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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주차에 막힌 소방차…소방관들 결국 ‘쪽문’으로 달려갔다

불법주차에 막힌 소방차…소방관들 결국 ‘쪽문’으로 달려갔다

김민지 기자
김민지 기자
입력 2024-03-25 11:05
업데이트 2024-03-2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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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DB
서울신문DB
경기 광주의 한 화재 현장에서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소방차가 진입하는데 5분 넘게 걸리는 일이 발생했다. 대규모 화재에서 소방차 진입이 지연될 경우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전 2시 56분쯤 경기 광주시의 한 아파트 9층에서 불이 나 40대 가장이 숨지고 두 자녀가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1시간 20여분 만인 오전 4시 19분쯤 화재를 진압했다.

화재 사고를 목격한 시민은 동아일보에 “불법 주차된 차량 때문에 소방차가 한참을 못 들어갔다”고 전했다.

동아일보가 확보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이날 화재 신고가 들어온 지 약 10분 만인 오전 3시 6분쯤 소방차가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 그러나 오르막길을 따라 승용차와 트럭 등 차량 6대가 주차돼 있어 소방차가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전진과 후진을 약 7분간 반복한 끝에 소방차는 아파트 주차장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주차구역 밖에 세워진 차량 때문에 소방차는 사고가 난 건물 공동현관 앞으로 진입하지 못했다. 뒤늦게 차량 주인이 차를 옮겼지만 이미 소방대원들은 아파트 쪽문 계단을 통해 현장으로 진입한 뒤였다.

당시 상황에 대해 소방 관계자는 “차량 진입은 지연됐지만 다행히 건물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출입로가 가까워 빠르게 달려가 초동조치를 할 수 있었다”면서도 “아파트 내부 소화전이 노후해 고장나 있는 경우도 많아 소방차가 반드시 아파트 공동현관 앞까지 진입해야 신속하게 화재를 진압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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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을 앞둔 지난 7일 광주 광산구 전통시장에서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이 열리고 있다.  광주 광산소방서는 긴급차량 출동로 양보 의무를 시민에게 알리고자 정기적으로 훈련을 실시한다. 광산소방서 관계자는 “재난 현장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시민의 자발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2024.2.8 광주 광산소방서 제공
설 명절을 앞둔 지난 7일 광주 광산구 전통시장에서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이 열리고 있다. 광주 광산소방서는 긴급차량 출동로 양보 의무를 시민에게 알리고자 정기적으로 훈련을 실시한다. 광산소방서 관계자는 “재난 현장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시민의 자발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2024.2.8 광주 광산소방서 제공
한편 지난 2018년 소방기본법에는 소방 긴급출동 시 통행을 방해하는 주정차 차량에 대해 강제처분을 집행할 수 있다는 조항이 생겼다. 이에 따른 강제처분 훈련이 5년간 6000건 넘게 치러졌는데, 실제로 집행한 건수는 4건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 9월까지 전국 소방본부에서 진행한 강제처분 훈련은 총 6394건으로 집계됐다. 2018년 1건을 시작으로 2019년 10건, 2020년 10건, 2021년 79건, 지난해 4095건으로 증가했다.

유형별로 보면 강제돌파 641건, 차 밀기 631건, 강제견인 576건, 차량손괴 331건 순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강제처분이 이뤄진 것은 4건에 불과했다.

이는 차주의 연락처를 찾아 이동을 요구하고, 이것이 힘들다고 했을 때 강제처분에 관해 설명한 뒤 지휘 대장의 지시를 기다려야 하는 등 복잡한 매뉴얼 탓이라고 정 의원은 지적했다. 여기에 차주들의 민원과 이어지는 소송에 대한 부담도 강제집행을 주저하는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강제집행된 4건 가운데 1건은 피해 보상 처리를 진행하고 있고, 1건은 66만원의 손실을 보상해주기로 했다.

정 의원은 “내 집에 불이 났는데, 불법 주차한 차주에게 차를 빼달라고 요청한 탓에 소방차가 늦게 왔다고 하면 누가 이해하겠냐”며 “현장 소방대원이 강제처분 조치를 주저하지 않도록 현장 매뉴얼을 간소화하고, 민원 전담 인력을 따로 두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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