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쏜 커피차, 학생이 만든 꽃다발… “선생님 사랑해요”

학교가 쏜 커피차, 학생이 만든 꽃다발… “선생님 사랑해요”

김지예 기자
김지예 기자
입력 2024-05-14 23:23
업데이트 2024-05-15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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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날 이벤트 마련한 학교들

일일 카페로 변신한 서울 원명초
교사들 “예상 못한 이벤트에 행복”

기증받은 꽃으로 꽃다발 만들고
교직원-학생 친선 축구 하기도
교육계 무력감 속 작은 감동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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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날을 하루 앞둔 14일 전국 학교 곳곳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행사가 이어졌다.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는 교사들을 위한 커피차가 들어섰다. 뉴스1
스승의날을 하루 앞둔 14일 전국 학교 곳곳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행사가 이어졌다.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는 교사들을 위한 커피차가 들어섰다.
뉴스1
스승의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8시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 촬영 현장에서나 보이던 낯선 커피차가 ‘선생님은 원명초의 진정한 영웅’이라고 적힌 문구를 달고 운동장에 등장했다. 학생 20여명이 “선생님, 제가 커피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라며 일일 아르바이트를 자처하고 나섰다. 하나둘 교문으로 들어선 교사들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부임한 지 3년차 됐다는 전민재 교사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받아들고 “예상 못 한 이벤트에 깜짝 놀랐는데 오랜만에 교사라서 행복했고 환영받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학생들은 커피차 앞에서 교사들을 향해 “감사해요 선생님, 사랑해요”를 외치며 머리 위로 ‘손하트’를 그리기도 했다. 선생님들은 쑥스러워하면서도 같이 손하트로 화답했다.

원명초의 ‘깜짝 이벤트’는 커피차를 마련한 학교와 자발적으로 한 시간 일찍 등교해 교사들을 맞이한 학생들의 합작품이다. 제43번째 스승의날을 하루 앞두고 53명의 학교 소속 교사와 교생 실습을 나온 교대생 25명, 교직원들을 응원하는 취지로 마련됐다. 정성준 원명초 교감은 “스승의날은 큰 의미가 있는 날인데 어느 순간부터 너무 조용하게만 지나가려 하는 게 안타까웠다”며 “적지만 커피 한잔을 통해서라도 선생님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예비 교사들의 사기도 올려 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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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선생님들에게 하트를 그리고 있다. 연합뉴스
스승의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선생님들에게 하트를 그리고 있다. 연합뉴스
5학년 김도훈 학생은 “스승의날은 선생님을 위한 날”이라며 “(이벤트를 하는 것이) 선생님을 존중하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6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최근 몇 년간 스승의날에 교사에게 카네이션을 달아 주는 모습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특히 지난해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 하락 이슈와 함께 교직 기피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교육 현장에는 무력감까지 퍼졌다.

실습 중인 김주성 서울교대 4학년생은 “서이초 사건을 보고 교사의 길을 포기한 교대생들이 많았다”면서도 “교생 기간 선생님이 오신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편지를 받은 적이 있는데 큰 힘이 됐다. 스승의날이 거창한 권리가 아니어도 교사에 대한 고마움을 되새기는 날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올해 처음 부임한 1년차 김소백 교사는 “오늘처럼 학생들이 웃는 것만 봐도 예쁘고 행복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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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날을 하루 앞둔 14일 전국 학교 곳곳에서 학생들이 마련한 행사가 이어졌다. 경기 수원 매향중학교에는 레드카펫이 깔렸다. 뉴스1
스승의날을 하루 앞둔 14일 전국 학교 곳곳에서 학생들이 마련한 행사가 이어졌다. 경기 수원 매향중학교에는 레드카펫이 깔렸다.
뉴스1
화려한 행사나 선물은 사라졌지만 마음을 담은 작은 이벤트로 고마움과 존경을 표현하는 학교들도 여전히 많다. 서울 매헌초에서는 이날 6학년 학생들이 직접 카네이션 꽃다발을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교사는 꽃 한 송이도 받지 않는다는 게 대부분 학교의 방침이지만 이날만큼은 학생들이 고사리손으로 직접 만든 꽃다발을 받았다. 매헌초 관계자는 “학생 개인이 꽃을 사 오는 것은 금지하고 있지만 올해는 인근 양재동 aT센터에서 꽃을 기증받을 수 있었다”면서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 전달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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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내초에서는 교사와 학생들이 스승의날을 맞아 축구 친선경기를 가졌다. 성내초 제공
서울 성내초에서는 교사와 학생들이 스승의날을 맞아 축구 친선경기를 가졌다. 성내초 제공
서울 성내초는 교직원과 학교 축구부 학생 선수 간 친선경기를 열었다. 교장·교감·교사들과 주무관, 학교 보안관을 포함한 교직원 17명, 2~6학년 학생 선수 26명 등 총 43명이 땀을 흘렸다. 김동균 성내초 교감은 “스승의날의 의미가 점점 퇴색되고 있지만 학생과 교사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활동은 늘 필요하다”며 “몸을 부대끼는 축구를 통해 학생 선수들의 사기도 높일 수 있었다”고 했다.

김지예 기자
2024-05-1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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