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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배아도 사람’ 판결 후폭풍 대선판 흔들라, 몸사리는 트럼프

‘냉동배아도 사람’ 판결 후폭풍 대선판 흔들라, 몸사리는 트럼프

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입력 2024-02-29 16:27
업데이트 2024-02-2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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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세계 최초로 ‘낙태 자유’ 헌법에 명문화 추진
미국, 2022년 낙태권 폐지…‘냉동배아도 사람’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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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성이 28일 냉동 배아의 법적 권리를 인정한 앨라배마주 대법원의 판결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라 브라운이란 이름의 이 여성은 인공수정(IVF)으로 두 아이를 얻었다며 법원 판결에 난임 시술 병원이 문을 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버밍햄 AP 연합뉴스
미국 여성이 28일 냉동 배아의 법적 권리를 인정한 앨라배마주 대법원의 판결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라 브라운이란 이름의 이 여성은 인공수정(IVF)으로 두 아이를 얻었다며 법원 판결에 난임 시술 병원이 문을 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버밍햄 AP 연합뉴스
태아의 생명과 여성의 자유를 규제하는 낙태권을 둘러싸고 유럽과 미국이 상반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헌법에 ‘낙태할 자유’를 실을 예정이지만, 미국에서는 냉동 배아(수정란)를 ‘태아’로 인정한 판결을 두고 후폭풍이 거세다.

프랑스 상원은 28일(현지시간) 낙태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 개정안을 찬성 267표 대 반대 50표로 가결 처리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헌법 개정안은 이미 지난달 하원도 통과해 다음 달 4일 양원 합동회의만 거치면 된다.

개정안에는 헌법 제34조에 ‘여성이 자발적으로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조건을 법으로 정한다’는 문구를 담게 된다. ‘낙태할 권리’와 ‘낙태할 자유’ 사이에서 마크롱 정부는 ‘자유의 보장’이란 절충안을 찾았다.

지난 1975년 낙태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한 프랑스는 이로써 여성의 낙태권을 헌법에 명시한 첫 번째 국가가 된다. 프랑스 의회는 “많은 국가, 심지어 유럽에서도 여성이 원하는 경우 임신을 중단할 자유를 막으려는 흐름이 있다”면서 미국의 사례를 지적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2022년 임신 약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자 여러 주에서 여성의 낙태권을 제한하는 후속 절차를 마련했다. 이에 프랑스에선 낙태를 ‘되돌릴 수 없는’ 헌법적 권리로 만들자는 요구가 나왔고, 2022년 재선에 성공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낙태권의 헌법 명시를 공약했다.

게다가 보수적인 미국 앨라배마주 대법원은 지난 16일 냉동 배아도 사람이며 폐기할 경우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해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일파만파의 파장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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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서 28일 생명론자들이 여성 낙태권의 헌법 명시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파리 AFP 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에서 28일 생명론자들이 여성 낙태권의 헌법 명시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파리 AFP 연합뉴스
미국에서 낙태권은 1970년대부터 ‘정치 양극화’를 상징하는 이슈로 자리 잡았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여성의) 선택 우선’ 정당, 공화당은 ‘생명 우선’ 정당이다. 특히 지난 2022년 중간선거에서는 혼란한 경제 상황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속에서 공화당의 압도적 우위가 점쳐졌지만, 민주당이 낙태 이슈를 선점하면서 젊은 층과 여성의 투표를 끌어내 예상 밖 선전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낙태권이 쟁점화되면 선거판이 민주당에 유리하게 돌아간다는 경험칙 때문에 낙태 반대에 소극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앨라배마주 대법원의 판결 이후 난임 병원이 문을 닫는 등 혼란이 발생하자 “아이를 가지려는 커플들이 인공수정(IVF)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는 냉동 배아도 인간이란 언급을 피하면서 강경 일변도인 경제, 이민, 외교, 안보 문제와 달리 낙태 이슈만큼은 한발짝 물러선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앨라배마주 대법원의 판결 이후 낙태권을 제한하는 공화당 정책을 비난하면서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앙숙’ 사이인 CNN은 “내가 인공수정 시술 필요성의 살아있는 증거”라며 불임 부부들의 인터뷰를 실었다. 바이든 대통령도 “여성의 능력을 무시한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라며 냉동 배아 관련 판결에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윤창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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