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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에 하이힐 신고…” 허위 경력·책 표절 독일외무 또 논란 (영상)

“전쟁터에 하이힐 신고…” 허위 경력·책 표절 독일외무 또 논란 (영상)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입력 2024-02-26 13:27
업데이트 2024-02-2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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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주를 방문한 아날레나 베어보크(43) 독일 외무장관이 2022년 3월 러시아군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미콜라이우 주 정부 청사 앞에 서 있다. 오른쪽은 그가 이날 착용한 하이힐. 2024.2.25 AFP 연합뉴스/엑스(X·옛 트위터)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주를 방문한 아날레나 베어보크(43) 독일 외무장관이 2022년 3월 러시아군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미콜라이우 주 정부 청사 앞에 서 있다. 오른쪽은 그가 이날 착용한 하이힐. 2024.2.25 AFP 연합뉴스/엑스(X·옛 트위터)
이력서 허위 경력 기재 및 책 표절 의혹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아날레나 베어보크(43) 독일 외무장관이 이번엔 ‘전쟁터 하이힐’로 도마 위에 올랐다.

베어보크 외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최대 항구 오데사로 이어지는 전략적 요충지 미콜라이우를 방문, 고려인 4세인 비탈리 킴(42) 주지사와 폐허가 된 도심을 둘러봤다.

특히 무너진 미콜라이우 주 정부 청사를 방문한 뒤 그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꺾이지 않는 저항의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미콜라이우 주 정부 청사는 2022년 3월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됐다. 당시 공습으로 미콜라이주에서는 37명이 사망하고 30명이 다쳤다. 킴 주지사는 늦잠을 잔 덕에 화를 면했다며 착잡함을 드러낸 바 있다.

베어보크 장관은 독일 설계·제조 중소기업 보레알 라이트(Boreal Light GmbH)가 정부의 지원으로 미콜라이우주에 설치한 태양광 담수화 시스템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베어보크 장관은 상수도·병원·주택 등 인도적 지원자금을 1억 달러(약 1442억) 늘리겠다고 밝혔다.

다만 베어보크 장관은 태양광 시설 방문 중 러시아군 정찰 드론이 출현하자 일정을 축소하고 철수했다. 장관 일행이 떠난 직후 미콜라이우주 전역에는 공습 경보가 발령됐다.

그는 24일 밤 오데사에서도 공습 경보에 호텔 대피소로 피신했다.

이후 독일 내에서는 뜻밖의 논란이 일었다. 사상자가 속출한 전쟁터에 하이힐을 신고 간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었다.

● “전쟁터에서 하이힐?”…거품 꺼진 ‘포스트 메르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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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주를 방문한 아날레나 베어보크(43) 독일 외무장관이 하이힐을 신은 채 현장을 둘러본 것과 관련해, 조아나 코타르 독일 연방의회 의원은 엑스(X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진심인가? 전쟁터에서 하이힐을 신는다고? 이런 연출은 견디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2024.2.25 엑스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주를 방문한 아날레나 베어보크(43) 독일 외무장관이 하이힐을 신은 채 현장을 둘러본 것과 관련해, 조아나 코타르 독일 연방의회 의원은 엑스(X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진심인가? 전쟁터에서 하이힐을 신는다고? 이런 연출은 견디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2024.2.25 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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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주를 방문한 아날레나 베어보크(43) 독일 외무장관이 비탈리 킴 미콜라이우 주지사와 함께 하이힐을 신은 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2024.2.25 비탈리 킴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주를 방문한 아날레나 베어보크(43) 독일 외무장관이 비탈리 킴 미콜라이우 주지사와 함께 하이힐을 신은 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2024.2.25 비탈리 킴
베어보크 장관은 이날 약 7~10㎝ 가량의 굽 높은 베이지색 부츠를 신고 미콜라이우주를 방문했다.

이후 독일 내에선 전쟁 상처가 아물지 않은 비극의 현장에 외교수장으로서 적절치 않은 옷차림을 택했단 비난이 나왔다.

조아나 코타르 독일 연방의회 의원은 25일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에 하이힐을 신은 베어보크 장관 사진을 공유하며 “진심인가? 전쟁터에서 하이힐을 신는다고? 이런 연출은 견디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관련 소식을 전한 도이치벨레, AFP통신 기사와 독일 외무부 SNS 게시글 밑에도 베어보크 장관의 하이힐 차림을 비난하는 댓글이 심심찮게 달렸다.

