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확산에 실험단계 치료제 사용 논란 증폭

에볼라 확산에 실험단계 치료제 사용 논란 증폭

입력 2014-08-07 00:00
업데이트 2014-08-0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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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실험단계 에볼라 치료제를 사용해야 하나? 현실적으로 치료제를 많은 사람에게 투여하는 게 가능한가? 치료제를 누구에게 먼저 줘야 하나?”

세계보건기구(WHO)가 6일(제네바 현지시간)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대책과 확산 방지를 위한 세계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의 선포 여부를 논의하고 실험단계의 에볼라 치료제 사용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특히 실험단계 치료제 사용은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미국인 의사와 선교사에게 ‘지맵’(ZMapp)이라는 치료제가 투여돼 효과를 보였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국제적인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1976년 에볼라 바이러스를 공동 발견한 영국의 피터 피옷 박사 등은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서방 국가에서 에볼라가 퍼졌다면 보건 당국은 실험단계의 약과 백신을 사용하도록 했을 것”이라며 실험단계 치료제 사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험단계 치료제 사용에는 신중해야 하며 현재 개발 중인 치료제나 백신은 여러 측면에서 대량 사용이 어렵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 국립보건원 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NIAID)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지맵’에 대해 “치료 효과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켄트 브랜틀리(33) 박사와 선교사 낸시 라이트볼(60) 여사가 지맵을 투여받고 병세가 호전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지맵의 효과인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지맵을 사용하기로 해도 이를 개발하는 맵(Mapp) 바이오제약 측이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지 못해 필요한 양을 공급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이를 누구에게 먼저 공급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지맵은 에볼라 바이러스와 이에 감염된 세포에 달라붙어 인체 면역체계가 이에 대응할 수 있게 해주는 3가지 항체로 구성된 ‘단일클론항체’ 치료제이다.

담배 바이러스에 에볼라 치료 단백질의 유전자를 삽입해 담배과 식물을 감염시켜 키운 뒤 이 식물에서 치료물질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치료에 사용할 만큼의 양을 생산하는 데 최소 2∼3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볼라 발생 국가 중에서는 나이지리아가 지맵 사용에 관심을 표하고 있다.

니예부치 추쿠 나이지리아 보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미국 보건 당국에 지맵 제공을 요청했으나 생산업체의 동의가 필요하고 생산업체도 제공할 수 있는 물량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에볼라 논란이 실험단계 치료제 사용에 집중되면서 감염 예방 교육, 병원 감염 통제 등 검증된 대책들이 간과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대 마이클 오스터홈 박사는 “마법 치료제가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것을 많이 경험해 알지 않느냐”며 “백신이나 치료제는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주된 방법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실험단계의 에볼라 치료제나 백신을 에볼라 확산지역에 투입할지는 내주 초 열리는 WHO 윤리위원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피터 피옷 박사 등은 WSJ 기고문에서 “WHO가 아프리카 국가에서 전통적인 전염병 통제 조치를 시행하고 실험단계 치료제·백신 사용에 대한 엄격한 원칙을 마련하는 등하고 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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