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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참사-눈물도 마른 가족들] 실종자 가족 심리치료 절실한데 “링거 맞을 정신도 없는데 무슨”

[세월호 침몰 참사-눈물도 마른 가족들] 실종자 가족 심리치료 절실한데 “링거 맞을 정신도 없는데 무슨”

입력 2014-04-21 00:00
업데이트 2014-04-21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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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심리상담소 환자 없어 철수… 전문가들 “더 심각한 증상 우려”

세월호 침몰 실종자 가족들이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도 심리상담을 거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기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이후 더 심각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상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남재난심리지원센터는 20일 전남 진도체육관에 설치돼 있던 심리상담소를 철수했다. 사고 발생 당일인 지난 16일부터 부스를 운영했지만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 수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진도 팽목항에 설치된 위기상담심리센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날 심리상담에 나선 나주국립병원의 한 관계자는 “17일부터 매일 5명씩 나와 12시간씩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상담받으러 오는 사람은 미미한 수준”이라면서 “다들 속마음이 아픈 것 같지만 그렇다고 상담받자며 억지로 끌고올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털어놨다.

현재 실종자 가족들의 심리상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진도체육관 내에서는 갑자기 오열하거나 소리지르고, 작은 의견 차이에도 금세 고성이 오가는 장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구조작업 지연 등을 이유로 집기를 뒤엎으며 “분신하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생겼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들이 심리상담을 받지 않는 이유는 아직 구조작업에 마음이 쏠려 있기 때문이다.

실종된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8반 김모(17)군의 한 가족은 “여기 와서 구조 소식을 듣다가 맨날 실신하고 링거를 맞느라 심리치료 받을 정신이 없다”고 털어놨다. 심리치료 전문가인 국립나주병원 정신건강과 전문의 민혜영(34·여)씨는 “구조가 아직 끝나지 않아 실종자 가족들은 계속해서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 있다”면서 “이들은 정신적 충격이 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어 “심각한 경우 가족이 바다에서 죽었다는 생각에 배도 못 타고 물도 잘 못 마시는 상황이 올 수 있으니 서둘러 치료와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도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4-04-2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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