진보당인 녹색당 공동대표이기도 한 베어보크는 2021년 총선에 출마하며 ‘포스트 메르켈’로 주목받았다. 총선 전 여론조사에서는 한때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현지 주간지 ‘스턴’은 “드디어 새로운 것이 나타났다”, “정치적 무명인에서 총리 후보까지”라는 표현으로 베어보크 돌풍을 조명하기도 했다.

그의 인기에 힘입어 녹색당 지지도도 급상승했다. 녹색당 지지도가 앙겔라 메르켈의 기독교민주연합·기독교사회연합(기민·기사연합/CDU·CSU)과 올라프 숄츠의 사회민주당(사민당·SPD) 등 독일 최대 양당을 앞질렀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베어보크가 2013년 정치에 입문한지 8년, 녹색당 공동대표에 취임한 지 3년 밖에 안 됐을 때 일이었다.

하지만 베어보크 돌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선거를 3개월 앞둔 2021년 6월 허위 경력 및 표절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며 거품이 꺼졌다.

● 이력서 허위 기재, 책 표절에 이은 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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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2021년 총선 직전 출간한 책 ‘지금: 국가를 새롭게 하는 방법’(Jetzt: Wie wir unser Land erneuern·2021년 6월) 표절 논란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2021년 총선 직전 출간한 책 ‘지금: 국가를 새롭게 하는 방법’(Jetzt: Wie wir unser Land erneuern·2021년 6월) 표절 논란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1980년생인 베어보크는 독일 북부 하노버의 농촌 마을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반핵 시위에 참여하며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고, 십대 시절 트램펄린 선수로 활약한 경력도 있다.

하노버대 졸업 후 런던경제대학(LSE)에서 1년짜리 국제법 석사과정을 밟은 그는 잠시 기자로 활동하다 2005년 녹색당에 가입해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베어보크는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한 이력서에 독일마샬기금(GMF), 유엔난민기구(UNHCR) 등에서 근무했다고 경력을 허위·과장 기재했다.

일례로 베어보크는 유엔난민기구를 위해 기금을 모금하는 독일 파트너 단체 ‘UNO 난민구호’(UNO-Flüchtlingshilfe)를 지원한 것을 부풀려, 마치 유엔난민기구 출신인 것처럼 과장했다.

베어보크 측은 논란 하루 만에 홈페이지에서 이력서를 수정했다.

일각에서는 베어보크가 LSE 석사 과정 입학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가 의원 급여 외에 소속 정당에서 받은 수천 유로의 추가 수입을 신고하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베어보크가 선거 직전 출간한 책 ‘지금: 국가를 새롭게 하는 방법’(Jetzt: Wie wir unser Land erneuern·2021년 6월)은 표절 논란에 휘말렸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 책은 슈피겔 등 언론 매체 기사와 일반 연구원의 논문 문장, 심지어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문장까지 출처 기재 없이 그대로 도용했다. 확인된 표절 문장만 100여개다.

베어보크는 즉시 실수를 인정했으나, 후보 개인은 물론 정당에 대한 지지율까지 주저앉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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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주를 방문한 아날레나 베어보크(43) 독일 외무장관이 2022년 3월 러시아군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미콜라이우 주 정부 청사 앞에 서 있다. 2024.2.25 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주를 방문한 아날레나 베어보크(43) 독일 외무장관이 2022년 3월 러시아군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미콜라이우 주 정부 청사 앞에 서 있다. 2024.2.25 AFP 연합뉴스
다행히 베어보크는 기후변화 대응을 경제 발전보다 우선시하는 청년층의 압도적 지지 속에 총선에서 사상 최고 득표율 확보에 성공했고, 숄츠의 사민당을 과반을 얻지 못해 녹색당 및 자유민주당(자민당·FDP)과 연립 정부를 세우게 됐다.

그리고 숄츠 총리는 독일 역사상 최초의 ‘남녀 동수 내각’을 출범시키며 베어보크를 독일 최초의 여성 외무장관으로 임명했다.

이로써 베어보크는 ‘신호등 연정’(자민당의 빨강, 사민당의 노랑, 녹색당의 초록 등 각 당의 상징색을 딴 별칭)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허위 경력 기재 및 책 표절, 수입 신고 누락과 부정입학 의혹에 이어 ‘전쟁터 하이힐’ 논란까지 불거져 지지자 추가 이탈은 막지 못할 전망이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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