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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예산안 위헌 판결에… 독일, 사상 초유 재정 집행 중단

새해 예산안 위헌 판결에… 독일, 사상 초유 재정 집행 중단

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입력 2023-11-27 00:30
업데이트 2023-11-27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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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조원 기후변화기금 전용 ‘위헌’
가스·전기요금 지원금 지급 못해
숄츠 총리 “28일 수정안 제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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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AP 연합뉴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AP 연합뉴스
독일 헌법재판소가 신호등(사회민주당·빨강, 자유민주당·노랑, 녹색당·초록) 연립정부가 연방의회에 제출한 2024년도 예산 법률안이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 유럽 최대 경제 강국인 독일이 사상 초유의 재정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24일(현지시간) 대국민 담화에서 “28일 연방의회에 헌재 판결에 따라 수정된 예산안을 제출하겠다”며 신속한 해결을 약속했다.

지난 15일 헌재의 위헌 결정 이후 독일 재무부는 기후변화기금(KTF)과 에너지 가격 급등 대응 용도인 경제안정기금(WSF)을 통한 신규 지출을 일제히 유보하고, 전 부처에도 지출 중단을 요청했다. 아울러 올해 예산과 관련해 사후적으로 부채제동장치 적용 제외를 의결하고 위헌 결정을 반영해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 중이다.

문제는 KTF를 통해 재원을 마련해 추진하기로 한 사업 규모가 600억 유로(약 86조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2021년 숄츠 총리의 신호등 연립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대대적인 신규 사업을 약속하면서 부족한 재원은 코로나19 대응에 쓰이지 않은 예산을 KTF로 전용해 올해와 내년에 활용하기로 했다. 독일 헌법에 규정된 부채제동장치는 정부가 국내총생산(GDP)의 0.35%까지만 새로 부채를 조달할 수 있도록 제한하지만 자연재해나 특별한 위기 상황에서는 연방의회에서 적용 제외를 결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던 2021년엔 부채제동장치 적용 제외가 결의돼 있었기 때문에 추후 사용이 가능했던 것이다.

최대 야당인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은 이런 예산전용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KTF 사용에 제동이 걸렸다.

이 여파로 독일 정부가 내년 3월까지 지급하기로 했던 가스·전기요금 지원금이 올해 연말에 중단되면서 독일 국민의 올겨울 난방비 부담이 커졌다. 이에 더해 전력·가스보급망에 대한 지원금까지 삭감될 경우 전 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독일 언론은 내다봤다. 로이터통신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철강 업체인 아르셀로미탈 독일 제철소의 탈탄소화에 25억 유로를 투입하기 어렵게 됐다”고 보도했다.
최영권 기자
2023-11-2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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