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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핫피플] 에르메스 은둔의 미혼 상속자, 본격 유산분쟁 돌입

[월드 핫피플] 에르메스 은둔의 미혼 상속자, 본격 유산분쟁 돌입

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입력 2023-12-20 19:31
업데이트 2023-12-20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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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의 80살 미혼 상속자 “정원사에 재산 주겠다”
푸에흐와 상속 계약 맺은 재단, 19일 공식적 반대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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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7년 에르메스를 창립한 티에리 에르메스의 5대 후손 니콜라스 푸에흐. 셔터스톡 제공
1837년 에르메스를 창립한 티에리 에르메스의 5대 후손 니콜라스 푸에흐. 셔터스톡 제공
에르메스의 억만장자 상속자가 유산의 절반을 전직 정원사에게 넘기기 위해 본격적인 법적 분쟁 절차에 돌입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19일(현지시간) 니콜라스 푸에흐(80)가 프랑스에서 스위스로 이주하며 이소크라테스 재단과 맺은 상속 계약을 취소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푸에흐가 51세의 모로코 출신 전직 정원사를 입양해 그에게 재산을 물려주려 한다는 소식은 지난 12일 스위스 언론 제네바 트리뷴을 통해 알려졌다.

신문은 익명의 모로코 출신 전직 정원사이자 잡역부였던 남성이 결혼해 두 자녀를 두고 있으며 푸에흐는 그들을 자신의 ‘자녀’이자 ‘입양한 아들’이라고 부른다고 전했다.

미혼으로 자식이 없는 푸에흐는 에르메스의 지분 5.7%를 소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가치는 120억 유로(약 17조원)에 이른다. 코로나19 이후 명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에르메스의 주식 가치는 2020년 이후 4배나 상승했다.

에르메스 가문은 블룸버그의 가족 재산 집계 순위에서 세계 3위에 이르는 거부다.

17조원 규모의 에르메스 지분, 모로코 출신 정원사에 넘기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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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한 쇼핑몰 앞에 지난 5일 에르메스 쇼핑백을 든 사람들이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다. 침사추이 로이터 연합뉴스
홍콩 한 쇼핑몰 앞에 지난 5일 에르메스 쇼핑백을 든 사람들이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다.
침사추이 로이터 연합뉴스
푸에흐는 공공 토론을 장려하는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2011년 자신이 설립한 이소크라테스 재단과 재산 상속 계약을 맺었다. 푸에흐가 의장으로 있는 이소크라테스 재단의 이사 6명은 상속 계약을 취소하려는 푸에흐의 결정에 반대한다고 이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처음 푸에흐가 정원사를 양자로 입양해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계획이 보도됐을 때 재단 측은 “가짜 뉴스”일 수도 있다며,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이소크라테스 재단은 성명을 통해 “법적 관점에서 승계 계약의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취소는 무효이고 근거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재단은 이러한 움직임에 반대하면서도 설립자 및 이사장인 푸에흐와 논의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푸에흐의 변호사는 블룸버그에 자신의 의뢰인이 “언론의 허위사실 보도를 막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 수도 있다”고 말해 은둔의 상속자가 대중 앞에 설 가능성도 있다.

한편 에르메스 측은 푸에흐의 지분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설립한 LVMH는 2010년부터 4년간 에르메스 가문과 지분 싸움을 벌였는데 이 과정에서 푸에흐는 약 10년 전부터 가족에게 버림받다시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노 회장은 에르메스 지분을 적대적으로 인수하려고 했고, 에르메스 측은 이를 결국 막아내며 유럽 최고의 부자 가문이 됐다.

에르메스 브랜드는 LVMH와의 싸움에서 이긴 가문 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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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동물보호 활동가가 지난 1일 악어 가죽 모양의 옷을 입고 가짜 피를 뒤집어쓴 채 에르메스 상점 앞에서 동물 가죽 사용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뭄바이 EPA  연합뉴스
인도의 동물보호 활동가가 지난 1일 악어 가죽 모양의 옷을 입고 가짜 피를 뒤집어쓴 채 에르메스 상점 앞에서 동물 가죽 사용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뭄바이 EPA 연합뉴스
푸에흐는 형제인 베르트랑 푸에흐가 아르노 회장의 적대적 인수를 막기 위해 지분을 모을 때 이에 참여하지 않아 가문으로부터 ‘배신자’ 취급을 당했다. 하지만 에르메스 가문과 아르노 회장 간의 4년에 걸친 지분 싸움에서 푸에흐의 역할은 여전히 미스테리로 여겨진다.

푸에흐는 2014년 에르메스 이사회를 떠났고, 자신의 지분을 에르메스 가문 소유의 지주 회사에 넘기지도 않았다.

블룸버그는 푸에흐가 유산을 전직 정원사에게 상속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놀라운 반전’이라고 평가했다. 에르메스는 2016년부터 연례 보고서에 푸에흐가 보유한 지분을 공개하는 것을 중단했다. 가장 최근의 에르메스 보고서는 푸에흐가 608만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90만주가 이소크라테스 재단 소유라고 밝혔다.

이소크라테스 재단은 스위스 제네바에 있으며, 처음 목적은 광범위한 자선 활동 지원에서 최근에는 공공 성격의 탐사 저널리즘 지원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전환했다. 현재는 새로운 자금 후원을 받지 않고 있는 상태다.
윤창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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