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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니 시신 가족 품으로…“더 많은 죽음이 기다리고 있어”

나발니 시신 가족 품으로…“더 많은 죽음이 기다리고 있어”

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입력 2024-02-25 18:47
업데이트 2024-02-25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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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독립언론, 나발니같은 정치범이 생명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
푸틴의 정적이었던 나발니, 암살과 테러공격에 시달리다 돌연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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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반정부 활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포스터 곁에 조화가 24일 놓여 있다. 밀라노 AFP 연합뉴스
러시아 반정부 활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포스터 곁에 조화가 24일 놓여 있다. 밀라노 AFP 연합뉴스
러시아의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교도소에서 사망한 지 9일 만에 가족들이 그의 시신을 넘겨받았다. 인권 활동가들은 나발니와 같은 러시아 정치범 최소 13명이 가혹한 수감환경에서 죽음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AFP통신은 2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이었던 나발니가 지난 16일 극악한 환경의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사망한 뒤 어머니가 그의 시신을 인수했다고 전했다.

나발니의 어머니는 “비밀” 장례식에 합의하지 않으면 시신을 교도소에 묻어버리겠다는 협박을 받았고, 소송을 제기한 뒤에야 아들의 주검을 품에 안을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당국은 푸틴 대통령의 부패를 폭로하다 교도소에 갇힌 지 3년 만에 사망한 나발니의 죽음을 자연사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공개 장례식도 막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는 독립언론 ‘노바야 가제타’를 통해 “수십 명의 다른 정치범들이 죄수들을 고의로 확대하는 러시아 교도소에서 사망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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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러시아 여성이 24일 소련의 정보기간 KGB의 후신 FSB 근처의 악명높은 강제수용소 굴라크인 솔로베츠키 섬에서 가져 온 바위에 나발니의 죽음을 애도하는 조화를 놓고 있다. 모스크바 AP 연합뉴스
한 러시아 여성이 24일 소련의 정보기간 KGB의 후신 FSB 근처의 악명높은 강제수용소 굴라크인 솔로베츠키 섬에서 가져 온 바위에 나발니의 죽음을 애도하는 조화를 놓고 있다. 모스크바 AP 연합뉴스
무라토프는 푸틴의 무도함을 알린 많은 정치범이 비위생적이고 가혹한 교도소 환경 때문에 고통받고 있으며, 심각한 질환을 앓고 있음에도 치료조차 못 받는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전 발발 이후 러시아 당국의 전쟁 관련 언급에 대한 엄격한 잣대 때문에 7년 형을 받은 알레세이 고리노브는 8년 전 폐의 3분의1을 덜어내는 절제술을 받았다.

고리노브가 한 일은 우크라이나에서 어린이들이 죽어간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며 아동 그림대회와 춤 축제를 반대했지만 러시아군에 대한 가짜 정보를 퍼뜨린 혐의를 받게 됐다. 전쟁 비판을 금지한 법 시행 이후 처음 실형을 받은 러시아인으로, 시범적 처벌이란 지적이 나온다.

고리노브의 친척과 친구들은 그가 교도소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어 날이 갈수록 얼굴이 파랗게 질려간다며 ‘느리고 고통스러운 살인’이 진행 중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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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나발니의 미망인 율리아 나발나야를 안고 위로하고 있다. 워싱턴DC UPI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나발니의 미망인 율리아 나발나야를 안고 위로하고 있다. 워싱턴DC UPI 연합뉴스
정치범들은 온수가 나오는 멀쩡한 샤워 시설이 있어도 사용 허가를 받지 못해 간수와 다툼을 벌여야 하며 심부전, 천공성 궤양, 폐렴 등 질환을 앓아도 약조차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가 수감된 50대 남성은 감방에서 갑자기 쓰러져 머리를 부딪히지만 간수가 머리에 붕대만 감아주었고, 사망 후 교도소는 사인을 심장마비라고 적었다.

‘노바야 가제타’는 생명의 위협을 받는 정치범 13명의 명단을 공개하며, 나발니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 지난해부터 노력했다고 밝혔다.

나발니는 사망 이전에도 영양실조 등의 우려가 제기됐고, 비밀리에 수감장소가 북극의 시베리아로 바뀌기도 했다. 국제적십자사에 나발니의 구명을 호소하며 스파이를 비롯한 러시아 수감자와의 교환을 촉구했지만 결국 허사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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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나발니(오른쪽)가 2017년 러시아에서 눈에 테러 공격을 당한 직후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가 남편을 치료하고 있다.  모스크바 AP 연합뉴스
생전 나발니(오른쪽)가 2017년 러시아에서 눈에 테러 공격을 당한 직후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가 남편을 치료하고 있다. 모스크바 AP 연합뉴스
이 신문은 “나발니의 목숨을 구하기에는 이미 늦었지만, 아직 다른 생명을 구할 기회가 있다”고 호소했다.
윤창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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