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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강남스타일’로 부산 홍보…K스타로 도배한 엑스포 영상

10년 전 ‘강남스타일’로 부산 홍보…K스타로 도배한 엑스포 영상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입력 2023-11-29 15:24
업데이트 2023-11-2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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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부산이 2030 세계박람회 유치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부산은 28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에서 진행된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29표를 획득, 119표를 쓸어담은 1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크게 뒤졌다.

부산의 10년 숙원이 좌절된 순간이었다.

‘부산갈매기’로 시작해 ‘강남스타일’로 마무리
가수 싸이, 배우 이정재 등 글로벌 스타 앞세워
지난 6월 PT때도 걸그룹 ‘에스파’ 카리나 등장
최종 PT까지 ‘K스타’로 도배 ‘아쉽다’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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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에서는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가 진행됐다. 이날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 뛰어든 한국의 최종 PT는 가수 싸이와 배우 이정재 등 글로벌 스타가 등장하는 홍보 동영상으로 마무리됐다. 2023.11.28 KTV국민방송 캡처
28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에서는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가 진행됐다. 이날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 뛰어든 한국의 최종 PT는 가수 싸이와 배우 이정재 등 글로벌 스타가 등장하는 홍보 동영상으로 마무리됐다. 2023.11.28 KTV국민방송 캡처
엑스포 유치 실패 후 곳곳에선 아쉬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최종 PT 때 상영된 공식 홍보 동영상이 다소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최종 PT는 부산갈매기가 BIE 총회가 열린 파리에 도착하는 오프닝 영상으로 포문을 열었다.

약 20분간 진행된 PT에는 박형준 부산시장, 나승연 부산엑스포 홍보대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한덕수 국무총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 5명이 연사로 나서 부산에 한 표를 호소했다.

PT의 마지막은 33초 분량의 홍보 동영상이 장식했다.

동영상은 기호 1번인 부산의 순번에 상징성을 부여한 ‘부산 이즈 넘버원’이라는 새로운 캐치프레이즈에 충실히 따랐다.

2012년 전 세계를 강타하며 K팝 시대의 개막을 알린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배경으로 지휘자 정명훈, 소프라노 조수미 등 부산 엑스포 홍보대사와 가수 싸이, 김준수 등 K팝 스타의 응원이 이어졌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을 통해 글로벌스타로 자리매김한 배우 이정재도 등장해 부산 지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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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에서는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를 위한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가 열렸다. 이날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 뛰어든 한국의 최종 PT는 파리에 도착한 부산갈매기 오프닝 영상으로 시작해 가수 싸이와 배우 이정재 등 글로벌 스타가 등장하는 홍보 동영상으로 마무리됐다. 2023.11.28 KTV국민방송 캡처
28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에서는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를 위한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가 열렸다. 이날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 뛰어든 한국의 최종 PT는 파리에 도착한 부산갈매기 오프닝 영상으로 시작해 가수 싸이와 배우 이정재 등 글로벌 스타가 등장하는 홍보 동영상으로 마무리됐다. 2023.11.28 KTV국민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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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에서는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를 위한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가 열렸다. 이날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 뛰어든 한국의 최종 PT는 가수 싸이와 배우 이정재 등 글로벌 스타가 등장하는 홍보 동영상으로 마무리됐다. 2023.11.28 KTV국민방송 캡처
28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에서는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를 위한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가 열렸다. 이날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 뛰어든 한국의 최종 PT는 가수 싸이와 배우 이정재 등 글로벌 스타가 등장하는 홍보 동영상으로 마무리됐다. 2023.11.28 KTV국민방송 캡처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PT 자체는 사우디와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았다는 게 현지 평가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에선 PT 마지막을 장식한 홍보 동영상이 엑스포 취지 등에 걸맞았나에 관한 의문이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영상 콘셉트와 편집이 촌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2012년 발매된 ‘강남스타일’이 2030년 엑스포 유치에 어울리느냐는 지적도 있다.

