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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아버지 ‘욘’의 과시욕…한국 아버지들과 다르지 않아”

“노르웨이 아버지 ‘욘’의 과시욕…한국 아버지들과 다르지 않아”

오경진 기자
오경진 기자
입력 2024-03-05 01:43
업데이트 2024-03-05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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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무대 오르는 연극 ‘욘’ 연출 고선웅·공연고문 김미혜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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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만난 고선웅(왼쪽) 서울시극단장과 김미혜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명예교수가 오는 29일 M씨어터 무대에 오르는 헨리크 입센의 연극 ‘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서울시극단의 올해 첫 작품인 ‘욘’은 입센이 만년에 쓴 작품이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처음 입센의 전집을 노르웨이어 원전으로 옮긴 공로로 노르웨이 왕실 훈장을 받은 바 있다. 도준석 전문기자
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만난 고선웅(왼쪽) 서울시극단장과 김미혜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명예교수가 오는 29일 M씨어터 무대에 오르는 헨리크 입센의 연극 ‘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서울시극단의 올해 첫 작품인 ‘욘’은 입센이 만년에 쓴 작품이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처음 입센의 전집을 노르웨이어 원전으로 옮긴 공로로 노르웨이 왕실 훈장을 받은 바 있다.
도준석 전문기자
‘근대극의 아버지’로 불리는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1828~1906)이 만년에 쓴 작품 ‘욘’(포스터)이 오는 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인간의 고독과 자유를 향한 갈망을 세대 간의 갈등을 빌려 그린다. ‘절규’로 유명한 에드바르 뭉크(1863~1944)가 연극 포스터와 무대를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져 더 관심을 끈다. 어떻게 준비되고 있을까. 연출을 맡은 고선웅(56) 서울시극단장과 드라마투르그(공연고문) 김미혜(76)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명예교수를 4일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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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품인가.

김 교수 “입센은 강력한 인물을 작품의 제목으로 정한다. 욘 가브리엘 보르크만의 이야기다. ‘명제극의 창시자’로도 불리는 입센은 생각할 거리를 사회에 던지는 작가다. 성공에만 가치를 둔 욘이 몰락하는 모습을 통해 과연 그처럼 살 것인지 관객에게 묻는다. 전 세계 배우들이 이 작품을 쓴 입센에게 고마워하기도 한다. 연기하기에 너무 매력적이고 멋진 인물이라서 그렇다.”

-어떻게 읽었나.

고 단장 “다 읽고서 울었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다. 쌓였던 여러 감정이 터져 나온 것 같다. 구불구불한 길을 걸어가는 인물에게서 슬픔을 느꼈다. 어디론가 쓸쓸하게 퇴장하는 모습이었다. 연극에서나 인생에서나 등장과 퇴장이 중요하다. 퇴장은 영광스럽지만 만만치 않은 일이잖나.”

김 교수 “가난했던 입센은 ‘인형의 집’ 성공과 저작권 문제가 해결된 베른조약(1886) 전후로 엄청난 부자가 됐다. 잘살다가 말년에 몰락한 욘과는 정반대의 사정이다. 어쩌면 작품은 이미 성공한 입센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호사, 누려도 되느냐고.”

-작품의 매력은.

고 단장 “말이 많은 연극을 좋아한다. 무대에서 욘이 허장성세를 부리는데 왜인지 쓸쓸하고 짠하다. 우리도 직장에서, 동창회에서 누굴 만나면 내가 누구인지 과시하려고 하지 않나. 정치인들도 선거철이 되면 공허한 말을 쏟아 내곤 빠르게 망각한다. 그런 것들 옆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삶도 아울러 그린다. 욘은 노르웨이 작가가 창조한 인물인데 한국의 아버지들 같기도 하다.”

-욘의 아들 ‘엘하르트’는 결국 자유를 찾아 떠난다.

김 교수 “입센이 원래 제목을 ‘엘하르트’로 지으려고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입센은 항상 눈을 미래에 두고 있는 사람이니까. 엘하르트가 ‘대학생’이라는 점이 굉장히 중요하다. 엘하르트가 아무리 자유를 찾아 떠났다고 해도 엄청난 영웅일 것 같진 않다. 그저 보통의 사람일 뿐이다. 입센이야말로 서민을 본격적으로 작품의 인물로 만든 작가라고 생각한다.”

-한 세기도 넘은 작가의 작품을 2024년 한국의 관객들이 봐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김 교수 “입센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시의성을 잃지 않는다는 거다. 거창하지 않고 아주 일상적인 이야기들은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곳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다양한 나이의 관객이 느낄 것이 있는 작품이다.”

고 단장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동시대 매일 저녁 내지는 휴일에 아버지가 회사에 가지 않았을 때 벌어질 법한 이야기, 명절에 고향 갔을 때 모여서 싸움 벌어진 것처럼 실감 나는 이야기다. 생애주기별로 공감하고 편들 수 있는 인물이 있을 것이다. 누구는 자식의 입장이, 누구는 부모의 입장이, 누구는 전 애인의 입장이 될 수도 있겠다.”
오경진 기자
2024-03-0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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