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곳 줄고, 세종 1곳 늘고…‘선거구 통폐합’ 의원들 강력 반발

서울 1곳 줄고, 세종 1곳 늘고…‘선거구 통폐합’ 의원들 강력 반발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0-03-03 21:43
업데이트 2020-03-0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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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국회에 선거구획정안 제출… 강원에 서울의 8배 ‘메가 선거구’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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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획정위은 28일 선거구획정안을 최종 확정한 획정안을 중앙선관위 선거구획정위원회 김세국 사무국장(오른쪽)이 국회 의장실에서 이명우 국회 정무수석비서관(가운데)에게 제출하고 있다. 왼쪽은 박수철 국회 안행위 수석전문위원.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선거구획정위은 28일 선거구획정안을 최종 확정한 획정안을 중앙선관위 선거구획정위원회 김세국 사무국장(오른쪽)이 국회 의장실에서 이명우 국회 정무수석비서관(가운데)에게 제출하고 있다. 왼쪽은 박수철 국회 안행위 수석전문위원.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3일 서울 노원 지역구를 한 곳 줄이고, 세종시 지역구를 1곳 늘리는 등의 내용을 담은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에 제출, 공개되자 통폐합 대상에 오른 선거구의 여야 의원들은 일제히 강력 반발했다.

획정위는 이날 세종, 경기 화성, 강원 춘천, 전남 순천의 선거구를 쪼개 4개 선거구를 신설하고, 서울 노원, 경기 안산, 강원과 전남의 일부 선거구를 조정해 4개 선거구를 줄여 253곳의 선거구를 획정한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자 통폐합 선거구에 속하는 의원들은 당장 불만이 터져 나왔다. 통폐합 시 유권자가 늘어나면서 선거운동과 지역구 관리가 힘들어질 뿐 아니라 당내 공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 획정안의 직접 영향권에 드는 의원은 50여명이 될 전망이다. 특히 합구 대상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 경계 조정으로 유권자가 바뀌는 의원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우원식·고용진 “강남 대신 노원 선거구를 줄이다니…불공정 졸속안”
노원병 출마 예정 이준석 “선거운동 대상 1.5배 늘어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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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 획정안 입장 발표하는 김세환 선거구획정위원장
선거구 획정안 입장 발표하는 김세환 선거구획정위원장 김세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악청사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선거구 획정안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20.3.3/뉴스1
서울 노원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의원들은 획정안이 공정하고 합리적이지 않다고 반발하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획정안은 현재의 노원갑·을·병 3개 선거구를 노원갑·을 2개 선거구로 줄이는 내용을 담았다.

노원갑을 지역구로 둔 고용진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발표는 법과 원칙을 가장 충실하게 지켜야 할 획정위가 획정의 기본 원칙도 지키지 못한 졸속 안”이라고 비판했다.

고 의원은 획정위가 세종을 분구하는 대신 서울에서 통폐합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아무런 기준과 원칙도 없이 서울을 희생시켜 자의적으로 시도별 인구 기준을 정한 것”이라면서 “표의 등가성과 대표성이라는 선거구 획정 원칙을 가장 충실히 지켜야 할 획정위가 스스로 기능을 상실했음을 자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굳이 서울에서 1석을 줄인다면 2016년 총선에서 분구된 강남 선거구를 통합하는 것이 합리적인데 이런 기본적인 상식조차 지키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날 노원갑 지역 민주당 경선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었는데 획정위의 졸속 처리로 엄청난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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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4·13’ 총선 공식선거운동 시작일인 31일 노원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진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서울 노원구 롯데백화점 앞 광장에서 열린 합동출정식에 참석해 손을 함께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고용진(노원갑), 우원식(노원을), 황창화(노원병) 후보.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지난‘4·13’ 총선 공식선거운동 시작일인 31일 노원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진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서울 노원구 롯데백화점 앞 광장에서 열린 합동출정식에 참석해 손을 함께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고용진(노원갑), 우원식(노원을), 황창화(노원병) 후보.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노원을이 지역구인 우원식 의원도 입장문을 통해 “공정성과 합리성을 상실한 획정위의 정치적인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관련 법에 따라 획정안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며, 여야가 이제라도 합리적 기준에 따라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획정위가 강남구 선거구를 줄이지 않고 노원구 선거구를 줄이는 결정을 한 것은 정치적 유불리를 따라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래통합당이 ‘청년공천’ 지역으로 지정한 서울 노원병에 출마 예정인 이준석 최고위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 글에서 “노원 갑·을·병이 갑·을로 개편되면 ‘을’ 지역이 둘러 갈라져 기존 ‘갑’과 ‘병’으로 붙는 것”이라면서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대상이 1.5배로 늘어나 비상이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통폐합이 전망됐던 강남 갑·을·병과 경기 군포갑·을의 경우 이번 조정 대상에 오르지 않으면서 이곳 의원 등은 안도하게 됐다.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김명언 “호남 의석·특정 정치인 지역구 지켜주려 안산 희생…반헌법적”
경기 안산 단원갑을 지역구로 둔 통합당 김명연 의원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산시 현행 4개 선거구를 3개 선거구로 통폐합한다는 선거구 획정안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즉각 철회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번 선거구 획정안이 호남 의석과 특정 정치인들 위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김 의원은 “호남 의석과 특정 정치인의 지역구를 지켜주기 위해 안산 시민을 희생시킨 반헌법적 선거구 획정”이라면서 “선관위가 법도 원칙도 없이 민주당과 민생당의 밀실야합에 승복해 여당의 하청기관임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양수 “최악의 게리맨더링, 절대 수용 못해…지역대표성 훼손 심각”
우원식 “영동·영서 합쳐 차로 4시간 거리…초거대 선거구 문제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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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수 자유한국당 의원
이양수 자유한국당 의원
강원 속초·고성·양양이 지역구인 이양수 통합당 의원은 성명서를 내고 “역사상 최악의 게리맨더링을 절대 수용할 수 없으며 강원도민과 결사 저지할 것”이라면서 “단순히 인구수만을 기준으로 한 선거구획정은 지역 분권과 균형 발전에 역행한다”고 반발했다.

