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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하는 배에 타고싶겠나”…기시다 총리 개각 ‘저평가’

“침몰하는 배에 타고싶겠나”…기시다 총리 개각 ‘저평가’

김진아 기자
김진아 기자
입력 2023-12-14 16:44
업데이트 2023-12-1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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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조성 의혹 아베파 장관들 4명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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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시 신임 관방장관
하야시 신임 관방장관 하야시 요시마사(가운데) 전 일본 외무상이 14일 새로운 관방장관으로 임명된 뒤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의 면담을 위해 총리관저로 들어가고 있다.
도쿄 로이터 연합뉴스
“역시 침몰하는 배에 타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하마다 야스카즈 전 일본 방위상이 관방장관직을 거절하고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이 14일 임명됐다는 소식에 자민당 소속 전직 장관이 아사히신문에 이같이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이날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는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 소속 장관급 4명을 교체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하지만 인물난만 드러낸 개각으로 기시다 총리의 리더십 발휘가 시급하다는 부정적인 평가만 나왔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과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 스즈키 준지 총무상, 미야시타 이치로 농림수산상 등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는 아베파 소속 장관들의 사표를 수리했다.

일본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 모금 파티를 열어 20만엔(183만원)이 넘는 파티권을 구입한 개인과 단체는 이름과 금액 등을 보고서에 기재하게 돼 있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금고형 혹은 100만엔(92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아베파는 파티권 판매 할당량을 넘어 모금한 돈을 일부러 기재하지 않고 소속 의원들에게 되돌려주는 등 사실상 비자금을 만든 혐의를 받고 있다. 아베파의 이러한 비자금 규모는 지난 5년간 5억엔(46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실세인 마쓰노 전 장관은 1000만엔(9200만원), 니시무라 전 경제산업상은 100만엔(920만원)의 비자금을 각각 챙긴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은 모르쇠로 일관했지만 문제가 확산하자 기시다 총리가 교체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경질됐다.

기시다 총리는 후임으로 관방장관에 하야시 전 외무상을 임명했고 경제산업상에는 사이토 겐 전 법상(무파벌), 총무상에는 마쓰모토 다케아키 전 총무상(아소파), 농림수산상에는 사카모토 데쓰시 전 지방창생담당상(모리야마파)을 각각 기용했다.

기시다 총리가 아베파 비자금 의혹을 수습하기 위해 급하게 개각을 단행했지만 오히려 정권 운영이 위기 상황임을 여실히 드러낸 개각이라는 지적이 많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당초 기시다 총리는 하마다 전 방위상을 관방장관에 앉히려 했다. 기시다 총리와 국회 입성 동기(1993년)인 하마다 전 방위상은 특정 파벌에 속하지 않은 데다 각료 경험이 있고 총리의 최대 후견인인 아소 다로 당 부총재도 하마다 전 방위상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기시다 총리의 최측근인 기하라 세이지 간사장 대리는 지난 12일 오후 하마다 전 방위상을 찾아 관방장관직을 제안했다. 하지만 하마다 전 방위상은 “정권을 지지하고 싶지만 (관방장관직은) 해본 적이 없다”며 에둘러 거절했다. 아사히신문은 “요직 제안이 거부된 것은 칼끝에 선 총리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시다 총리가 결국 하야시 전 외무상을 관방장관에 임명한 것도 뼈아픈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야시 전 외무상은 지난 9월 개각에서 예상치 못하게 퇴진했다. 평소 차기 총리 꿈을 말해왔던 하야시 전 외무상을 기시다 총리가 견제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일본 정부 2인자이자 대변인 역할인 핵심 자리를 놓고 아베파를 제외하면 총리에게 남는 선택지는 거의 없었다. 하야시 신임 관방장관은 14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기시다 총리가 어려운 상황인데 도와주면 안 되겠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는 아베파 소속 정무관(차관급) 교체를 보류한 것도 총리가 당내 정치 기반이 약하다는 점을 보여준 상황이다. 기시다 총리는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된 모든 아베파 소속 인사들을 교체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베파 내에서 “총리부터 그만둬라”라는 반발이 커지면서 기시다 총리가 한발 물러난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2021년 10월 집권 후 각 파벌 균형을 중시해왔던 기시다 총리가 갑자기 당 개혁을 내세우는 것에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고 했다.

아베파 비자금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기시다 내각에 타격을 줄 일만 남았다는 전망도 많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전국에서 수사 경험이 탄탄한 검사들을 소집해 50명 규모의 수사팀을 만들었고 아베파 소속 의원 수십명을 곧 소환할 계획이다. 기시다 총리가 이끌었던 기시다파도 비자금 의혹 수사 대상이다.
도쿄 김진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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