엑스포 유치에 K팝 스타를 앞세운 것 역시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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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에스파’의 카리나가 20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진행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4차 프레젠테이션(PT) 오프닝 영상에 등장했다. 2023.6.20 KTV국민방송 캡처
걸그룹 ‘에스파’의 카리나가 20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진행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4차 프레젠테이션(PT) 오프닝 영상에 등장했다. 2023.6.20 KTV국민방송 캡처
사실 지난 6월 172차 BIE 총회 PT 때도 유치전의 중심에는 ‘K스타’가 있었다.

당시에는 아바타 멤버들과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드는 세계관으로 국내외 인기를 얻고 있는 걸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가 오프닝 영상에 등장했다.

특히 첫 번째 연사로 나선 싸이는 직접 ‘말춤’까지 선보이는 등 엑스포 유치에 몸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PT에서까지 K스타를 내세운 것이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다.

‘변화의 시대: 미래를 내다보는 내일로 함께’ 슬로건에 초점을 맞춘 동영상으로 일관된 홍보를 이어간 사우디와는 비교되는 지점이다.

물론 홍보 동영상 때문에 엑스포 유치 실패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선발주자인 사우디가 ‘오일머니’를 앞세우며 막대한 물량 공세를 퍼부은 것으로 알려져 우리나라가 사우디 선점표를 끌어오기에는 여러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 10년 숙원 좌절 배경에는 사우디 ‘오일머니’
빈 살만, 엑스포 유치 사활…막대한 물량 공세
아프리카에 “아예 공항 지어주겠다” 한국 따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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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다!’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실패
‘아쉽다!’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실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부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박형준 부산시장, 한덕수 국무총리,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을 비롯한 대표단이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선정 투표 결과 부산이 탈락하자 아쉬워하고 있다 2023.11.29 연합뉴스
부산의 2030 엑스포 유치 추진은 2014년 7월에 시작했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시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엑스포 유치 추진방안을 만들고, 전담 조직을 꾸렸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5월 부산 엑스포 유치를 국가사업으로 확정했고, 같은 해 11월 정부 유치기획단도 출범시켰다. 2020년 6월 마스터플랜 용역을 시작했고, 민간에서는 범시민 유치위원회가 활동에 들어갔다.

서병수, 오거돈 시장에 이어 제38대 부산시장으로 취임한 박형준 시장은 정부 대표와 함께 2021년 6월 BIE 사무국을 방문해 엑스포 유치신청서를 냈다.

당시 엑스포 유치에 뛰어든 국가는 한국(부산), 사우디아라비아(리야드), 이탈리아(로마), 우크라이나(오데사), 러시아(모스크바) 등 5개국이었다.

모스크바와 오데사는 전쟁에 휘말려 후보국 자격을 박탈당했고, 사실상 부산과 리야드가 엑스포 유치 후보 도시로 2강 체제를 구축했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5월 부산 엑스포 유치를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민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부산시는 지난해 8월 엑스포 유치 전담 조직 규모를 4개 부서 70명으로 확대했다.

정부는 기업과 ‘원팀’을 이뤄 후반부로 갈수록 막판 스퍼트를 내며 사우디 리야드를 추격했다.

중앙과 지방 정부, 민간이 함께 지난 500여일간 지구 495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를 이동하고, 투표 직전까지도 분초를 쪼개 BIE 대표 국가들을 상대로 총력 유치전을 벌였다.

