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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톱’을 선택한 아르헨티나…위험천만한 ‘무정부주의’로 급변침

‘전기톱’을 선택한 아르헨티나…위험천만한 ‘무정부주의’로 급변침

임병선 기자
입력 2023-11-20 11:32
업데이트 2023-11-2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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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대선 결선 투표 개표 결과 집권당 후보를 물리치고 대통령에 당선된 자유진보당 연합 후보인 하비에르 밀레이가 부에노스아이레스 선거본부 앞에서 여자친구 파티마 플로레치와 격정적인 입맞춤을 나누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AP 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대선 결선 투표 개표 결과 집권당 후보를 물리치고 대통령에 당선된 자유진보당 연합 후보인 하비에르 밀레이가 부에노스아이레스 선거본부 앞에서 여자친구 파티마 플로레치와 격정적인 입맞춤을 나누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AP 연합뉴스
1970년대까지 경제 부국이었다가 수십년 심각한 경제침체에 시달려온 아르헨티나가 위험한 미래에 운명을 맡기기로 했다. 19일(현지시간) 대선 결선 투표에서 좌파 집권당 ‘거목’ 세르히오 마사(51) 후보를 역전승으로 꺾은 하비에르 밀레이(53) 당선인은 “정부 지출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며 전기톱을 들고 유세를 펼치는 등 기행을 일삼은 극우 후보다. 스스로 “무정부주의적 자본주의를 표방한다”고 말해왔다.

당선인의 주요 공약만 살펴봐도 위태롭다. 아르헨티나 경제학자들이 일제히 비판한 중앙은행 폐쇄가 대표적인데, 밀레이 당선인은 폐쇄 대신 ‘폭파’라는 용어를 쓸 정도로 중앙은행이 펼치는 통화신용정책의 효과와 물가 안정 기능을 불신하고 있다. 이 공약은 연간 인플레이션이 최고 140%대에 이르는 경제 상황과 맞물리며 유권자들 눈길을 사로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심지어 그는 중앙은행을 “정직한 아르헨티나인들로부터 물건을 훔치는 메커니즘”이라고 못박기도 했다.

아르헨티나 공식 통화인 페소화를 버리고 달러를 쓰자는 구상도 당선인의 핵심 공약이다. 이미 외환 암시장이 성행하는 가운데 밀레이 당선인은 “달러화만이 인플레이션을 종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위 두 공약은 밀레이 당선인 스스로 이행 의지가 가장 확고한 공약이다.

그는 지난 9월 현지 라디오 방송 ‘엘옵세르바도르’ 인터뷰를 통해 “(제가 당선되면) 에밀리오 오캄포 교수를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할 것”이라며 중앙은행 폐쇄 임무를 맡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아르헨티나 세마(CEMA·거시경제연구센터) 대학 교수이자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연구원인 오캄포는 당선인의 책사 가운데 한 명이다. ‘달러화: 아르헨티나를 위한 해결책’이란 책을 공동 집필했다.

이 책을 보면 아르헨티나의 달러화 도입을 과거 에콰도르에서 시행했던 방식대로 진행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국민에게 달러를 사용할지, 아르헨티나 페소를 사용할지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에콰도르는 2000년에 남미에서 처음으로 달러를 법정 통화로 성공적으로 도입한 국가다.

외교면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밀레이 당선인은 중국, 브라질, 메르코수르(MERCOSUR·공동시장을 추구하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 파라과이 4개국) 등과의 교역에 비판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특히 중국에 대해선 “공산주의자들과 거래하지 않을 계획”이라거나 “중국에는 자유가 없고, 누군가 원하는 것을 하려고 할 때 그를 살해한다”고 언급하는 등 대놓고 반중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후보 시절 여러 차례 인터뷰를 통해 “제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 및 이스라엘과의 협력 체계를 더 공고히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협력 등 전임 정부의 방침에서 이탈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월 승인을 받아둔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의 내년 1월 가입도 철회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밀레이의 승리와 관련해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나는 당신이 매우 자랑스럽다”며 “당신은 당신 나라를 바꾸고 정말로 아르헨티나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썼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중남미 지도자들도 당선을 확정지은 밀레이 후보에 축하 메시지를 건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선거 절차를 진행한 아르헨티나 기관들과 질서 있고 평화로운 방식으로 선거에 참여한 아르헨티나 국민을 축하한다”며 “새 정부에 행운과 성공기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도 “밀레이가 승리한 데 대해 아르헨티나 국민에 축하를 보낸다”며 “남미에 희망이 다시 빛날 것”이라고 했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밀레이의 승리에 경의를 표한다”며 “아르헨티나 국민에게 좋은 일이 있기를 기원하고 우리는 항상 그들에게 존경과 지지를 보낸다”고 강조했다.

루이스 라카예 포우 우루과이 대통령과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도 각각 밀레이의 승리에 축하 메시지를 내놨다.

반면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엑스(X, 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극우가 아르헨티나에서 이겼다. 그것은 사회의 결정”이라며 “라틴아메리카에 슬픈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게릴라 출신으로 콜롬비아 역사상 첫 좌파 정권을 이끌고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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