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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혈통 늘리자”…80년 뒤 인구 5억명 돼도 아이 안낳아

“중국 혈통 늘리자”…80년 뒤 인구 5억명 돼도 아이 안낳아

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입력 2024-01-03 18:52
업데이트 2024-01-0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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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합계출산율 1.09명으로 떨어져
2100년에는 14억 인구가 5억명으로
한자녀 정책 폐기에도 베이비붐 없어
페미니즘 탄압 등 낮은 여성지위 원인
출산장려 정책이 가임여성 반발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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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이 2일 구이저우성 퉁런시 위핑둥족 자치현의 병원에서 태어난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퉁런 신화 연합뉴스
의료진이 2일 구이저우성 퉁런시 위핑둥족 자치현의 병원에서 태어난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퉁런 신화 연합뉴스
2014년 장이란 이름의 중국 여성은 둘째 아이를 낳았다가 1300만원에 이르는 고액의 벌금을 내야만 했다. 둘째를 낳느라 친척 집에 도피했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공무원들의 강요에 자궁 내 피임장치까지 삽입해야 했다. 몇달 뒤 중국은 한 자녀 정책을 폐기했고, 이제 장은 아이를 더 낳으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가파른 출산율 감소에 가임여성을 압박하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중국의 상황을 집중조명했다.

2022년 중국의 신생아 수는 956만명으로 마오쩌둥 초대 주석이 ‘신중국’을 건립한 1949년 이후 처음으로 연 10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중국의 합계출산율은 2020년 1.30명에서 2022년 1.09명으로 하락했다. 인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합계출산율 2.1보다 훨씬 낮다.

펑슈졘 호주 빅토리아대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인구 감소세가 가속하면 현재 약 14억명의 인구가 2100년엔 5억8700만명으로 급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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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이 일어났던 칭하이현 민허후이족투족자치현에서 2일 학생들이 다시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하이둥 신화 연합뉴스
지진이 일어났던 칭하이현 민허후이족투족자치현에서 2일 학생들이 다시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하이둥 신화 연합뉴스
중국 정부는 2015년 35년 동안 유지하던 한 자녀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베이비붐’을 예상했지만, 출산율은 더 떨어졌다.

지난해 중국은 인도에 ‘세계 1위 인구대국’의 자리를 뺏겼다. 2023년 중국의 신생아 숫자는 900만명 아래로 줄어든 반면, 인도는 2300만명의 아기가 태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미국의 신생아 숫자는 370만명이다.

중국 각 지방정부의 공무원들은 고육지책을 짜내고 있다. 시안에서는 동양의 밸런타인데이로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음력 7월 7일에 “적절한 나이에 달콤한 사랑과 결혼을 기원합니다. 중국의 혈통을 늘리자”란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주민들에게 보냈다. 문자를 받은 네티즌은 “시어머니도 나에게 둘째 아이를 가지라고 강요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저장성의 한 현에서는 25세 이전에 결혼하는 모든 커플에게 약 17만원의 현금 보너스를 제공한다. 아예 시 정부가 빅데이터를 이용해 미혼 남녀 짝짓기를 돕기도 한다.

왕펑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의 사회학 교수는 “중국 사회에는 두 가지 상충하는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여성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것과 더불어 점점 더 가부장적인 정책도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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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이 2일 하얼빈에서 열린 빙등 축제를 즐기고 있다. 하얼빈 EPA 연합뉴스
관광객들이 2일 하얼빈에서 열린 빙등 축제를 즐기고 있다. 하얼빈 EPA 연합뉴스
25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 공산당의 최고 결정기관인 정치국 위원 24명 가운데 여성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2013년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중국은 세계경제포럼(WEF)의 글로벌 성별 격차 보고서에서 38계단 하락해 2023년 146개국 가운데 107위를 기록했다.

중국의 인터넷 감시기관은 지난 12월 “결혼에 대한 잘못된 견해를 퍼뜨리는” 콘텐츠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페미니즘을 외국 세력의 지원을 받는 사악한 이데올로기로 보고 여성 권리 운동가들을 구금하고 그들의 소셜 미디어(SNS) 계정을 삭제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국 정부의 출산장려정책은 오히려 여성들의 반발만 키우고 있다고 WSJ는 비판했다.
윤창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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