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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가까운 정신과는 3시간, 가족에겐 말 못 해… 때 놓쳐 깊어진 우울증

[단독] 가까운 정신과는 3시간, 가족에겐 말 못 해… 때 놓쳐 깊어진 우울증

서유미 기자
서유미, 장진복 기자
입력 2023-12-04 02:36
업데이트 2023-12-04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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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없는 것이 아니다 쳐다보지 않았을 뿐

#5.1곳 vs 2곳
도농 정신질환 병원 2.5배 차
접근성 열악해 치료 적기 놓쳐
#문화 차이
시골, 이웃끼리 잘 알아 불편
자식에게 부담 줄까 봐 숨겨
#병상·인력난
정신과 보호병동 갈수록 줄어
강원, 전공의 정원 없어 운영난


#강원 양구군에 사는 70대 할아버지 A씨는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되는데도 쉽게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있다. 양구군에 있는 정신과 병원은 민간인의 접근이 제한되는 군병원인 백두병원뿐. 이를 제외한 가장 가까운 정신과 병원은 40㎞ 떨어진 춘천에 있다. 자동차로는 1시간, 대중교통으로는 3시간 거리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혼자선 이동이 불가능한 데다 직장 생활을 하는 자식에게 근무를 쉬게 할 정도로 부담을 지우는 건 죽기보다 싫다. 몇 달 전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던 A씨는 결국 치료 적기를 놓치고 우울감이 깊어진 뒤에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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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양군에 위치한 월화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의 김진홍 원장이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가고 있다. 월화수정신건강과의원 제공
경남 함양군에 위치한 월화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의 김진홍 원장이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가고 있다.
월화수정신건강과의원 제공
지역 소도시의 정신건강 의료 환경은 시설 부족에 따른 열악한 접근성이 문제로 꼽힌다. 특히 고령화가 심각한 농어촌 지역일수록 A씨 사례처럼 이동거리는 더 중요해진다.

3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250개(행정구 포함) 지자체의 인구 10만명당 정신질환 관련 의료기관 숫자는 대도시(인구 50만명 이상) 평균 5.1곳, 농어촌(5만명 미만) 평균 2.0곳으로 2.5배 차이가 난다. 중소도시(5만~50만명)는 3.5곳 수준이다. 특히 시설 수가 0곳인 지역은 32개로 경북 예천군과 인천 옹진군을 제외하면 모두 인구 5만명 미만의 농어촌이다.

노대영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접근성 때문에 치료를 제대로 이어 가지 못한 A씨와 같은 사례가 ‘전형적’이라고 설명했다. 노 교수는 “경쟁이 치열한 대도시에선 외부의 스트레스로 인한 신경증으로 진료받는 경우가 많은 반면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너그러울 것 같은데도 오히려 옆집 숟가락 숫자까지 아는 이웃 문화에서 오는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또 “특히 노후의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자식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가벼운 증상을 숨기다 병을 키워 오는 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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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인 경남 함양군에 위치한 월화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의 김진홍 원장도 인근 지역을 통틀어 몇 안 되는 정신과 개원의다. 2016년부터 함양군에서 자리를 지킨 김 원장은 “군 단위나 소도시에 정신과 의사가 개원한 사례는 많지 않다”며 “가까운 곳에 정신과 개원의가 없기 때문에 먼 곳까지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부분 80세가 넘은 어르신들이 대중교통을 타고 꾸역꾸역 찾아오신다”며 “은퇴를 고민하는 현재 상황에서 볼 때 지역을 지키는 의사가 더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 소도시에선 중증질환자의 치료 환경도 녹록지 않다. 비용이 많이 드는 폐쇄병동(보호병동)을 하나둘 줄여 나가다 보니 병상 부족 문제가 피부로 와닿기 때문이다. 전국의 정신과 폐쇄병상 수는 2018년 말 6만 5069개에서 지난 10월 5만 4376개로 16.4% 줄었다.

폐쇄병상 감소율이 높은 지역은 ▲충남(31.2%) ▲광주(28.3%) ▲대전(27.5%) ▲강원(23.1%) 등이었다. 특히 강원의 경우 전국 5개 국립정신병원 중 하나인 국립춘천병원이 의사 인력난에 시달리면서 전공의 정원 없이는 입원실 운영이 어려운 상태다. 노 교수는 “조현병 등 상시적으로 있는 환자를 입원시키기가 어려워 전화를 여러 군데 돌려야 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유미·장진복 기자
2023-12-0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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