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TSMC 멈췄다… ‘반도체 공급망’ 흔든 대만 강진

TSMC 멈췄다… ‘반도체 공급망’ 흔든 대만 강진

김진아 기자
김진아, 윤창수, 최영권 기자
입력 2024-04-04 01:31
업데이트 2024-04-04 01:31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규모 7.2 강진… 25년 만에 최악

반도체 가동 중단 생산 차질 우려
955명 사상… 건물 125채 붕괴돼
수도 타이베이까지 진동 느껴져
일본·필리핀도 한때 쓰나미 경보

이미지 확대
폭삭 주저앉은 건물
폭삭 주저앉은 건물 3일 오전 7시 58분(현지시간) 대만 동부 화롄에서 남동쪽으로 25㎞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규모 7 이상의 강진 영향으로 한 건물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25년 만에 일어난 최대 규모 강진에 오후 4시 기준 최소 7명이 사망하고 700여명이 다쳤다. 건물 100여채가 무너져 잔해 속에서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화롄 AFP 연합뉴스
대만 동부에서 3일 오전 7시 58분(현지시간) 규모 7 이상의 강진이 발생해 오후 7시 기준 9명이 사망하고 946명이 다쳤다. 고립 상태인 137명에 대해서는 구조 작업을 진행 중이다. 25년 만에 대만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일본 오키나와와 필리핀에 쓰나미(지진해일) 경보가 발령되는 등 인근 지역이 공포에 떨었다.

지진은 대만 동부 관광도시 화롄에서 남동쪽으로 25㎞ 떨어진 앞바다에서 일어났다. 대만 중앙기상서는 규모를 7.2로 추정했고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는 7.4, 일본 기상청은 7.7로 각각 측정했다. 지진 발생 10여분 뒤부터 규모 6.5의 여진이 25차례 넘게 이어졌고 화롄에서 138㎞ 떨어진 수도 타이베이에서도 큰 진동이 느껴졌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긴급대응반 구성을 지시했다. 대만 당국은 이번 지진으로 건물 125채가 파손되고 일부 건물에 사람들이 갇혀 있는 것을 파악한 뒤 구조작업에 나섰다.

이번 지진은 1999년 규모 7.6 강진이 덮쳐 최소 2415명의 목숨을 앗아간 ‘9·21 대지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우젠푸 대만 중앙기상서 지진예측센터장은 “앞으로 3~4일간 규모 7의 여진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강진 직후 가동을 일시 중단해 반도체 생산 차질 우려가 나왔다. 애플 아이폰 등의 위탁제조업체인 대만 폭스콘도 일부 생산라인을 멈춰 세우는 등 이번 지진은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강진의 영향으로 오전 8시 58분쯤 대만과 가장 가까운 일본 오키나와현 요나구니지마에서 규모 4의 지진이 일어났고 30㎝ 높이의 쓰나미가 관측됐다.
3일(현지시간) 규모 7 이상 강진 여파로 산사태가 발생한 대만 동부. 2024.4.3 엑스
3일(현지시간) 규모 7 이상 강진 여파로 산사태가 발생한 대만 동부. 2024.4.3 엑스
대만과 인접한 필리핀도 연안 지역에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가 해제했다.

대만은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해 늘 크고 작은 지진이 일어나는 곳이다. 불의 고리는 지진과 화산 활동이 발생하는 판의 경계를 뜻한다. 이번 지진의 강도는 원자폭탄 32개를 한꺼번에 터뜨린 수준이라고 현지 매체는 분석했다.
이미지 확대
3일 오전 7시 58분(현지시간) 대만 동부 화롄에서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해 대만 전역이 피해를 입었다. 중부 타이중의 한 고속도로에 낙석이 쏟아져 일부 구간이 가로막혔다.  타이중 AFP 연합뉴스
3일 오전 7시 58분(현지시간) 대만 동부 화롄에서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해 대만 전역이 피해를 입었다. 중부 타이중의 한 고속도로에 낙석이 쏟아져 일부 구간이 가로막혔다.
타이중 AFP 연합뉴스
이날 강진은 수도 타이베이뿐 아니라 섬 전체에 영향을 미쳐 900여명이 죽거나 다치는 등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했다. 상당수가 터널과 건물 등에 갇혔는데 이 가운데 60여명이 화롄과 쑤아오를 잇는 진원 터널에 몰려 있다고 CNN방송이 대만 내정부 소방서(NFA)를 인용해 보도했다. 인근 다칭수이 터널 안에도 15명이 갇혔다.

