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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밴드 전자기타 치던 과학고 수석… 의사 꿈꾸다 ‘크립토 황제’로[2024 재계 인맥 대탐구]

록밴드 전자기타 치던 과학고 수석… 의사 꿈꾸다 ‘크립토 황제’로[2024 재계 인맥 대탐구]

박성국 기자
박성국 기자
입력 2024-03-25 18:11
업데이트 2024-03-26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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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재계의 신흥강자 <7>두나무

글로벌 암호화폐 억만장자 ‘톱8’

언론 등 노출 드문 ‘은둔의 경영자’
고향선 “머리 좋은 학원집 아들”
책·동양 철학에 심취했던 모범생
부모님의 ‘더 넓은 세상’ 권유 계기
의대 아닌 서울대 컴퓨터공학 선택

병역특례 IT기업서 개발자 ‘첫발’
‘코인 사기범’ 몰린 5년 이겨내고
AI +금융 등 새 아이템 발굴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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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형 두나무 회장
송치형 두나무 회장
“한국 최고의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설립자로 그가 보유한 자산은 39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4조 5060억원)에 달한다.”

송치형(45) 두나무 회장이 암호화폐 투자자가 아닌 일반 대중에 이름을 널리 알린 건 2022년 4월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암호화폐 억만장자’ 순위를 발표하면서다. 당시 포브스가 집계한 암호화폐 부자 20인 중 송 회장의 위치는 8위였는데 그와 같은 글로벌 거래소 운영자 출신들이 상위권에 포진됐다. 1위는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를 설립한 중국계 캐나다 사업가 창펑자오(650억 달러), 2위는 FTX 최고경영자(CEO) 샘 뱅크먼프라이드(240억 달러), 3위는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CEO 브라이언 암스트롱(66억 달러)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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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회장은 두나무의 급성장으로 2022년 대기업집단의 회장 반열에 올랐지만 언론 노출이나 대외 활동이 극히 드물어 ‘은둔의 경영자’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지난달 28일 그가 나고 자란 충남 공주에서 만난 토박이들도 두나무라는 기업과 송치형이라는 기업인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다만 그를 ‘머리 좋은 학원집 아들’로 기억하는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많았다.

송 회장은 1979년 공주에서 아버지 송흥섭씨와 어머니 이민희씨 사이에서 외동으로 태어났다. 공주중과 충남과학고 재학 시절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명석했는데, 아버지는 태권도 사범 생활 이후 지역 학원연합회 회장을 지냈고 어머니는 영어·수학 학원을 운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들이 장성한 지금은 모두 은퇴해 공주에서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 공주중 인근 마을회관에서 만난 80대 주민은 “송 회장 외할아버지가 옛날 이 지역에서 학당도 하고 풍수에도 밝아 그 집안사람들이 다 똑똑하다”고 말했다.

송 회장 역시 외조부의 영향을 받아 어린 나이에도 동양 철학에 심취했고 책 속에 파묻혀 지낸 전형적인 모범생으로 알려졌다. 두나무는 송 회장부터 신입 프로그래머에 이르기까지 사내 구성원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소통한다는 취지로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데, 송 회장은 영문명으로 ‘TAO’(타오)를 쓰고 있다. 타오는 ‘도리’와 ‘이치’ 등을 뜻하는 한자 ‘道’(도)의 미국식 표음이다. 기업 경영의 ‘바른 길’(正道)을 걷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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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 시절에는 의대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면서도 밴드부에 가입해 전자기타를 수준급으로 연주했다고 한다. 고교 축제 때에는 인기 록 밴드 본 조비의 ‘Bed Of Roses’를 연주하며 발군의 실력을 뽐냈다.

송 회장 인생의 첫 전환점은 1997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뒤 진로를 변경하면서 찾아왔다. 당시 송 회장의 부모는 “좁은 수술실보다는 더 넓은 세상에서 꿈을 펼쳐 보는 것도 좋겠다”고 권유했고, 송 회장은 평소 관심 있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위해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선택했다.

크립토(암호화폐 시장) 황제를 향한 두 번째 전환점은 병역특례로 군 복무를 대체하면서 찾아왔다. 그는 컴퓨터공학과 함께 경제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하면서 졸업 후 경영전문대학원(MBA) 유학을 갈 계획이었지만, 병역특례로 근무한 정보기술(IT) 기업 다날에서 휴대폰 결제 시스템 등을 만들며 본격적인 개발자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휴대폰 불법 결제 범죄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던 1990년대 말 다날에서 불법 결제 패턴을 찾아 방지하는 아이디어로 특허를 냈고, 이를 한국과 중국에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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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형(오른쪽 세번째) 두나무 회장은 골프 유망주 육성을 위한 공익단체 ‘디딤돌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탁구와 육상 등 국내 비인기 스포츠를 회사 차원에서 후원하는 것과 달리 골프는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왼쪽부터) 여지예 재단 사무국장, 정종찬 (주)이도 부사장, 오재욱 젠틀몬스터 대표, 이승호 PGA투어 아시아·태평양 대표, 전유훈 한강에셋 부의장,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 최정훈 (주)이도 대표, 이상호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 대표, 송 회장, 변진형 LPGA투어 아시아·태평양 대표, 최인용 아쿠쉬네트코리아 대표. 디딤돌재단 제공
송치형(오른쪽 세번째) 두나무 회장은 골프 유망주 육성을 위한 공익단체 ‘디딤돌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탁구와 육상 등 국내 비인기 스포츠를 회사 차원에서 후원하는 것과 달리 골프는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왼쪽부터) 여지예 재단 사무국장, 정종찬 (주)이도 부사장, 오재욱 젠틀몬스터 대표, 이승호 PGA투어 아시아·태평양 대표, 전유훈 한강에셋 부의장,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 최정훈 (주)이도 대표, 이상호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 대표, 송 회장, 변진형 LPGA투어 아시아·태평양 대표, 최인용 아쿠쉬네트코리아 대표.
디딤돌재단 제공
2012년 4월 설립한 두나무를 10년 만에 대기업으로 키워 냈지만 시련도 있었다. 검찰은 송 회장이 2017년 업비트에 가짜 회원 계정을 만들고 1221억원 규모 자산을 예치한 것처럼 전산을 조작해 이득을 취했다며 2018년 12월 그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 수사와 기소가 이뤄지면서 송 회장은 코인 투자로 손실을 본 개인 투자자들에게 ‘코인 사기범’으로 낙인이 찍혔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일관된 무죄였다. 범죄자 낙인을 지워내는 데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지난해 11월 무죄 확정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아내와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차기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전시회 CES 현장을 수행원 없이 방문해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현황을 둘러보며 금융서비스에 AI를 접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국 기자
2024-03-2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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