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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시간 내 160㎞’ 세계서 가장 힘든 마라톤…女완주자 나왔다

‘60시간 내 160㎞’ 세계서 가장 힘든 마라톤…女완주자 나왔다

최재헌 기자
최재헌 기자
입력 2024-03-25 07:55
업데이트 2024-03-2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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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난이도 울트라마라톤
英 페리, 99초 남기고 완주 기록
탈옥수서 영감받아 고안된 대회
1989년 이후 20명만 완주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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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재스민 패리가 제한시간 60시간 안에 160㎞(100마일)을 주파해야 하는 세계에서 가장 힘든 울트라마라톤 중 하나로 꼽히는 바클리 마라톤을 완주한 최초의 여성이 되면서 새 역사를 만들었다고 BBC와 CNN 등 외신들이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사진은 경기를 마친 후 지쳐 땅에 쓰러진 패리의 모습. 사진 BBC/뉴시스 2024.03.24.
영국 재스민 패리가 제한시간 60시간 안에 160㎞(100마일)을 주파해야 하는 세계에서 가장 힘든 울트라마라톤 중 하나로 꼽히는 바클리 마라톤을 완주한 최초의 여성이 되면서 새 역사를 만들었다고 BBC와 CNN 등 외신들이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사진은 경기를 마친 후 지쳐 땅에 쓰러진 패리의 모습. 사진 BBC/뉴시스 2024.03.24.
고도 8848m의 에베레스트를 두 번 왕복하는 수준의 표고차를 이정표는커녕 제대로 된 루트조차 없이 밤낮없이 달려 제한 시간 60시간 안에 160㎞(100마일)를 주파해야 하는 세계에서 가장 힘든 울트라마라톤 중 하나로 꼽히는 바클리 마라톤 대회.

올해 마흔살의 영국 수의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재스민 패리가 미국 테네시주 ‘프로즌 헤드 주립공원’에서 열린 바클리 마라톤을 완주한 최초의 여성이 되면서 새 역사를 만들었다고 BBC와 CNN 등 외신들이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패리는 이날 제한 시간 60시간을 불과 99초 남긴 59시간 58분 21초의 기록으로 전체 5위이자 이날의 마지막 완주자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참가자 중 5명이 완주한 것도 바클리 마라톤 역사상 첫 기록이다. 지난해 3명이 완주한 것이 과거 최고 기록이었다.

대회 마지막 날인 지난 22일 결승선에 모여든 관중들은 패리가 20일 오전 5시 17분(한국시간 오후 6시 17분) 시작된 마라톤을 제한 시간 내에 완주할 것인지 초조하게 지켜보았다. 결국 완주에 성공한 패리는 너무 지친 나머지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곧바로 땅에 널브러졌다.

BBC는 “패리는 극한의 지형은 물론이고 길이 없는 땅을 밤새도록 헤쳐 나가면서 계속 달려야 했다”며 “날카로운 덤불을 헤치면서 다리가 긁힌 모습이 사진에 고스란히 담겼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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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각) 미국 테네시주 프로즌헤드 주립공원에서 열린 ‘바클리 마라톤’을 완주한 직후의 재스민 패리스. 인스타그램(@howiesternphoto) 캡처
22일(현지시각) 미국 테네시주 프로즌헤드 주립공원에서 열린 ‘바클리 마라톤’을 완주한 직후의 재스민 패리스. 인스타그램(@howiesternphoto) 캡처
바클리 마라톤은 특이하게도 탈옥수에게서 영감을 받아 고안된 대회다. 미국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암살범 제임스 얼 레이가 1977년 탈옥 뒤 체포되는 과정에서 “나는 경찰의 수색을 피해 이틀 동안 8마일(약 13㎞)을 이동했다”고 이야기했는데 이 사실을 전해 들은 육상선수 게리 캔트럴이 “나는 (이틀 동안) 100마일도 갈 수 있다”고 말한 것을 계기로 실제 대회로 만들어졌다. 1986년 첫 대회가 시작됐고 1989년부터 현재의 코스가 완성됐다.

마라톤 참가자들은 60시간 안에 32㎞(20마일)의 코스를 5바퀴 반복해서 달려야 한다. 에베레스트 높이의 2배가 넘는 약 1만 8900m의 산악지대를 오르내려야 하고 밤낮으로 거친 수풀 사이를 넘나들며 나침반 같은 길 안내를 도와줄 기본 장비조차 없이 기억에 의존해 달려야 해 중간에 길을 잃는 경우도 흔하다. 바클리 마라톤이 인간의 극한의 의지를 시험하는 대회로 악명이 높은 이유다.

지난 1989년 160㎞로 확장된 이후 지금까지 단 20명만이 제한 시간 60시간 안에 완주하는 데 성공했다. 중도 탈락자의 비율이 99%에 이르러 마라토너들 사이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대회’라는 평가를 들어왔다.

대회 참가 인원은 매년 35명으로 제한되고 그나마 1.6달러(약 2200원)의 참가비와 함께 자신이 뛰어야 하는 이유를 쓴 글이 심사를 통과해야만 한다. 경기는 대회를 처음 고안한 캔트럴이 담배에 불을 붙이면 시작된다. 참가자들은 대회 코스 구간마다 마련된 책에서 자기 등 번호에 해당하는 쪽을 뜯어 코스 완주를 증명해야 한다.

재스민은 지난 2019년 1월 더비셔에서 스코틀랜드 국경까지 약 429㎞(268마일)를 달리는 몬테인 스파인 경주를 83시간 12분 23초에 주파해 종전 기록을 12시간 이상 단축하며 최초의 여성 우승자로 이름을 올린 경력도 갖고 있다.

한편, 이번 대회 우승은 58시간 44분 59초로 주파한 우크라이나의 이호르 베리스가 차지했다. 이어 59시간 15분 38초의 존 켈리와 59시간 30분 32초의 재러드 캠벨(이상 미국), 59시간 38분 42초의 그레이그 해밀턴(뉴질랜드) 등 단 4명의 남성만이 패리에 앞서 결승선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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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클리 마라톤을 소개한 사진. 바클리 마라톤 홈페이지
바클리 마라톤을 소개한 사진. 바클리 마라톤 홈페이지
최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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