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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뺏는 통신사의 역발상 전시 “독소를 쫙 빼드리겠습니다”

스마트폰 뺏는 통신사의 역발상 전시 “독소를 쫙 빼드리겠습니다”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24-02-12 14:15
업데이트 2024-02-1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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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홍대 인근 SK텔레콤 T팩토리
‘송글송글 찜질방’ 기획자 인터뷰
숏폼 중독 깨닫고 디톡스 전시 기획
스마트폰 대신 독서·명상·퀴즈 풀기
입소문 나면서 길게는 1시간씩 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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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서 진행 중인 SK텔레콤 체험형 전시 ‘송글송글 찜질방, 도파민 쫙 빼드립니다’를 기획한 류현재 T팩토리팀 매니저는 지난 7일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참가자들이 스마트폰을 자연스럽게 맡길 수 있고 디톡스(해독)와 관련된 공간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찜질방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서 진행 중인 SK텔레콤 체험형 전시 ‘송글송글 찜질방, 도파민 쫙 빼드립니다’를 기획한 류현재 T팩토리팀 매니저는 지난 7일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참가자들이 스마트폰을 자연스럽게 맡길 수 있고 디톡스(해독)와 관련된 공간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찜질방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업무 특성상 스마트폰을 계속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데 언젠가부터 퇴근해서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더라고요.”

SK텔레콤 T팩토리팀에서 전시 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류현재(33) 매니저는 트렌드와 가까워야 한다는 생각에 각종 ‘숏폼’(짧은 동영상)을 보다가 스스로 중독돼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했다.

류 매니저는 지난 7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처음에 숏폼을 접했을 때는 이런 걸 누가 볼까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제가 퇴근하고 집에 가서도 계속 보고 있더라. 지난해 ‘도둑맞은 집중력’이라는 책을 접한 뒤에야 ‘도파민 중독’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새롭고 재미있는 걸 경험할 때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에 중독된 나머지, 숏폼이 주는 짧고 쉬운 재미에서 빠져 나올 수 없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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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지난 3일부터 진행 중인 체험형 전시 ‘송글송글 찜질방’.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이 지난 3일부터 진행 중인 체험형 전시 ‘송글송글 찜질방’. SK텔레콤 제공
류 매니저의 개인적 경험은 지난 3일부터 시작된 SK텔레콤 T팩토리의 새로운 전시에 투영됐다. ‘송글송글 찜질방, 도파민 쫙 빼드립니다’라는 이름의 체험형 전시로 참가자는 스마트폰을 개인 물품 보관함(락커)에 맡겨두고 책을 읽거나 퀴즈를 풀고, 음악을 들으며 명상을 하는 일명 ‘디톡스’(해독) 활동을 한다. 10분 동안 명상을 하면 디톡스 점수 20점을 얻는 식이다.

찜질방에서 땀을 빼며 몸 안의 독소를 내보내듯 자신의 도파민 중독 지수(최대 100점)가 ‘0’이 될 때까지 점수를 따면 스마트폰을 되찾을 수 있다.

청년 세대의 도파민 중독을 해소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건데 금새 입소문이 나면서 방문자의 연령대도 다양해졌다. 지난 9일 설 연휴 첫날 오전 이 곳을 찾았을 때는 자녀와 함께 찾은 부모도 여러 명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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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지난 3일부터 진행 중인 체험형 전시 ‘송글송글 찜질방’에 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도파민 중독 테스트다. 이 체크리스트를 통해 자신의 도파민 중독 지수를 점검한 뒤 독서, 명상, 퀴즈 풀기 등의 ‘디톡스’(해독) 활동을 하는 식이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이 지난 3일부터 진행 중인 체험형 전시 ‘송글송글 찜질방’에 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도파민 중독 테스트다. 이 체크리스트를 통해 자신의 도파민 중독 지수를 점검한 뒤 독서, 명상, 퀴즈 풀기 등의 ‘디톡스’(해독) 활동을 하는 식이다. SK텔레콤 제공
스마트폰 보관함 열쇠는 총 160개로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돼 있다보니 길게는 1시간씩 대기를 한다. 체험을 끝낸 참가자에게는 타월을 주는데 2주치 물량이 첫 주에 거의 다 소진돼 추가 발주를 했을 정도로 방문자 수도 예상을 뛰어 넘었다.

류 매니저는 “체험의 시작이자 핵심인 스마트폰을 맡기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면 어쩌나’라는 걱정을 좀 했다”면서 “(걱정과 달리) 사람들은 오히려 이 부분에 호응을 했다”고 말했다. 자발적으로 휴대전화와 거리를 둔다는 게 쉽지 않은데 이 기회를 통해 스마트폰과 떨어져 있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동통신사 서비스를 체험하는 공간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잠시 멈춰달라는 ‘역발상 전시’도 재미를 더한 요소다. 참가자 후기를 보면 “휴대전화가 없어도 즐길거리가 많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됐다”, “왜 이런 전시는 서울에서만 하는거냐. 부산에서도 해달라”는 내용도 나온다.

류 매니저는 “도파민 중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던 책(도둑맞은 집중력)을 출간한 출판사에서도 ‘협업을 해보자’는 제의가 왔다”며 “전시 공간을 활용한 이벤트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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