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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전체가 장례식장”…최악 참사 제천은 슬픔의 바다

“도시 전체가 장례식장”…최악 참사 제천은 슬픔의 바다

김태이 기자
입력 2017-12-24 11:12
업데이트 2017-12-2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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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들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들…정신적 충격 커”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좁은 동네잖아요. 늘 곁에 있을 것 같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사라진 이 비극적인 현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침울, 비통하고 인생이 너무 허무하다 싶어 무력해지네요”
보고 싶은 가족…흐르는 눈물
보고 싶은 가족…흐르는 눈물 제천 화재 참사 희생자 유가족이 24일 제천체육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고인의 이름을 부르며 슬퍼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마가 29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대형 참사 앞에 인구 13만6천명의 중소도시 충북 제천이 깊은 슬픔에 휩싸였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장례식장”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하소동 스포츠센터에 불이 났던 지난 21일 시내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었던 시커먼 연기에 가슴을 졸였던 시민들은 설마 했던 참극이 현실이 되자 모두 말을 잊고 침통해 하고 있다.

청전동의 이모(80) 할머니는 “마당에서 일하다가 연기를 보고 큰 걱정을 했다”며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이 불구덩이에서 죽을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떨었다.

학원을 운영하는 장모(48·의림동)씨는 “지인이 사고 현장 주변 아파트에 사는데 그 동네 분들도 여러 명 돌아가셨다고 한다. 답답하고 한숨만 나온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소동 화재 현장 근처에서 의류를 파는 이모(51·여)씨는 “함께 사우나를 다니는 분이 돌아가셨다. 평소에는 아침에 사우나를 했던 분인데 그날은 왜 오후에 갔는지…”라며 울먹였다.

얼마 전까지 들떴던 연말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도시 전체가 슬픔의 바다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크리스마스이브며 연말 송년회는 다른 동네 얘기다.

늘 함께할 것 같았던 친구, 정겨운 이웃을 졸지에 잃은 황망함에 유족과 함께 아픔을 나누고 있다. 사람들은 인사말처럼 제천 전체가 우울증을 앓고, 헤어나기 힘든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각급 학교는 겨울방학 전 계획했던 축제나 송년 행사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관공서를 중심으로 가슴에 검은 추모 리본을 달았다.

23일 제천체육관에 설치된 합동분향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부터 희생자들의 발인이 시작되면서 도시 전체가 ‘장례식장’ 분위기다.

희생자나 유가족과 인연이 없는 시민들도 숙연히 슬픔을 나누고 있다.

하소동이 지역구인 윤홍창 도의원은 “너무 가슴 먹먹하고 안타까워 말이 안 나온다”며 “시민들이 많이 우울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도 분위기 속에 왁자지껄하게 ‘먹고 마시는’ 연말 모임은 자취를 감췄다.

중앙동의 한 한우숯불갈비 음식점 주인은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후 예약의 80%가 취소됐다”고 힘없이 말했다. 화재 현장 주변은 아예 저녁 영업을 접은 상가도 적지 않다.

연말 반짝 특수를 기대했던 음식점들은 뜻하지 않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애도 하는 마음이야 여느 시민과 다를 바 없지만, 손님이 줄고 예약이 취소되자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62개 음식점이 가입한 약선음식거리의 이주연(56) 사무국장은 “건배 구호는 말할 것도 없고 만나서 술잔을 기울이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분위기이다 보니 아예 모임을 미루거나 취소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사무국장은 “연말장사에 잔뜩 기대를 걸었던 상인들이 힘들어하지만, 답이 없지 않으냐”고 했다.

이번 참사로 지역 상권이 장기 불황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행정당국이 유족들의 아픔을 달래면서 위축된 지역 상권을 위한 세금 감면 등 조처를 해 줄 것을 바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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