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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 전야, 알아크사 사원서 무력충돌… 살얼음판 된 ‘모두의 성지’

라마단 전야, 알아크사 사원서 무력충돌… 살얼음판 된 ‘모두의 성지’

김진아 기자
김진아 기자
입력 2024-03-12 03:59
업데이트 2024-03-12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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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불발 속 하마스 “팔 집결” 촉구
무슬림 수천명 기도하러 몰려와
이스라엘 경찰, 곤봉 휘둘러 통제

바이든 “레드라인 넘지마” 경고
네타냐후 “라파 침공 감행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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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들이 이슬람교의 금식 성월 라마단 전날인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동예루살렘에 있는 알아크사 사원에서 ‘타라위’라고 불리는 저녁 기도를 하고 있다. 라마단은 쿠란을 계시받은 신성한 달로 일출부터 일몰 때까지 물조차 입에 대지 않고 날마다 5번 기도하며 신성하게 보낸다. 애초 올해 라마단은 10일부터로 예정됐지만 이슬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가 메카에서 초승달이 관측된 다음날인 11일을 라마단 첫날로 규정하면서 이날 이슬람권에서 대부분 라마단이 시작됐다. 예루살렘 AP 연합뉴스
무슬림들이 이슬람교의 금식 성월 라마단 전날인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동예루살렘에 있는 알아크사 사원에서 ‘타라위’라고 불리는 저녁 기도를 하고 있다. 라마단은 쿠란을 계시받은 신성한 달로 일출부터 일몰 때까지 물조차 입에 대지 않고 날마다 5번 기도하며 신성하게 보낸다. 애초 올해 라마단은 10일부터로 예정됐지만 이슬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가 메카에서 초승달이 관측된 다음날인 11일을 라마단 첫날로 규정하면서 이날 이슬람권에서 대부분 라마단이 시작됐다.
예루살렘 AP 연합뉴스
이슬람 금식 성월인 라마단의 전야 기도회가 열린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동예루살렘에 있는 성지 알아크사 사원에서 무슬림과 이스라엘 경찰이 충돌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의 휴전 협상이 타결되지 못한 채 라마단 직전에 폭력 사태가 벌어지면서 중동 지역에 긴장감이 번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라마단 기간에 알아크사 사원으로 집결하자고 촉구한 뒤 무슬림 수천 명이 전야 기도회에 참여하기 위해 이곳에 몰려들자 이스라엘 경찰은 이들의 어깨와 종아리 등을 곤봉으로 때렸다. 이 영상은 소셜미디어(SNS)를 타고 급속도로 퍼졌다.

이스라엘 경찰 측은 “사원에서 기도할 자유와 안전을 위해 지도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곤봉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전 가이드라인이 어떤 내용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주 “라마단 첫째 주에는 알아크사 사원에서 기도할 수 있는 예배자 숫자를 예년과 같이 유지하며, 이스라엘 아랍인에 대한 제한은 없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예루살렘의 아랍 인구 대부분은 이스라엘 시민권을 갖고 있지 않아 알아크사 사원 출입에 엄격한 제한을 받는다.

특히 경찰 지도부는 네타냐후 총리와 달리 아랍인의 알아크사 사원 출입을 엄격하게 제한한다는 입장이어서 경찰과 기도하려는 무슬림 사이의 충돌 위험은 상존했다. 코비 샤브타이 경찰청장은 “라마단 초기부터 사원 출입을 제한할 것이며, 이스라엘인이든 동예루살렘 출신이든 젊은 아랍인들은 주요 선동자이기 때문에 사원에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아크사 사원 출입을 거부당한 젊은 무슬림 남성들이 사원으로 이어지는 골목길과 구시가지 성벽 밖에서 기도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SNS를 통해 퍼졌다.

알아크사 사원이 라마단 기간 가장 위험한 장소가 된 이유는 이곳이 이슬람교, 유대교, 기독교 등 3대 종교의 공통된 성지이기 때문이다. 알아크사 경내 ‘바위돔’은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가 승천한 바위가 있던 자리이자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하나님께 제물로 바친 장소이며 이스라엘 솔로몬 왕이 성전을 지었던 곳이다.

종교 간 충돌을 막기 위해 1994년 이스라엘과 요르단은 평화협정을 체결해 유대인과 기독교도는 사원 방문만 가능하며 무슬림만 사원 경내에서 기도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에 불만을 품은 유대교도들이 의도적으로 사원을 방문해 갈등을 일으켰다. 2000년에는 아리엘 샤론 전 이스라엘 총리가 사원을 기습 방문해 제2차 인티파다(팔레스타인 주민의 반이스라엘 저항운동)를 낳았다.

경찰을 감독하는 이타마르 벤 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부 장관도 지난해 5월 알아크사 사원을 찾아 “하마스의 위협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며 성지 도발을 감행하자 결국 하마스는 5개월 후인 10월 7일 ‘알아크사 홍수 작전’을 일으켜 이스라엘인 1200여명을 살해했다.

휴전 협상에 실패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고통받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제 마음 가장 앞에 있을 것”이라며 라마단을 맞아 메시지를 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지난 9일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그의 전쟁 방식이 “이스라엘을 돕는 것 이상으로 해치고 있다”고 비판해 두 사람의 갈등 수위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그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의 난민촌 라파 공격은 레드라인을 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다음날 “남아 있는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을 파괴하기 위한 것이며 이스라엘군은 최소 1만 3000명의 하마스 전투원을 죽였다”면서 전쟁을 정당화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10월 7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는 것”이라며 휴전 협상과 관계없이 라파를 공격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미국은 굶주려 죽을 위기에 처한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해 배를 이용한 구호에 나섰다. 키프로스에서 구호 선박이 가자로 향한 가운데 해안에 임시 부두를 건설하기 위한 작업도 시작됐다.
윤창수 전문기자
2024-03-1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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