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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 나누고 수십년 주민 설득… 도쿄 메가시티 안 ‘상생’ 콤팩트 시티

녹지 나누고 수십년 주민 설득… 도쿄 메가시티 안 ‘상생’ 콤팩트 시티

김진아 기자
김진아 기자
입력 2023-11-28 02:52
업데이트 2023-11-2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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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최고층 품은 ‘아자부다이힐스’… 미래도시 방향성 엿보다

주거·의료·학교 한곳에 동선 최소화
면적 3분의1은 공동의 녹지로 꾸며
주민 일일이 설득 끝 34년 만에 완공
“국가는 도시 재개발 큰 그림 띄우고
민간이 주도, 정부·지자체 뒷받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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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도 미나토구에 복합단지 ‘아자부다이힐스’가 개발을 시작한 지 34년 만에 문을 열었다. 이 지역에 있는 ‘모리JP타워’는 높이 330m로, 일본 최고층 빌딩 기록을 갈아치웠다. 모리빌딩 제공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에 복합단지 ‘아자부다이힐스’가 개발을 시작한 지 34년 만에 문을 열었다. 이 지역에 있는 ‘모리JP타워’는 높이 330m로, 일본 최고층 빌딩 기록을 갈아치웠다.
모리빌딩 제공
지상 64층에 달하는 330m짜리 초고층 빌딩, 투자 금액 6400억엔(약 5조 6000억원), 개발 기간 34년.

지난 24일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 아자부다이에 문을 연 복합단지 ‘아자부다이힐스’를 요약하면 이렇다. 아자부다이힐스의 핵심 건물인 ‘모리JP타워’는 오사카에 있는 ‘아베노 하루카스’(301m)를 제치고 일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됐다. 아자부다이힐스는 일본 마천루를 품은 공간이라는 점을 넘어 도쿄가 국제도시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수단이자 미래 도시의 방향성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서울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 및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등을 추진하는 서울시가 도시 안의 도시인 아자부다이힐스를 중심으로 한 도쿄 재개발 상황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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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부다이힐스의 가장 큰 특징은 도쿄라는 메가시티 안에 주거와 일, 문화생활, 쇼핑과 여가를 모두 가까운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콤팩트시티’(도시 속의 도시)를 구현했다는 데 있다. 주택, 상업시설, 사무실을 비롯해 게이오대 예방의료센터, 영국계 국제학교인 ‘브리티시 스쿨 인 도쿄’ 등 의료와 교육 시설도 갖췄다.

아자부다이힐스를 상징하는 건물인 모리JP타워의 54~64층에는 럭셔리 리조트호텔 체인인 아만이 처음으로 시작한 주거 공간 ‘아만 레지던스 도쿄’가 들어서는데 91채 모두 팔렸다. 도쿄신문은 부동산 관계자의 전언으로 “최상층 펜트하우스의 가격이 200억~300억엔(1750억~2630억원)”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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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부다이힐스 건설 전 저층 주택가였던 아자부다이 모습. 개발사는 이 지역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 개발 이유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데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 모리빌딩 제공
아자부다이힐스 건설 전 저층 주택가였던 아자부다이 모습. 개발사는 이 지역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 개발 이유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데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
모리빌딩 제공
이 사업을 추진한 모리빌딩은 도쿄 재개발의 효시였던 아크힐스를 시작으로 롯폰기힐스, 도라노몬힐스 등을 세운 일본의 부동산 개발업체다. 기업이 재개발에 들어가는 초반에 추진한 건 의외로 300여 가구에 이르는 주민들의 동의를 얻는 작업이었다. 일본에서 재개발은 토지 소유자의 3분의2가 동의하면 추진할 수 있지만, 모리빌딩은 꽤 오랜 시간을 투입해 주민 대부분을 설득하는 데 공을 들였다. 또 경기침체와 도라노몬힐스 등 다른 개발이 겹치기도 했다. 1989년에 시작한 개발이 2019년에서야 본격적으로 진행됐고, 올해에서야 완료된 건 이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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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부다이힐스는 전체 면적 8만 1000㎡ 가운데 3분의1을 녹지(2만 4000㎡)가 차지한다. 모리빌딩 제공
아자부다이힐스는 전체 면적 8만 1000㎡ 가운데 3분의1을 녹지(2만 4000㎡)가 차지한다.
모리빌딩 제공
모리빌딩은 지역 거주민도 외부인도 모두 즐길 수 있는 마을을 만들겠다고 주민에게 다가갔다. 그 연결 고리가 바로 녹지였다. 아자부다이힐스 전체 면적 8만 1000㎡ 가운데 녹지가 2만 4000㎡로 3분의1이다. 여기에 과수원까지 조성했다. 미나토구는 일본에서 손꼽히는 부촌인 터라 한국이었다면 고층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섰을지도 모르지만 지역 주민들은 그보다는 지역 전체의 경쟁력 상승을 원했다.

아자부다이 지역 주민들이 지역 경쟁력을 개인의 이득으로 이해한 데는 올해 20주년을 맞은 ‘롯폰기힐스’의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롯폰기힐스가 들어서기 전 이 지역은 낡은 주택, 술집 등이 밀집한 어수선한 동네였다. 모리빌딩은 이 지역을 개발할 때도 500여 가구에 이르는 주민 한 명 한 명을 찾아 설득했다. 도심 재개발이 개발사가 주민들로부터 토지를 사들이는 것부터 시작하면서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내몰리는 상황이 되지만, 롯폰기힐스는 현지 주민들이 계속 거주하며 함께 지역을 만들어 가는 상생형 모델로도 주목받았다.

지난 20년 사이 롯폰기힐스가 들어선 후 롯폰기역 방문객은 2.2배 늘었고, 미나토구 거주자 수는 1.6배, 외국인 거주자 수는 1.2배 증가하는 등 이곳은 도쿄에서 가장 활기찬 지역이 됐다. 모리빌딩의 야마모토 마사 홍보실 과장은 “롯폰기힐스를 비롯해 아크힐스, 도라노몬힐스 등의 재개발 사례를 본 토지 소유주들이 우리의 개발 방식을 더욱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야마모토 과장은 “도시 개발의 핵심은 부족한 점을 채우는 것”이라면서 “우리(민간)만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도시 개발에 대해 국가가 전략화해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민간이 주도하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뒷받침하는 형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도쿄 김진아 특파원
2023-11-2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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