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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치도 결국 줄서기? 당내 주류에 반기 들면 갈 곳 없어”[총선리포트Ⅱ-청년정치와 그 적들<3>]

“청년정치도 결국 줄서기? 당내 주류에 반기 들면 갈 곳 없어”[총선리포트Ⅱ-청년정치와 그 적들<3>]

이범수 기자
이범수 기자
입력 2024-03-26 01:04
업데이트 2024-03-2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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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정치인들의 항변

김남국 코인 비판한 野청년 의원들
‘코인 8적’으로 찍혀 경선 탈락·탈당
與서도 친윤 대척점 섰다가 신당行
“힘으로 찍어 누르기 청년 위축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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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지난해 10월 전북 전주시 전북대에서 열린 2023년도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지난해 10월 전북 전주시 전북대에서 열린 2023년도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
‘청년 정치인이 청년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정치권 일각의 비판에 대해 청년 정치인들은 기존 권력에 반기를 들 경우 보다 쉽게 축출되는 정치 문화를 그 이유로 꼽았다. 실제 당내 주류에 반발했던 여야 청년 정치인 대부분이 이번 총선 경선에서 탈락 혹은 컷오프(경선 배제)됐거나 탈당을 선택했다. 청년 정치인의 쓴소리를 힘으로 찍어 누르는 거대 정당 문화가 청년 정치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인사는 25일 “현재 민주당은 ‘개딸’(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자)들이 (공격할 사람을) 목표로 해 놓고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쓴소리하는) 청년 정치인들은 (당연히) 전멸”이라며 “이번 선거에서도 일부 청년 정치인은 갑자기 친명(친이재명)으로 전향했는데 그러지 않으면 구조적으로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대표 사례로 친명계 김남국 더불어민주연합 의원의 가상화폐 보유 논란 때 거센 비판에 나섰던 민주당 내 청년 정치인 10명을 꼽았다. 이 중 1명은 불출마했고, 9명은 모두 이번 총선에서 탈락했거나 탈당했다.

10명 중 8명은 지난해 5월 김 의원이 가상화폐 보유와 회기 중 거래 논란 등으로 논란을 빚을 때 국회에서 비판 기자회견을 열어 강성 지지자로부터 ‘코인 8적’으로 비난받았고 그 결과 이번 총선에서 낙천 운동의 대상이 됐다. 신정현 전 경기도의원은 “당 주류인 의원이 전화를 걸어 ‘당신이 포함되면 반명(반이재명) 기자회견밖에 안 된다’고 지적해 기자회견 당일 새벽에 급히 빠졌다”고 말했다. 양소영 전 민주당 대학생위원장도 코인 8적에선 빠졌지만 비슷한 시기에 김 의원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강성 당원들의 거센 공격을 받았다.

이후 신 전 의원과 양 전 위원장은 민주당을 탈당해 새로운미래에 합류했고, 코인 8적 중 불출마한 하헌기 전 청년대변인을 빼면 7명 모두 공천받지 못했다. 이동학(인천 중·강화·옹진) 전 최고위원 등 3명은 경선에서 졌고, 정은혜 전 의원과 신상훈 전 경남도의원은 컷오프됐다. 권지웅 전 비상대책위원과 성치훈 전 행정관은 청년전략특구로 지정된 서울 서대문갑에 지원해 낙마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친윤(친윤석열)계와 대척점에 섰던 청년 정치인들이 적잖게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천하람 변호사와 이기인 전 도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천 변호사는 21대 총선 때 국민의힘의 험지인 전남 순천에 출마해 낙선한 인물로 당정 관계를 공개 비판해 왔다. 이 외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대표였을 때 기획했던 대변인 오디션 ‘나는 국대다’ 출신인 임승호·문성호 전 대변인, 곽승용 전 부대변인 등도 개혁신당으로 옮겼다.

반면 청년 정치인이라도 당 주류와 뜻이 맞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민주당에서 청년전략특구로 지정해 공개 오디션을 치렀던 서울 서대문갑 경선에서 ‘대장동 변호사’인 김동아 후보는 오디션 탈락 하루 만에 구제되며 불공정 시비가 일었다. 또 보수 텃밭인 부산 수영에 공천됐던 친윤계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막말 논란으로 지난 16일 공천이 취소되고도 대통령실과의 사전 소통을 강조하며 무소속 출마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에서 공천받은 한 출마자가 당내 청년들에게 “앞으로 줄을 잘 서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논란이 됐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천안시의원에 출마했던 김민성(32)씨는 “청년 정치인들이 기성 정치의 공식을 답습할 경우 참신함과 차별성을 잃지만 공식을 따르지 않을 땐 이들을 ‘미숙한 존재’로 보고 거부감을 느끼는 분위기 역시 존재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우종혁(25) 국민의힘 강남구의원은 “청년 정치인 모두가 겪는 진통일 수 있다. 주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다 보니 (초심이) 변질되는 면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부분을 성찰하기 위한 (청년 정치인들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별기획팀

정치부=이경주·이민영·하종훈·명희진·이범수·손지은·최현욱·김가현·황인주·김주환·조중헌 기자
2024-03-2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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