또 다른 터널에서도 독일인 2명이 발이 묶이는 등 피해 지역 내 외국인은 캐나다인까지 포함해 모두 4명으로 알려졌다. 지진이 발생한 화롄 지역에 체류 중인 한국인은 약 50명이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아직까지 우리 국민의 인명 피해는 접수된 게 없다”고 밝혔다.

지진 사망자 9명 가운데 3명은 화롄 타이루거 국립공원 등산객으로 낙석에 맞아 숨졌다. 한 트럭 운전사도 화롄 터널 근처에서 바위에 부딪혀 사망했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타이루거 국립공원에서 관광객 40여명이 부상을 입었고 수백 명이 대피했다.
이미지 확대
화롄 지역 내 무너진 건물에서 주민들이 어린이를 구출하고 있다.  화롄 AP 연합뉴스
화롄 지역 내 무너진 건물에서 주민들이 어린이를 구출하고 있다.
화롄 AP 연합뉴스
지진이 발생한 시점에 진앙인 화롄에서 100여㎞ 떨어진 대만 최고봉 옥산국립공원에 오른 등산객은 “3952m 높이의 옥산이 심하게 흔들려 둘로 쪼개지는 줄 알았다.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상 지점의 바위를 부여잡고 공포에 질려 고성을 지르는 동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다행히 한 시간 뒤 산에서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다.

대만 경찰은 화롄에서 주상복합건물인 8층 천왕성빌딩을 포함해 4동이 심하게 기울었다고 밝혔다. 무너져 내리다시피 한 천왕성빌딩에서 22명이 구조됐고 5명은 갇혀 있다. 1명은 실종됐다. 경찰은 생명 신호 탐지기와 수색견을 동원해 건물 1~2층 사이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 실종자를 찾고 있다. 천왕성빌딩은 지진이 발생하고 10여분이 지난 오전 8시 11분쯤 여진으로 붕괴됐다고 현지 경찰이 전했다.

대만 중앙 응급상황 운영센터는 125채의 건물과 가옥이 파손됐다고 보고했다. 화롄과 대만 중부 고속도로의 여러 산악 구간이 부분적으로 함몰되거나 낙석이 쏟아져 교통이 일시 마비됐다. 타이베이 지역의 지하철 운행이 중단됐고 대만 곳곳에서 단전 사태가 생겨나 30만 가구 넘게 전기가 끊겼다.
이미지 확대
강한 지진으로 화롄 지역에서 산사태가 일어났다. 화롄 로이터 연합뉴스
강한 지진으로 화롄 지역에서 산사태가 일어났다.
화롄 로이터 연합뉴스
다음달 취임식을 갖는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은 이날 예정된 집권 민진당 상무위원회 회의를 취소하고 지진 피해가 가장 큰 화롄 지역을 찾아갔다. 라이 당선인은 지진으로 무너지거나 기울어진 건물과 학교, 병원 등을 잇달아 방문해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중국 정부가 “지진 구조 업무를 돕겠다”고 제안했지만 대만 정부는 “실종자 수색 인력이 충분하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냉랭한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를 그대로 보여 주는 대목이다.

대만에서는 하루 평균 100회의 지진이 발생하지만 대부분은 규모 3.5 이하여서 체감할 수 없다. 그러나 이날 지진은 25년 만에 규모가 가장 크고 발생 깊이도 15.5㎞로 얕아서 내진 설계가 적용된 건물들이 무너졌다.

일본을 비롯해 상하이와 쑤저우, 선전, 광저우, 산터우 등 중국 동부 해안에서도 지진이 감지됐다.
이미지 확대
일본 남단 오키나와에는 쓰나미(지진해일) 경보가 발령됐다. 대만과 가장 가까운 요나구니지마에서는 이날 오전 8시 58분쯤 규모 4의 지진이 일어났다. 곧바로 “최대 3m 높이의 쓰나미가 올 수 있다”는 경보가 발령됐다.

NHK를 비롯한 모든 방송이 정규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긴급 재난방송 체제로 전환했다. 각 방송사의 아나운서는 다급한 목소리로 “지금 빨리 높은 곳으로 도망치라”,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지켜야 한다”며 지난 1월 1일 일본 노토반도 강진 때와 마찬가지로 긴급 대피를 요청했다.

쓰나미 경보를 듣고 아내와 한 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피난을 떠난 오키나와의 한 남성(45)은 요미우리신문에 “몇 번이나 쓰나미 경보가 울려 정말로 무서웠다”며 당시 피 말리던 상황을 전했다.
이미지 확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동일본 대지진과 노토반도 지진 때 대만의 모든 분들이 정말로 따뜻하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며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대만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도쿄 김진아 특파원·서울 윤창수 전문기자·최영권 기자
2024-04-04 1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