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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행동 사실”…‘과고 출신’ 배달기사, 절도 이력에 자필 사과문

“잘못된 행동 사실”…‘과고 출신’ 배달기사, 절도 이력에 자필 사과문

김민지 기자
김민지 기자
입력 2024-02-05 09:33
업데이트 2024-02-0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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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고서 가난 때문에 학폭” 사연 화제
친구 노트북 훔친 사건 뒤늦게 알려져
의대 도전 프로그램서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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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수 SNS, 유튜브 채널 ‘미미미누’ 캡처
정순수 SNS, 유튜브 채널 ‘미미미누’ 캡처
과학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학교폭력을 당해 대학에 가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샀던 20대 배달기사 정순수(25)씨가 학창시절 친구들의 노트북을 훔쳤다는 사실이 드러나 결국 의대 도전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유튜브 채널 ‘미미미누’는 지난 4일 커뮤니티 게시판에 ‘헬스터디2 2화 영상 비공개 처리 안내’라는 공지문을 올리고 “2화 업로드 이후 참가자 정순수 학생이 영상에서 말한 내용들의 진위여부를 파악해달라는 제보를 접하게 되었고, 확인 결과 영상에서 말한 내용들은 모두 사실이었다”면서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순수 학생이 고교시절 저지른 잘못에 대한 고백과 함께 자진 하차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미미미누는 “해당 영상이 기사화되면서 영상의 내용과 무관한 제3자까지 비난을 받는 상황까지 초래되었고, 추가적인 피해를 방지하지 하기 위해 영상을 비공개 처리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택배 상·하차 일하며 수능 도전 ‘사연 화제’
최근 유튜브 채널 ‘미미미누’는 ‘헬스터디’ 시즌2에 합류하는 정씨의 사연을 공개했다. ‘헬스터디’는 수능 공부 기초가 없는 N수생을 대상으로 그 해의 수능 시험에 목숨을 걸어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합격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입 콘텐츠다. 2025학년도 수능까지 모든 교재와 대면 강의를 지원하고 목표 대학 합격 시 첫 학기 등록금을 전액 지원한다. 4000명의 지원자 중 2명이 합격했고, 정씨는 그중 한명이었다.

정씨는 중학교 시절 전교 1등을 차지할 정도로 성적이 우수해 과학고에 진학했지만, 대치동 과학고 입시반에서 이미 친해진 다른 동급생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했다. 정씨의 가정 형편이 어렵다는 걸 알게 된 동급생 일부는 “(가난을) 소문내겠다”며 괴롭히기도 했다고 했다. 정씨는 어머니가 조울증으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형편은 더 어려졌고, 아버지마저 치매에 걸렸다고 고백했다.

정씨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택배 상·하차 일을 하면서 지난 5년간 계속 수능을 봤지만 성적은 좋지 않았다. 최근 수능 성적은 4, 5 등급이었다. 그러던 중 헬스터디 모집을 봤고 ‘신이 나를 버리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6수에 도전하는 그는 “의사가 돼서 엄마 아빠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나같이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자는 결심으로 의대에 지망하게 됐다”고 했다.

美9박 10일 학교 행사에 부담…노트북 훔친 뒤 자수
정씨의 사연이 알려진 후 온라인에서는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미미미누’는 지난 3일 라이브 방송을 통해 여러 의혹을 해명했다.

먼저 가난한 것이 맞느냐는 의혹에 대해 미미미누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기초생활수급자가 맞다”며 “생계급여, 의료급여 등의 증명서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정씨 부모의 건강 상황에 대해 미미미누는 “정씨의 어머니는 양극성정동장애를 앓고 있으며 아버지는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것 맞다”며 “이 역시 확인서가 있다”고 했다.

학교폭력이 정말 있었는지에 대한 의혹에 대해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가 열릴 정도의 학교폭력은 없었던 것 같다”면서도 “가난을 희화화하는 워딩은 사실이다. 정순수 학생에게 심한 말을 했던 친구 중 모두는 아니지만 일부는 이번에 정말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고 했다. 이어 “정순수 학생은 그 사과를 받아줬다”며 “제3자가 학폭 맞냐고 의혹을 제기하는 건 사과하는 학생들에게도, 순수에게도 너무 힘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순수는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았고 더 이상 일이 커지길 원하지 않는다”며 “동기들에 대한 원색적 비난을 삼가 달라”고 부탁했다.

마지막으로 미미미누는 “순수 학생이 하차하게 된 가장 큰 계기”라며 절도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순수 학생이 고등학교 1학년 때 다른 학생들의 노트북에 손을 댔다는 건 사실관계가 입증됐다. 3대였다”고 했다. 당시 학교에서 미국 9박 10일 체험학습 행사가 있었는데 비용은 300만~400만원이었다. 정씨는 가정 형편상 부모님에게 말하지 못하다가 친구들의 노트북을 훔쳤다. 일주일 뒤 정씨는 결국 자수했고, 노트북은 그대로 돌려줬다고 한다.

미미미누는 “과거에도 순수는 3명의 학생에게 진심으로 사과했고, 이번에도 또 사과했다”며 “학생들은 사과를 받아주었다”고 했다.

미미미누는 “99명이 응원해도 한 명이 악플 달면 너무 큰 상처를 받게 된다. 앞으로 순수 학생의 힘찬 인생을 응원하고 싶었는데 이런 상황에 내몬 것 같아서 죄책감에 힘들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순수 학생의 동기들도 학폭을 은폐한 집단이 되어버린 것 같다”며 “누구에게든 원색적인 비난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가 올린 영상으로 벌어진 일이니 비난의 화살은 제게 쏘아 달라”고 했다.

정씨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제가 너무 힘들다는 핑계로, 도망을 치듯 하차를 하겠다고 한 것 같아서 민우 형(미미미누)에게 너무 죄송하단 말을 하고 싶다. 영상에서 나온 이야기들로 인해서 제가 살아온 길에 대해서 공감해주시고 좋은 댓글과 개인 메시지를 보내주신 많은 분에게도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자필 메시지를 공개했다.

정씨는 “영상에 나온 이야기들은 제 모든 걸 걸고 진실된 이야기였다”며 “하지만 제가 과거에 했던 너무나 잘못된 행동도 정말 있었던 일”이라며 영상 공개 후 불거진 노트북 절도 사건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정씨는 “당시에도, 이번에도 제 사과를 받아준 세명의 동기들에게 정말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뿐”이라며 “평생 미안해하면서, 고마워하면서 살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동기들이 저의 사과를 받아주고, 앞으로의 저를 응원해 줬어도 제가 한 행동은 너무 잘못된 행동이었고, 이 점을 떳떳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며 “평생 제 잘못을 인식하고 반성하며 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씨는 “저는 비록 헬스터디에서는 하차하지만 절대 인생을 포기하지 않겠다. 짧은 시간 동안 저를 향한 많은 응원은 제가 힘든 상황에서도 열심히 살아왔던 날들에 대해서 틀리지 않았다는 걸 느끼게 해줬다”면서 “꾸준히 공부하는 모습을 SNS를 통해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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