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난 소방과 결혼”… 두 영웅, 68일간 수해 구조도 함께했다

“난 소방과 결혼”… 두 영웅, 68일간 수해 구조도 함께했다

김상화 기자
김상화 기자
입력 2024-02-02 03:23
업데이트 2024-02-02 03:2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돌아오지 못한 27·35세 소방관

박수훈 소방사 발령 2주 만에 참변
김수광 소방교, 힘든 구조대 자원
“힘든 일 마다않고 솔선수범했는데”
먼저 탈출한 동료들 충격에 빠져


이미지 확대
또, 동료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또, 동료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1일 경북 문경시 신기동 산업단지의 한 육가공업체 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다. 전날 오후 7시 47분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며 공장 내부에 사람이 있는지 수색을 하다 고립된 문경소방서 119 구조구급센터 소속 김수광 소방교와 박수훈 소방사는 이날 새벽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문경 뉴시스
“울 쌤(선생님)은 어디서건 기쁨을 주네요.”

경북 문경시 육가공 제조업체 화재로 순직한 박수훈(35) 소방사의 페이스북에는 그가 ‘허잇차’라고 외치며 춤을 추다가 발차기하는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2022년 1월 14일 그가 직접 올린 자기 모습으로 ‘경북소방’이 찍힌 특수복을 입었다. 박 소방사의 지인이 “울 쌤은 어디서건 기쁨을 준다”고 댓글을 달자 그는 “네!! 어디서나 넘칩니다!!”라고 답했다.

경북 상주가 고향인 그는 특전사 중사 출신이다. 태권도 지도자로 양식조리기능사 자격증도 땄던 그는 ‘종횡무진’ 인생을 살았다. 2021년 8월 그토록 바라던 소방 공무원에 최종 합격해 이듬해 구조 분야에 임용됐다. 미혼인 그는 평소에도 “나는 소방과 결혼했다”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로 자부심이 넘쳤다. 박 소방사는 119안전센터에서 구조구급센터로 지난달 17일 발령받고 2주 만에 변을 당했다.

김수광(27) 소방교는 6년차 소방관이다. 구미 출신인 그는 20대 초반부터 경북도소방본부에 몸담았다. 지난해는 인명구조사 시험에 합격해 구조대에 자원했다. 소방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취득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시험이다. 지난해 11월에는 경북도지사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둘은 문경소방서 119 구조구급센터 소속으로 같은 팀이었다. 두 대원 모두 지난해 경북 북부를 강타한 집중호우로 실종된 문경시와 예천군 실종자들을 찾기 위한 68일간의 수색 활동에 참여했다.

배종혁 문경소방서장은 “순직한 두 대원은 다른 누구보다도 솔선수범했고 언제나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면서 “선배부터 후배까지 모두가 믿고 의지하는 분들이었다”고 말했다.

두 소방관의 빈소가 차려진 문경의 한 장례식장은 동료의 탄식과 유족들의 오열이 뒤섞였다. 슬픔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부축을 받으며 들어가는 이도 있었다. 한 소방관은 “구조대를 자원하신 분들”이라고 했다. 다른 소방관은 “당시 순직 소방관들과 함께 화재 현장에 들어갔다가 탈출한 동료들이 충격에 빠져 대화조차 힘든 상태”라고 전했다.
문경 김상화 기자
2024-02-02 2면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