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인간은 악마인가 천사인가…‘맥락’ 따라 달라지는 얼굴

인간은 악마인가 천사인가…‘맥락’ 따라 달라지는 얼굴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3-11-30 00:19
업데이트 2023-11-30 00:1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로버트 새폴스키 ‘행동’ 출간

사건 발생 시기부터 시간 역행
행동의 기원과 인간 본성 탐구
편가르기 등 ‘증오 선동’ 경고

이미지 확대
로버트 새폴스키
로버트 새폴스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교와 인종의 차이를 이유로 벌어지는 테러 등 언론에서는 하루가 멀다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현장을 보여 준다. 이런 뉴스들을 접할 때마다 ‘인간의 본성은 선한 것일까, 악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19세기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 등장한 뒤 많은 생물학자가 진화의 측면에서 인간 본성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연구했다. 그런데 미국 스탠퍼드대 생물학과·의대 신경학과 교수인 로버트 새폴스키는 인간 행동에 진화와 유전자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선하거나 악한 행동을 끌어내는 것은 ‘맥락’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신작 ‘행동’(문학동네)은 부제인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을 설명하기 위해 신경생물학, 뇌과학, 유전학, 사회생물학, 심리학 등 거의 모든 학문 분야를 총동원한다. 그러다 보니 1040쪽이나 되는 책의 두께는 웬만한 백과사전과 맞먹을 정도다.
이미지 확대
새폴스키는 인간 본성에는 여타 동물과 달리 ‘특별한 잔인함’과 ‘희소한 이타성’이라는 양면성이 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상황과 맥락에 따라 인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게 굴기도 하고 더할 나위 없이 너그러워지기도 한다.

맥락적 상황을 파악하려는 새폴스키는 누군가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그 사람의 반응에 영향을 미친 요인을 설명하기 위해 행동이 일어난 바로 그 순간부터 1초 전, 몇 분 전, 몇 시간 전, 며칠 전을 거쳐 수정란이었던 시기까지 과거로 조금씩 거슬러 올라간다.

타임머신을 타고 거꾸로 가거나 범죄를 수사하는 듯한 방식으로 행동의 기원과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것이다.

우리 안의 선함을 끌어내는 것은 타인에 대한 공감과 감정이입이다. 그런데 여러 실험을 통해 부유하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그들은 더 탐욕스럽게 행동하고 속임수나 도둑질도 서슴지 않는다는 점은 충격을 준다.

새폴스키는 편 가르기, 위계 만들기, 비인간화 등의 수단으로 증오를 부추기는 선동가들에게 넘어가는 순간 ‘우리 안의 천사’는 달아난다고 지적한다.

선동가들은 타인을 벌레나 동물, 암세포 등으로 묘사하면서 정상적인 인간과는 살 수 없는 존재로 인식하도록 부추긴다.

사회적 감정, 도덕성, 공감에 관여하는 대뇌 뇌섬엽 부분이 이들의 선동에 넘어가 실제와 메타포를 헷갈리는 순간 인간성을 버리게 된다고 새폴스키는 엄중히 경고한다.
유용하 기자
2023-11-30 21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