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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비어가는 ‘하늘 위 응급실’… 헬기 타려는 의료진이 없다

[단독] 비어가는 ‘하늘 위 응급실’… 헬기 타려는 의료진이 없다

임태환 기자
임태환 기자
입력 2024-01-29 18:40
업데이트 2024-01-30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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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난 시달리는 닥터헬기

1년 새 환자이송 380건 늘었지만
8곳 평균 의료진 수 17명 수준
체력 소모 커 낮은 인력 충원율
중증환자 증가 속도 못 따라가
업무 과부하로 이어져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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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중증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한 ‘응급의료 전용헬기’(닥터헬기) 활용이 크게 늘고 있지만 전문 의료진 수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를 이송하는 동안 응급처치가 이뤄지는 닥터헬기가 원활하게 운용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011년 인천과 전남에서 처음으로 운행을 시작한 닥터헬기는 중증외상과 뇌혈관질환, 심혈관질환 등 중증응급환자들의 신속한 이송과 이송 중 응급치료를 목표로 한다. 2013년 강원과 경북, 2016년 충남과 전북, 2019년 경기, 2022년 제주 등 현재 전국 8개 지역에 닥터헬기가 배치된 상태다. 2011년 76명의 중증응급환자를 이송한 닥터헬기는 2022년 10월 기준 1만 2093명의 환자를 이송했다.

최근 5년간 닥터헬기 이송 건수를 확인해 보면 전남 1249건, 경북 1133건, 강원 987건, 전북 917건, 충남 907건, 경기 806건, 인천 573건, 제주 37건 등 환자 이송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한창 극성을 부렸던 2020년과 2021년엔 이송 건수가 조금 하락했으나 2022년을 기점으로 1167건에서 지난해 1547건으로 급증했다.

이처럼 생명을 구하는 닥터헬기의 역할과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닥터헬기 운용의 핵심인 전문 의료진 수는 부족한 실정이다. 29일 현재 전남 25명, 전북 23명, 인천 23명, 경북 16명, 강원 14명, 충남 14명, 경기 13명, 제주 9명 등 8개 지역 평균 17명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의료진 부족은 곧 업무 과부하로 이어진다. 중증응급환자 수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의료진 수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신속한 치료 등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전국에서 유일하게 닥터헬기를 야간에도 운영하는 경기도의 경우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현재 경기도는 전문의는 2교대, 간호사 등은 3교대로 닥터헬기에 탑승하고 있다.

헬기에 탑승하는 당번의 경우 당일 병원 근무에는 투입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과거에는 열악한 상황 탓에 당직 근무와 헬기 탑승이 동시에 이뤄졌다. 지금은 많이 개선됐지만 긴박한 상황이면 어쩔 수 없이 병원 근무를 하다가도 헬기에 탑승해야 한다.

2020년 인력 문제가 심각해지자 아주대병원 외상센터 의료진들은 “지금 인력으로 당직 근무도 하고 닥터헬기도 타는 건 무리”라며 닥터헬기 탑승 거부 입장을 밝혔다. 당시 아주대병원 외상센터에서 요구하던 추가 인력은 전문의 5명과 간호사 8명 등 13명이었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경기도 닥터헬기 의료진 수는 별 변화가 없다.

닥터헬기를 운영 중인 한 지역의 의료진은 “인력 부족 문제는 어디나 비슷하겠지만 닥터헬기는 탈 때마다 체력 소모가 커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응급 환자를 위해서라도 교대 근무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인력 충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닥터헬기가 생명을 구한다는 것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의료진 문제 역시 운영 초기보다는 어느 정도 진전됐지만 계속해서 나은 방안을 강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임태환 기자
2024-01-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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