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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4000억 투입했지만… 또 물바다 된 강남

1조 4000억 투입했지만… 또 물바다 된 강남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입력 2022-08-09 10:41
업데이트 2022-08-0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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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서초 일대 시간당 100㎜ 넘는 폭우
최대 강우 처리 용량 85㎜ 훌쩍 넘어서
아스팔트 많고 항아리 지형…상습 침수
2015년 1조 4000억 배수예산 투입발표
예산 문제로 공사 연장…폭우 속수무책

8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역 인근 도로에서 차량이 침수되자 운전자가 대피하고 있다. 2022.8.8 연합뉴스
8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역 인근 도로에서 차량이 침수되자 운전자가 대피하고 있다. 2022.8.8 연합뉴스
서울의 고질적인 침수 지역으로 꼽히는 강남역 일대가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에 다시 물에 잠겼다. 처리 용량을 넘어선 강우량이 최대 원인이지만 집중호우를 예상할 수 있던 상황에서 서울시의 예방 대책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에는 전날부터 시간당 100㎜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강남 지역의 시간당 최대 강우 처리 용량은 85㎜로 이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강남 일대는 2010년 9월과 2011년 7월에도 집중호우로 물에 잠기는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주변보다 지대가 낮아 서초와 역삼 고지대에서 내려오는 물이 고이는 항아리 지형인 데다 반포천 상류부의 통수능력 부족하기 탓이다.

또한 빗물 흡수가 안 되는 아스팔트가 많고, 서운로 하수관로로 빗물이 집중되면서 압력을 이기지 못한 맨홀 뚜껑이 열려 하수가 역류하곤 했다.

8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역 인근 도로와 인도가 물에 잠기면서 차량과 보행자들이 통행하는 데 불편을 겪고 있다. 2022.8.8 연합뉴스
8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역 인근 도로와 인도가 물에 잠기면서 차량과 보행자들이 통행하는 데 불편을 겪고 있다. 2022.8.8 연합뉴스
이에 서울시는 2015년 ‘강남역 일대 및 침수취약지역 종합배수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서울시가 강남역 등 33개 주요 침수취약지역 수방시설 확충사업에 투입을 발표한 총예산은 1조4000억원 규모로 ▲하수관거 개량 사업 7364억원 ▲빗물 펌프장 신·증설 사업 2939억원 ▲빗물 저류조 설치 사업 2142억원 ▲하천정비 사업 1649억원 등이다.

하천수위보다 높은 고지대와 하천수위보다 낮은 저지대의 경계를 조정해 빗물의 배출방식을 개선하는 배수구역 경계조정 공사는 2016년까지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예산과 지장물 이설 문제로 인해 2024년까지 연장된 상태다.

반포천 유역분리터널(교대역∼고속터미널역 총연장 1162m)은 2018년에 착공해 올해 6월 완공됐다. 공사 완료로 시간당 95㎜의 강우를 방어할 능력이 확보됐지만, 여전히 이번 같은 기록적 폭우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9일 오전 강남구 대치역 인근 도로에 지난밤 폭우로 침수된 차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2022.8.9 연합뉴스
9일 오전 강남구 대치역 인근 도로에 지난밤 폭우로 침수된 차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2022.8.9 연합뉴스
한편 이번 폭우로 강남 지역에서는 피해 발생이 속출했다. 전날 밤 빗물이 허리까지 차오르자 운전자들이 차량을 도로 한복판에 버리고 가는 등 모습은 재난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했다.

이 같은 상황은 이날 아침 출근길까지 이어지며 교통 대란이 일어났다. 예술의전당에서 사당역으로 가는 남부순환로, 서초경찰서와 서초역 사이의 반포대로 등에서 지난밤 폭우로 차주들이 포기하고 간 차량이 그대로 멈춰서 있었다.

9일 오전 서울 강남역 일부 도로가 전날 내린 폭우에 파손돼 있다. 2022.8.9 연합뉴스
9일 오전 서울 강남역 일부 도로가 전날 내린 폭우에 파손돼 있다. 2022.8.9 연합뉴스
한꺼번에 많은 빗물이 건물 안까지 들이치면서 실내 시설에서도 피해가 컸다. 강남구 코엑스 별마당도서관에서는 천장 일부에 생긴 틈으로 빗물이 거세게 들이쳐 방문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강남의 대형병원도 침수 피해를 봤다. 전날 오후 11시쯤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세브란스병원 건물 내부에 물이 차 식당과 카페, 약국과 자기공명영상장치(MRI)실 등이 위치한 지하 1층 등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병원 직원들은 MRI 등 물에 민감한 의료기기가 비치된 곳을 침수 피해로부터 지키기 위해 이날 새벽까지 물을 밖으로 퍼 나른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역 인근에서는 하수가 역류하면서 바퀴벌레 떼가 출몰했다는 목격담이 SNS에 영상과 함께 전해지기도 했다.
이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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