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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파업에 부담 가중되는 공공의료원...“장기화하면 못 버텨”

전공의 파업에 부담 가중되는 공공의료원...“장기화하면 못 버텨”

이창언 기자
이창언, 명종원, 설정욱 기자
입력 2024-02-22 16:16
업데이트 2024-02-2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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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의료수요 외곽으로 번져...성남시의료원 전원환자 급증
경남·전북 등 직접적인 여파 없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
인력 부족 공공의료원, 사태 장기화하면 치료 불가능 우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전공의 집단행동이 이어지면서 수도권 병원은 부담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특히 서울 의료수요가 서울 외곽으로 번지는 양상이 뚜렷해 집단행동이 장기화될 경우 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경기 남부 최대 공공 의료시설인 경기도 성남시의료원에서는 집단행동 전후를 비교했을 때 전원환자가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돌입한 20일과 21일 이틀 간 매일 7명씩 전원환자가 방문했다. 평소 평균 전원환자수인 4.6명보다 2명 이상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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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걸린 필수·지역·공공의료 확대 촉구 성명서
병원에 걸린 필수·지역·공공의료 확대 촉구 성명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사흘째인 22일 서울 시내의 한 공공병원에 의료연대본부가 작성한 필수·지역·공공의료 확대 촉구 성명서가 걸려 있다. 2024.2.22. 연합뉴스
특히 7명의 전원환자 중 4명이 산부인과 환자였다. 성남시의료원 관계자는 “출산이 아닌 긴급한 수술을 위해 산부인과 환자들이 방문했다”면서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임산부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1명 뿐이라 더 많은 환자들이 몰리면 과부하가 걸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공공의료원 상황도 마찬가지다. 당장은 비상근무 계획을 시행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 중이지만 의료공백이 심해지면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공공의료원 처지에서는 감당 가능한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찾은 경남 마산의료원은 아직 이번 집단행동 여파가 직접적으로 닿진 않은 모습이었다. 환자가 대거 몰리는 등 이렇다 할 혼란 없이 평소와 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마산의료원 외래환자는 19일 713명, 20일 609명, 21일 550명으로 전공의 집단행동 전후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의료원 측은 비상근무조를 편성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마산의료원 관계자는 “현재 3단계(대기 상태) 비상근무 체계를 사태 장기화나 심화 때 2단계(응급실에 의료진 5명 파견, 평일 2시간·토요일 4시간 연장) 또는 1단계(응급실에 의료진 절반 파견, 평일 2시간·토요일 4시간 연장)로 격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북도 비슷한 분위기다. 전북 한 의료원 관계자는 “인턴이 1명씩 응급실 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며 “ 환자가 많이 없어 지금은 문제없다. 숙소도 가까워 전문의들이 언제든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턴들이 많아 서브 역할을 해주면 좋은데, 당장은 없어도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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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지나는 의료진
응급실 지나는 의료진 22일 오전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응급실로 이동하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전체 전공의 대부분이 근무하는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20일 밤까지 전공의 8천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2024.2.22. 연합뉴스
현재 공공의료원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사태 장기화다. 수도권 일부 의료원에 닿은 여파가 점차 비수도권으로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다.

대형병원 의료공백이 심화하면 의료원 인력이 동원될 수도 있고 이 경우 남은 의료진 과부하는 불 보듯 뻔하다.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 운용이 어려워지면 그 피해는 평소 의료원을 자주 이용하던 주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한 의료원 관계자는 “대형병원 파업 규모가 커지고 장기화하면 경증 환자는 작은 의료원이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는 큰 문제 없이 운영되고 있지만 소문대로 의료원 의사들을 대형병원으로 파견하면 환자들을 감당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의료원 관계자 역시 “코로나19 때를 봐도 그렇다. 대부분 공공의료원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장기간 격무에 시달렸다”며 “공공의료 강화 필요성이 대두했지만 인력 충원은 없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경기도가 발표한 ‘전공의 사직서 제출현황’에는 21일 기준 총 1554명이 사직서를 낸 것으로 집계되면서 전날(1573명)보다 19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한때 ‘전공의가 복귀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경기도는 해당 자료에 “사직서 제출 후 복귀 사례 등으로 사직서 제출인원 변동”이라고 적기도 했지만, 이는 일부 병원에서 잘못 보고해 생긴 ‘해프닝’으로 밝혀졌다.

경기도는 추후 정정자료를 통해 도내 전공의 사직서 제출인원을 19일 834명 → 20일 1469명, 21일 1554명으로 고쳤다. 그러나 전공의 이탈 문제로 시민이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관리당국이 허점을 보여준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이창언 명종원 설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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