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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확산’…멸종위기 보호조류들의 ‘살얼음판’ 겨울나기

‘AI 확산’…멸종위기 보호조류들의 ‘살얼음판’ 겨울나기

입력 2016-12-04 10:39
업데이트 2016-12-0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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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지 따라 ‘극과 극’…독수리 등 야생조류, 먹이 주기·탐조 중단 ‘각자도생’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겨울이면 우리나라를 찾는 멸종위기 보호조류들은 AI와는 관계가 없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 겨울을 보낼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이들 야생 보호조류가 AI에 감염됐다는 보고는 없으며 겨울나기 방식은 야생 보호조류와 시설에서 보호 중인 보호조류간에 말그대로 ‘극과 극’의 차이가 있다.

특히 겨울나기와 관련, ‘겨울 진객’으로 인기를 끌어온 천연기념물 제243-1호 독수리와 제203호 재두루미, 제202호 두루미 등 야생조류는 사람들의 먹이 주기와 탐조활동이 중단되면서 AI에 노출된 채 말 그대로 ‘각자도생’해야 할 처지지만 천연기념물 제198호 따오기와 천연기념물 제199호 황새 등 시설에서 보호 중인 멸종위기 조류는 더욱 귀하신 몸이 됐다.

◇ 야생조류, 먹이 주기 중단에 겨울나기 ‘더 힘들어’…사람 간섭 안 받는 건 다행

한갑수 한국조류보호협회 파주지회장은 요즘 몸이 달았다. 매년 11월이면 경기도 파주시 장단반도 일대 독수리 월동지를 찾는 독수리가 굶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먹이 주기 행사를 했지만 올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올해도 200여 마리가 월동지를 찾아 이달 둘째 주부터 먹이 주기 행사를 할 계획이지만 지난달 중순부터 전국에 AI가 퍼지며 철새 주변 출입을 금지해달라는 공문이 왔기 때문이다.

한 지회장은 4일 “아무런 대책 없이 먹이 주기 행사를 중단하고 가까이 가지 말라는 말만 들었다”며 “AI 확산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수리가 굶어 죽을 수도 있어 문제”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죽은 고기만 먹는 독수리가 AI에 감염됐다는 얘기는 한 번도 못 들었다”며 “당장 보호 중인 독수리 10여 마리도 방사해야 하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11월부터 연천 임진강 상류 비무장지대(DMZ) 여울을 찾아 서식하는 두루미와 재두루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는 군남댐 상류 여울에서 한꺼번에 90여 마리가 관찰되는 등 전체적으로 200여 마리가 찾아 왔다.

그나마 두루미는 추수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먹이 주기 행사를 하지 않아도 당분간은 버틸 여력이 있지만 폭설이 내려 먹이활동이 어려워지면 먹이 주기를 해야 겨울을 날 수 있다.

이돈희 한국조류보호협회 연천지회장은 “철새도래지 주변 출입을 자제해 달라는 공문을 받았다”며 “당장 먹이 주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어서 관찰만 하고 있는데 어찌 보면 자연상태로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아 다행일 수도 있다”고 했다.

고양시는 한강 장항습지를 찾는 50여 마리 재두루미를 위해 AI 확산도 막고 먹이 주기도 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했다. 매년 AI가 발생하자 최소한의 인원으로 먹기 주기를 할 수 있는 장비를 2천만원에 구입한 것이다.

시 관계자는 “멸종위기 야생조류인 재두루미를 위해 먹이 주기를 안 할 수도 없고 해서 먹이 살포기를 구입했다”며 “많은 인원을 동원하지 않아도 돼 시름을 덜었다”고 말했다.

◇ 시설 보호조류 ‘귀하신 몸’…AI 옮길라 ‘산속으로 이사하고 외부인 출입 차단’

개체 수가 많지 않아 시설에서 복원사업 중인 천연기념물 따오기와 황새 등은 AI 확산으로 더욱 귀하신 몸이 됐다.

특히, 겨우 복원에 성공한 개체가 AI에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각 시설에서는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황새에 대한 생태연구와 복원사업을 하는 한국교원대학교 황새생태연구원은 외부와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생태교육프로그램을 중단했다.

또 이곳에서 황새 60여 마리를 분양받은 충남 예산 황새공원은 혹시 모를 사태를 막기 위해 외부에서 사육하던 황새 14마리를 모두 사육동에 옮겨 외부와 접촉을 차단했다.

따오기도 같은 처지다.

경남 창녕군 우포늪 따오기복원센터는 지난 22일부터 일반인 개방을 중단한 데 이어 보호 중인 171마리 중 70마리를 10㎞가량 떨어진 산속으로 옮겼다.

70마리의 새로운 서식지인 장마분산센터 직원들은 이중 삼중 소독은 물론 새총까지 동원, 다른 철새의 접근까지 막고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H5N6형 고병원성 AI가 전국에 확산하며 축산농가는 물론 보호를 받아야 할 철새들마저 수난을 겪고 있다. 경기, 충북, 충남, 전북, 전남, 세종 등 6개 시·도, 16개 시·군에서 61개 농가가 AI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연일 의심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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