지난 9월부터는 프랑스 파리에 ‘한국 본부’를 차리고, 정부와 민간 인사들이 수시로 모여 각자의 유치 교섭 활동 경과와 확보한 정보를 공유하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

개최지 선정 투표에 앞서 진행된 최종 프레젠테이션(PT)은 물론 앞선 4차례 PT에서도 모두 사우디보다 좋은 평가를 끌어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우디에 비해 후발주자인 데다 종교나 지역에 기반해 기본적으로 확보하는 표밭이 없어 어려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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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개최권 획득 후 기뻐하는 사우디 관계자들
엑스포 개최권 획득 후 기뻐하는 사우디 관계자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시 왕립위원회 회원들이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이시레몰리노의 팔레 데 콩그레에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권을 획득한 후 기뻐하고 있다. 사우디는 이날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에서 1차 투표에 참여한 165개국 중 119개국의 표를 얻어 한국(29표)과 이탈리아(17표)를 크게 앞질렀다. 2023.11.29 AFP 연합뉴스
반면 사우디는 초반부터 자본력을 내세운 공세를 펼치며 득표에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우디는 ‘은둔의 석유 왕국’에서 벗어나 경제·사회 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설계한 6400억 달러(약 840조원) 규모의 초대형 국가개발계획 ‘비전 2030’의 일환으로 엑스포 유치에 공을 들였다.

CBS에 따르면 우리나라 유치단이 공항 건설을 원하는 아프리카 국가에 공항 건설 및 운영법을 전수하자, 사우디 유치단은 아예 공항을 지어주겠다고 제안하며 표심을 얻었다는 얘기도 있다.

특히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보수적 이슬람 왕정 이미지를 탈피하고 국제 무대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석유에 의존했던 사우디가 ‘포스트 오일’ 시대를 주창하며 태양에너지 등을 이용해 탄소 중립을 넘어 ‘탄소 네거티브’ 엑스포를 만들겠다고 강조한 것도 전 세계적 도전 과제인 기후 위기에 맞서 책임 있는 국제 사회 일원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사우디, 165개국 중 119개국의 압도적 지지 얻어
‘은둔의 석유왕국’ 탈피…인권 탄압국 이미지 희석
‘포스트 오일’ 경제 구조 다변화…국제무대 영향력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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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모습으로 기념 촬영하는 사우디 엑스포 유치단
환한 모습으로 기념 촬영하는 사우디 엑스포 유치단 사우디아라비아 엑스포 유치단이 28일(현지시각) 2030 엑스포 개최 도시 투표 결과 발표 후 기쁜 표정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2030 세계박람회 개최 도시 투표에서 사우디 수도 리야드가 119표, 한국 부산 29표, 이탈리아 로마가 17표를 얻어 리야드의 개최가 확정됐다. 2023.11.29 AP 뉴시스
사우디는 이미 지속 가능한 교통 인프라를 개발하고, 순환 경제 모델을 촉진하며, 에너지 효율적인 건물을 조성하는 중이다.

리야드 도심에는 여의도 16배 규모(16만㎢)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킹 살만 공원을 만들어 생태 도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사우디는 이번 엑스포를 통해 인권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탈피하는 효과도 꾀하고 있다.

장애인 이동성 보장, 최고 수준의 노동권 담보 등 ‘평등, 포용, 지속가능성의 원칙’을 핵심 정신으로 제시하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 6월 4차 프레젠테이션에 이어 이날도 하이파 알 모그린 공주 등 여성 연사 두 명을 내세워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도 부각했다.

성공적인 국가 변혁을 위해 사우디는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한다.

2030년까지 사우디 전역에 3조 3000억 달러(약 4296조원)를 투자할 예정이며, 이 가운데 78억 달러(약 10조 1000억원)는 엑스포를 위해 쓴다.

리야드 엑스포 부지만 600만㎡에 이른다. 이곳은 ‘사막 속 정원’이라는 리야드의 유래와 도시·지역 간 지속 가능한 미래를 개척한다는 국가 비전을 모두 담아 미래지향적 공간으로 설계된다.

킹 칼리드 국제공항에서 차로 약 5∼10분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며 추후 새로운 지하철 네트워크도 연결될 예정이다.

사우디는 2030년 10월 1일부터 2031년 3월 31일까지 예정한 리야드 엑스포에 226개국을 포함한 총 246개 기관이 참석하고, 연간 4100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 국가, 한 전시관’ 약속에 따라 참가국에는 개별 전시관을 마련해 줄 계획이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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