자를 잇따라 배출하고 중국은 본토 출신 첫 과학상 수상자를 내는 등 환호를 올리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은 올해도 노벨상 수상자 ‘제로’(0)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것을 제외하고 과학분야는 노벨상과 인연이 없다. 유교문화권이라는 비슷한 환경에서도 한국만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과 중심주의’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공학이나 산업기술과 달리 기초과학은 장기적 지원이 필요한데도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기준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7일 “매년 10월 노벨상 시즌 때만 기초과학에 반짝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성과중심 주의의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구의 가치를 경제적 효용에 따라 판단하기 때문에 기초과학은 투자 대비 결과물이 보장되지 않는 ‘낭비’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의 한 대학 물리학과 A 교수도 “우리나라는 기초연구자들도 연구비 지원기관에 매년 두 번씩 논문 검사를 받아야 하는 등 단기적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며 “그렇다 보니 논문 작성 실력은 뛰어나지만 하나의 주제를 20~30년 이상 파고들어야 받을 수 있는 노벨상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창의적 교육마저도 주입식으로 이뤄진 현실도 문제로 지적됐다. 박형주 아주대 수학과 석좌교수는 “수학이나 기초과학은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방식으로 평가가 이뤄져야 하는데 입시 위주의 현행 교육은 짧은 시간 내에 정해진 답만 도출해내기를 요구하기 때문에 창의적 학생들은 도리어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은 선진국이나 심지어 일본에 비해 기초과학 역사가 짧아 노벨상 수상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일본은 1868년 메이지 유신을 시작으로 기초과학 연구의 토대를 닦기 시작해 1970년대 초 이미 국립고에너지물리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150년에 가까운 기초과학 역사를 갖고 있다. 중국도 1970년대 초 국립에너지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기초과학에 전폭적 지원을 했다. 이에 비하면 한국의 기초과학은 아직 걸음마 단계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김승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일본은 1917년에 자연과학을 연구하는 국책연구기관인 ‘이화학연구소’를 만들어 자국의 토종과학을 발전시키고 있는 상태”라며 “수십 년에 걸친 꾸준한 연구지원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석영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도 “한국은 기초과학 분야의 후발 주자이다 보니 학자들이 해외에서 공부한 것을 국내에 돌아와 답습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국제학계에서 주도적인 위치가 되려면 역설적이지만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독특한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15-10-0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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