획정안에 따르면 이 의원의 선거구는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으로 통폐합된다. 6개 시군이 한 선거구에 묶이면 서울 면적의 8배가 넘는 ‘메가 선거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의원은 “강원도의 6개 시·군이 묶인다면 지역 대표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것은 물론 문화와 정서, 생활권을 완전히 무시한 줄긋기가 된다”면서 “관할 면적이 넓어 민의 수렴이 어려워지는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강원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을 한 선거구로 결정한 것에 대해 “영동과 영서를 구분하는 관례를 깨고 속초에서 철원까지 차로 4시간 거리에 해당하는 초거대 선거구를 만들었다”면서 “생활권역의 동질성, 지역 대표성 측면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획정안, 패스트트랙 정국 속 354일 늦어져… 국회 통과할 지 미지수
여야 합의 아닌 ‘더는 못 기다려’ 획정위가 자체 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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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획정위 입장발표 지켜보는 김재원
선거구획정위 입장발표 지켜보는 김재원 미래통합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왼쪽)이 3일 중앙선관위 관악청사에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선거구획정안 국회 제출과 관련, 위원회의 입장문을 발표 중인 김세환 선거구획정위원장을 바라보고 있다. 2020.3.3 연합뉴스
한편 이번 4·15 총선을 한 달여 남짓 남은 상황에서 나온 획정안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포함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의 후유증으로 여야가 좀처럼 협상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규정보다 354일 늦어 ‘늑장’ 제출됐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획정안의 제출을 선거일 전 13개월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대 총선을 위한 획정안 제출보다는 215일 더 늦었다. 정치 신인들은 선거를 43일 앞두고서야 선거구를 가늠할 수 있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획정안이 제출됐지만 국회에서 이 안이 무난히 통과할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의 합의에 기반해 획정위가 획정안을 만들어온 전례와 달리 이번에는 ‘더는 못 기다리겠다’는 획정위가 법률과 원칙에 입각해 획정안을 자체적으로 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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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마친 김세환 위원장
발표 마친 김세환 위원장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김세환 위원장이 3일 중앙선관위 관악청사에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선거구획정안 국회 제출과 관련, 위원회의 입장 발표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0.3.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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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환 위원장, 선거구획정위 입장 발표
김세환 위원장, 선거구획정위 입장 발표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김세환 위원장이 3일 중앙선관위 관악청사에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선거구획정안 국회 제출과 관련, 위원회의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0.3.3 연합뉴스
이후 절차는 공직선거법 24조의2에 규정된 과정을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획정안의 취지를 그대로 반영한 공직선거법을 마련·의결한 뒤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의결된다.

하지만 국회는 획정안을 반려할 수도 있다.

‘위원회가 획정안이 법이 정한 획정 원칙에 명백히 위반된다고 판단할 경우 재적위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획정안을 다시 제출해 줄 것을 한 차례 요구할 수 있다’고 정한 조항에 따른 것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그동안의 교섭단체 간 논의 내용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미흡한 감이 있다”면서 “개정 공직선거법에서 농·어촌·산간지역 배려를 위해 노력한다고 했는데, 6개 군을 묶는 것은 법률에 배치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고 한민수 국회 대변인이 전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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