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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생 엿새째 본관 점거 사태 부른 배경은

이화여대생 엿새째 본관 점거 사태 부른 배경은

입력 2016-08-02 15:26
업데이트 2016-08-0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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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여론수렴 부족한 가운데 교육부 지원사업 추진…대학생 ‘학벌주의’도 화 키워

방학중에 학생 수백명이 엿새째 대학 본관을 점거하고 농성을 하는 이화여대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농성은 지난달 28일 열린 대학평의원회 회의에서 교육부 지원사업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을 폐기하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미래라이프대학 사업은 교육부가 올해 처음 시작한 사업으로,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을 위해 대학에 재정지원을 하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했다가 뒤늦게 대학에 진학하는 사람이나 성인이 된 뒤 대학에 다니려는 사람들을 위한 단과대학으로, 공모를 통해 5개 권역에서 이화여대 등 10개 대학이 선정됐다.

이화여대가 이 사업 대상학교로 선정됐지만 학생들은 이에 반대하며 행동에 나선 것이다. 농성 학생들은 이 회의에 참석한 평의원 교수와 교직원 등 5명을 본관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았고, 이들은 46시간 만에야 경찰의 도움으로 풀려났다.

대학 측은 일부 과격한 학생들의 ‘일탈’로 규정하려 한다. 하지만 대학가에서는 이화여대가 최근 들어 교육부 지원사업을 연이어 따내는 과정에서 학교 구성원들과의 소통을 소홀히 한 가운데 사업 참여를 결정한 것도 학내 분규를 초래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화여대는 올해 3월 인문역량강화(CORE) 사업, 역대 최대 재정지원사업인 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PRIME) 사업에 이어 이번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까지 따내 다른 대학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이들 사업 추진에 따른 변화를 가장 크게 체감하게 될 학생은 물론 일반 교수들을 상대로도 제대로 된 의견수렴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학교 안팎의 평가다.

이화여대 교수협의회가 1일 낸 성명에서 “어제 (점거농성에 대한) 언론 보도가 있기 전 교무처에서 교수님들께 처음으로 한 통의 메일을 보낸 것이 충분한 의사소통이 아님은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 대목은 이를 반증해 준다.

학생들의 ‘학벌주의’도 민낯을 드러내며 사태를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명문대 학생으로서 미래라이프대학으로 입학할 고졸 직장인 출신들을 자신들과 ‘동급’으로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태 초기 이화여대 동문만 가입이 가능한 인터넷 게시판 ‘비밀의 화원’에는 이 같은 취지의 글이여러 건 올라왔다.

“이화의 질과 격을 낮추는 꼴”, “30대 이상의 무직 여성까지 대상으로 해 누구나 이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학벌 세탁과 이화여대 출신 사칭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등 학벌주의에 호소하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물론 학생들이 극심한 입시경쟁을 뚫고 이 대학에 입학했고, 취업난이 가중되는 현실속에서 학교의 브랜드 가치가 저하될지도 모른다는 학생들의 우려는 나름대로 이해할만한 측면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은 평생교육을 원하는 성인들의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학령기 학생 중심으로 된 기존 대학교육 체제로는 이를 수용할 수 없는 만큼 그 대안으로 성인과 직장인을 전담으로 교육하는 기관을 따로 만드는 시도이다.

시대변화에 맞게 대학도 기존 체제에 안주할게 아니라 패러다임의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사회와 산업계의 다양한 수요를 소화할 수 있는 체제로의 변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학생들도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 등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점거 농성 과정에서 교수 등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은 행위나 학교 설립자 동상을 훼손하는 등의 반지성적 행태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우며,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학교측의 자세와 대응도 논란이 되고 있다.

우선 최경희 총장은 1일 기자회견을 통해 “학교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과 관련한 대학평의원회등 앞으로의 일정을 중단하고 널리 의견을 수렴해 반영토록 하겠다”고 밝혀 사태 해결을 위해 한발 양보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최 총장은 2014년 취임이후 대학 교수 뿐만 아니라 대통령 교육문화비서관 등 경력을 살려 CORE사업으로 3년간 96억원, PRIME사업으로 연간 50억원, 평생교육 단과대 사업으로 연간 30억원의 예산을 따내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최총장은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들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교수 및 학생들과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데는 부족했던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 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소통 부족을 해명하거나 학생들과 대화하려는 의지를 보이기보다는 감금 상황에서 일부 학생들이 보인 과격한 행동을 세세하게 ‘폭로’하며 비판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학교측은 또 지난 30일 교내에 경찰력 투입을 요청해 놓고도 나중에 이를 부인하는 행태를 보여 불신을 자초하기도 했다.

최총장은 앞으로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일단 점거농성을 풀어야 대화할 수있다”고 밝힌 반면 농성 학생들은 최 총장이 농성장으로 와야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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