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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너간 ‘실거주 의무 폐지’… 정부 믿었던 4만 8000가구 대혼돈

물건너간 ‘실거주 의무 폐지’… 정부 믿었던 4만 8000가구 대혼돈

옥성구 기자
옥성구, 윤수경 기자
입력 2023-12-06 18:38
업데이트 2023-12-07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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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위 법안소위 논의 불발

野 ‘갭투자 방지’ 이유 폐지 반대
내년엔 총선 정국… 사실상 무산

전매제한 끝나도 분양권 거래 불가
최악 경우 분양가 수준 되팔아야
“정책 조급함에 국민 혼란 빠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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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 폐지’가 결국 국회 문턱에서 막혀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패키지로 묶인 전매제한은 지난 4월 완화됐는데 실거주 의무는 유지돼 정부 발표를 믿고 청약에 넣어 당첨된 4만 8000여 가구의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야당 협조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설익은 정책을 내놓은 국토교통부가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6일 국회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날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었지만 실거주 의무 완화 내용이 담긴 주택법 개정안은 논의 안건에서 아예 빠졌다. 오는 9일 정기국회가 종료되지만 여야가 이달 임시국회를 개최해 소위를 한 번 더 열기로 한 만큼 추가 논의의 여지는 있지만 여야 이견이 커 합의 가능성은 낮다. 내년으로 넘어가면 총선 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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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주 의무는 2021년 2월 이후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수분양자에게 입주 가능일로부터 2~5년간 거주하도록 의무를 부과한 제도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아 시세보다 낮게 분양받은 만큼 투기 수요를 막고 실수요자에게 혜택이 가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거주 이전이 제약되고 수요가 많은 신축 임대 공급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부가 올해 1·3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패키지로 묶은 전매제한은 4월부터 완화됐다. 반면 법 개정이 필요한 실거주 의무 폐지는 야당이 ‘갭투자’ 등을 이유로 거세게 반대해 국회 통과에 난항을 겪었다. 국회에는 실거주 의무 폐지 혹은 입주 직후가 아니라 보유 기간 내에만 실거주 의무를 채우면 되는 불연속적 거주를 허용하는 법안들이 계류돼 있다.

만약 실거주 의무를 풀지 않으면 전매제한 기간이 끝나도 분양권 거래가 불가능하다. 실거주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분양가 수준으로 집을 다시 팔아야 한다.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는 아파트는 서울 강동구 상일동 e편한세상강일어반브릿지(593가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1만 2032가구) 등 72개 단지, 4만 8000여 가구다. 정부를 믿고 움직인 수분양자들은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자금 부족이나 자녀 학교 등의 이유로 당장 입주가 어려운 실수요자도 상당수인데 투기 세력과 한 묶음으로 실거주 의무를 강제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법망을 피할 방법을 논의하는 글이 속속 올라온다. 전매제한이 풀리면 분양권을 거래한 뒤 전세나 월세 세입자로 2년간 거주하면서 실거주 의무를 채우는 이면계약도 거론된다. 하지만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권 전매가 풀려도 실거주 기간은 반드시 채워야 하므로 분양권 거래 자체가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조급한 발표가 혼란을 부추겼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경인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실거주 의무 폐지 관련 법을 먼저 개정하고 전매제한 폐지를 추진했어야 한다”면서 “야당 협조는 못 구하고 국민들만 혼란에 빠뜨린 꼴”이라고 말했다. 실거주 의무가 유지되면 최근 부동산 거래절벽이 더 공고화할 것이란 시각도 많다.

정부는 추가 논의 가능성이 남은 만큼 당장은 개정안 통과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법안이 폐기될 경우 계획을 묻자 국토부 관계자는 “통과가 안 된 걸 전제로 계획을 말하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세종 옥성구·서울 윤수경 기자
2023-12-0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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