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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핑계 댄 그놈 감정해 보면 반은 멀쩡

정신질환 핑계 댄 그놈 감정해 보면 반은 멀쩡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9-06-04 02:02
업데이트 2019-06-04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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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포비아 극복하라<상>] 공주치료감호소 작년 444명 정신감정… ‘정상’ ‘증세 없음’ 최종 진단 49.5% 차지


감형 노린 연기에 감정의들 어려움 겪어
사법당국 ‘꾀병 범죄자’ 거를 장치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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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이 의심되는 범죄자에 대해 국가가 정신감정을 실시한 결과 2명 중 1명은 범행 당시 멀쩡했거나 정신질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을 위장한 범죄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이들을 가려내는 게 사법당국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서울신문이 3일 법무부 공주치료감호소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형사 정신감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신감정을 받은 444명 중 152명(34.2%)은 형사 책임능력 ‘건재’(정상) 판정을 받았다. 정신질환 증세로 과거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해도 범행 당시 판단력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결과다. 정신질환 증세가 보이지 않는 ‘진단 없음’ 판정을 받은 인원도 68명(15.3%)에 달했다. 2명 중 1명은 ‘이상 없음’(건재 또는 진단 없음)으로 나온 셈이다. 올 들어서도 지난 4월까지 감정 인원 131명 중 63명(48.1%)은 ‘이상 없음’으로 나왔다.

지난 5년간 치료감호소에서 정신감정을 받은 인원은 2014년 604명에서 지난해 444명으로 4년 새 26.5% 줄었다. 반면 책임능력이 ‘건재’로 판명된 인원은 같은 기간 107명에서 152명으로 42.1% 늘었다. ‘진단 없음’을 받은 사람도 48명에서 68명으로 41.7% 증가했다. 임명호(정신과 전문의) 단국대 교수는 “심신장애 판정을 받으면 감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정신질환 위장 범죄자도 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이문 경찰대 교수는 “작정하고 정신질환을 가장한 범죄자 때문에 감정의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정신감정은 통상 1개월 정도 실시된다. ‘한 달’이란 기간을 두는 이유는 피감정 유치자들의 행동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면담을 통해 범행 당시 책임 능력이 있는지를 살피기 위함이다. 조현병 환자라 해도 꾸준히 약물치료를 받았다면 범행 당시에는 멀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유치자는 멀쩡한데도 의사 앞에서 환청이 들린다는 식으로 연기를 한다고 한다. 치료감호소의 한 정신과 전문의는 “첫눈에 꾀병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헷갈릴 때도 있다”면서 “3~4주 정도 지나면 ‘꾀병이구나’라는 확신이 생긴다”고 말했다.

감정 기간 안에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감정의가 기간 연장을 신청할 때도 있다. 일부 범죄자는 감정서 결과(건재)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구치소에 돌아온 뒤 감정의에게 “두고 보자”며 협박 편지를 쓴 것으로 전해졌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9-06-0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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