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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망치는 게 법질서냐” 7년간 노예·감금 부부의 적반하장

“인생 망치는 게 법질서냐” 7년간 노예·감금 부부의 적반하장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4-02-01 11:14
업데이트 2024-02-0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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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친형이 공개한 증거사진.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집에 혼자 있을 때 30분마다 시계가 보이도록 인증사진을 찍어 보내게 했다.  보배드림 캡처
피해자 친형이 공개한 증거사진.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집에 혼자 있을 때 30분마다 시계가 보이도록 인증사진을 찍어 보내게 했다.
보배드림 캡처
7년간 남성을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해 노예처럼 부리고 감금한 30대 여성이 징역 7년을 선고받은 뒤 재판부에 “한 마디 말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것이 법질서냐”라고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7년 동안 함께 산 이성 친구를 상대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공갈 등 혐의를 저질러 기소돼 최근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A(35·여)씨가 판결 후 이렇게 항의했다고 피해자 가족이 전했다.

가스라이팅→라이터로 지지고 쇠사슬 감금
1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2011년 지인 소개로 알게 된 피해자 B(34·남)씨와 친구로 지내다가 다음해 여름부터 당시 사귀던 남자친구 C(41)씨와 함께 셋이 동거했다.

조사 결과 A씨는 2013년 6월 B씨에게 유사성행위를 한 뒤 오히려 “왜 말리지 않았느냐”며 화를 냈고, 이후 “성폭행으로 고소하겠다”며 협박해 심리를 지배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평소 주먹이나 허벅지로 B씨를 자주 때렸고, 휴대전화로 얼굴을 내리쳐 코뼈를 부러뜨리기도 했다.

또 ‘촛불 라이터’를 불에 뜨겁게 달군 뒤 B씨 가슴에 대거나 종이컵에 소변을 받아 마시게 했다.

B씨는 휴대전화 게임을 하다가 A씨에게서 폭행을 당한 뒤 30~40분 동안 ‘엎드려뻗쳐’를 한 날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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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친형이 공개한 증거사진. 피해자가 감금돼 있었던 다용도실.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두 다리를 쇠사슬로 감아 자물쇠를 채워 전자레인지 선반과 연결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보배드림 캡처
피해자 친형이 공개한 증거사진. 피해자가 감금돼 있었던 다용도실.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두 다리를 쇠사슬로 감아 자물쇠를 채워 전자레인지 선반과 연결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보배드림 캡처
2016년 A씨와 결혼한 C씨도 아내의 범행에 일부 가담했다. A씨 부부는 잠을 자는 동안 B씨의 두 다리를 쇠사슬로 감아 자물쇠를 채웠고, 쇠사슬을 전자레인지 선반과 연결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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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친형이 공개한 증거사진.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지켜야 할 항목이라며 A4용지에 매일 빽빽하게 한달 넘게 쓰도록 하고, 실제로 집안일을 강요했다.  보배드림 캡처
피해자 친형이 공개한 증거사진.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지켜야 할 항목이라며 A4용지에 매일 빽빽하게 한달 넘게 쓰도록 하고, 실제로 집안일을 강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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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친형이 공개한 증거사진.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지켜야 할 항목이라며 A4용지에 매일 빽빽하게 한달 넘게 쓰도록 하고, 실제로 집안일을 강요했다.  보배드림 캡처
피해자 친형이 공개한 증거사진.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지켜야 할 항목이라며 A4용지에 매일 빽빽하게 한달 넘게 쓰도록 하고, 실제로 집안일을 강요했다.
보배드림 캡처
2020년 1월에는 바닥 청소기 돌리고 닦기, 옷장 정리하기, 정신 차리고 행동하기 등 11개 항목을 한 달 넘게 A4용지에 매일 쓰게 했고, 실제로 집안일을 강요하기도 했다.

A씨 부부는 또 B씨를 협박해 현금을 송금받는 등 총 8000만원을 뜯어낸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2020년 집에서 나왔고, 노예처럼 산 지 7년 만에 A씨 부부를 경찰에 고소했다.

A씨에게는 공동공갈뿐 아니라 특수상해·강요·협박·특수폭행 등 모두 9개 죄명이 적용됐다.

정 판사는 “범행 수법과 기간 등을 보면 피고인들의 죄질이 매우 불량한데도 반성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특히 A씨는 주도적으로 범행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피해자 친형 “합의 없다…민사소송도 제기”
피해자 B씨의 친형은 판결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글을 올려 재판 방청 후기를 전했다. 그는 경찰 조사 당시 증거불충분으로 A씨 부부가 무혐의 처분을 받자 보배드림 등에 글을 올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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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친형이 공개한 증거사진.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따로 있을 때 정해진 시간마다 인증사진을 찍어 보내도록 했다.  보배드림 캡처
피해자 친형이 공개한 증거사진.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따로 있을 때 정해진 시간마다 인증사진을 찍어 보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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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공판에 참석했다는 친형은 A씨 부부에게서 일말의 죄책감과 반성을 느낄 수 없었다며 “그들은 형인 제가 그들의 돈을 뜯기 위해 모두 꾸민 일이며, 자신들에게 기자들이 찾아와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어 일상생활이 어렵다고 호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특히 징역 7년 등의 선고가 내려진 뒤 “할 말이 있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A씨가 “한 마디의 말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것이 법의 질서냐”라며 판사에게 따졌다고 한다.

친형은 “선고가 끝나고 재판장 안에서 미친 사람처럼 울었다”고도 했다.

그는 “기사 댓글을 보니 99%는 피해자를 안타까워하고 가해자들을 욕했지만, 즐겼을 거라면서 피해자를 욕하는 1%도 있었다”라면서 “경찰 조사 당시 담당 형사가 동생에게 ‘당신 변태냐. 왜 남자가 그걸 당하고만 있냐’면서 다그치던 모습이 생각나 괴로웠다”고 적었다.

친형은 “가해자들이 항소장을 냈지만 항소를 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합의를 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측은 민사소송에도 착수, 피해자가 뜯긴 8700만원과 위자료까지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형은 “두 사람 다 구속돼 당장 돈을 받지 못해도 괜찮다. 끝까지 오랜 시간 천천히 괴롭혀주려고 한다”고 적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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