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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패션’ 청바지 뭉갠 北…“미 제국주의 상징” [포착]

‘자본주의 패션’ 청바지 뭉갠 北…“미 제국주의 상징” [포착]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입력 2024-03-27 11:30
업데이트 2024-03-2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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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관광객 예외…외국인 영상 검열은 이례적”
스키니진 등 입은 주민에는 의복훼손·벌금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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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TV는 25일 영국 BBC방송의 2010년작 ‘앨런 티치마쉬의 정원의 비밀’을 방영하면서 진행자인 티치마쉬의 청바지를 흐림 처리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조선중앙TV는 25일 영국 BBC방송의 2010년작 ‘앨런 티치마쉬의 정원의 비밀’을 방영하면서 진행자인 티치마쉬의 청바지를 흐림 처리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19세기 미국의 골드 러시(1848~1855) 때부터 본격 유행한 청바지를 북한은 ‘미 제국주의 상징’으로 간주, 1990년대부터 착용을 엄격히 금지해왔다.

다만 북한을 방문하는 서방 관광객에게는 이런 조치가 적용되지 않았다. 북한이 국영방송을 통해 방영하는 외국 프로그램에서도 청바지를 입은 출연자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변화가 감지됐다. 북한이 외국 프로그램 속 출연자 청바지도 검열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25일 조선중앙TV는 BBC방송이 2010년 제작한 ‘앨런 티치마쉬의 정원의 비밀’을 방영하며 진행자의 청바지를 흐리게 처리했다.

이날 조선중앙TV는 영국 유명 정원사인 앨런 티치마쉬가 청바지 차림으로 식물 가꾸는 법을 소개하는 장면을 내보냈는데, 이때 이미지 변조 기술인 블러(blur) 처리를 통해 청바지를 흐릿하게 뭉갰다.

다만 바지의 파란색은 그대로 드러나 그가 청바지를 입었다는 점은 식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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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13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 4호’ 발사에 기여한 관계자들을 위한 환영 연회를 열었다고 조선중앙TV 등 매체가 15일 보도했다. 사진은 부인 리설주와 함께 연회에 참석한 김 제1위원장의 모습. 리설주는 이날 붉은색 저고리 한복을 입고 약 4개월만에 공개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2016.2.15 조선중앙TV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3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 4호’ 발사에 기여한 관계자들을 위한 환영 연회를 열었다고 조선중앙TV 등 매체가 15일 보도했다. 사진은 부인 리설주와 함께 연회에 참석한 김 제1위원장의 모습. 리설주는 이날 붉은색 저고리 한복을 입고 약 4개월만에 공개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2016.2.15 조선중앙TV 연합뉴스
북한은 2022년부터 조선중앙TV를 통해 이 프로그램을 여러 차례 방영해왔다. 하지만 청바지를 흐릿하게 뭉갠 것이 언론에 포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전문가인 피터 워드는 NK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이 TV 속 외국인의 청바지를 검열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가디언은 북한의 청바지 검열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부터 시작한 ‘악성적 서구 문화’ 퇴치 캠페인의 하나로 보인다고 짚었다.

북한은 최근 몇 년간 외국 문화의 영향력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추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부르주아 문화’와 ‘반사회주의적 행위’를 자본주의 국가들이 북한을 약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무기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2022년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이 ‘자본주의’ 옷차림과 머리 모양을 단속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외국어가 적힌 스키니진과 티셔츠, 염색한 머리나 긴 머리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익명의 북한 소식통은 이 방송에 “주로 20~30대 여성을 (단속) 대상으로 한다”며 만약 순찰대에 잡히면 단속 대상은 그들이 해당 지역에 대한 단속을 모두 마칠 때까지 길가에서 기다려야 한다고 전했다.

통일부가 지난달 공개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 보고서’에도 스키니진 등을 입을 경우 바지를 찢기거나 잘리고 벌금을 내야 한다는 탈북민의 전언이 담겨 있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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