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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충, 좌파 깡패” 막말 본능…트럼프 거친 입 또 터졌다

“해충, 좌파 깡패” 막말 본능…트럼프 거친 입 또 터졌다

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입력 2023-11-14 09:07
업데이트 2023-11-1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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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반대 세력 “해충”에 비유…전문가 “히틀러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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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4일(현지시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연설 후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0년 11월 4일(현지시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연설 후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막말로 유명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차원이 다른 폭력적이고 험악한 말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에는 반대 세력을 “해충”(vermin)에 비유했다.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는 11일 뉴햄프셔주 클레어몬트 연설에서 “우리나라에서 해충처럼 살며 거짓말을 하고, 도둑질을 하고, 선거에서 속임수를 쓰는 공산주의자, 마르크스주의자, 파시스트, 급진적 좌파 깡패들을 근절할 것을 맹세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어 “그들은 미국인과 아메리칸드림을 파괴하기 위해 합법, 불법을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할 것”이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에게 승리한 2020년 대선 결과가 조작됐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또 “외부에서 오는 위협은 내부에서 오는 위협에 비해 훨씬 덜 사악하고 덜 위험하고 덜 중대하다”며 “여러분이 능력 있고, 경쟁력 있고, 똑똑하고, 강인한 지도자를 가지면 러시아, 중국, 북한은 우리를 가지고 놀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도 ‘해충’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거의 같은 내용을 되풀이해서 언급했다.

막말 본능…점점 거칠어지는 트럼프의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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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클레어몬트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3.11.12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클레어몬트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3.11.12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의 ‘막말 본능’은 재임 당시 자신의 군 최고 참모였던 마크 밀리 미군 합참의장도 겨냥했다.

트럼프는 9월 22일 SNS에서 “옛날 같으면 사형감”이라며 밀리를 저격했다. 밀리가 지난 대선을 전후해 중국 측과 두 차례 통화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밀리는 대선 나흘 전인 2020년 10월 30일과,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 직후인 2021년 1월 8일 리쭤청 당시 중국군 총참모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가 중국 공격을 벌일 가능성을 우려한 때문으로 알려졌다.

두 차례의 통화에서 밀리는 미국은 중국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며, 공격할 경우 사전에 통고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내용은 워싱턴포스트(WP)의 밥 우드워드와 로버트 코스타 기자가 함께 쓴 저서 ‘위기(Peril)’에 담겼다.

이후 트럼프는 밀리를 “사형에 처해야 할 배신자”라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막말은 대상을 가리지 않았다.

9월 중순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가 거론됐을 때는 “이 불량배들(lowlifes)은 나를 두 번이나 탄핵했고 4차례나 기소했다”고 말했다.

또 자신에 대한 보도 불만을 이유로 NBC 방송과 MSNBC를 ‘국가를 위협하는 반역’이라고 부르면서 당선시 이들 매체의 방송 전파 접근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9월 말 캘리포니아 공화당 행사에서는 범죄 대응 문제와 관련해 “당신이 도둑질하면 상점을 나설 때 총에 맞게 된다”며 “절도, 파괴, 나라를 망치는 것에 대해서는 보복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독재자 연상시키는 트럼프의 막말…대선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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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클레어몬트 유세장에서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2023.11.12 AP 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클레어몬트 유세장에서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2023.11.12 AP 연합뉴스
트럼프의 이런 막말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독재 정권의 특징인 강경 통치 방식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고 AP통신은 짚었다.

절도범에 대한 총격 발언의 경우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을 연상시킨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지난 11일 트럼프의 ‘해충’ 언급도 독재자의 언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티머시 나프탈리 컬럼비아대 국제관계 부문 선임 연구원은 WP에 “그 언어는 독재자들이 공포를 심기 위해 쓰는 것”이라며 “반대 세력을 비인간화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안정적으로 참여할 그들의 헌법적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대의 역사학자 루스 벤-기아트 역시 “사람을 ‘해충’이라고 부르는 것은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사람들을 비인간화하고, 추종자들의 폭력 행사를 조장하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단 트럼프의 막말이 공화당의 후보 경선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공화당 전략가인 알렉스 코턴트는 “트럼프가 말하는 어떤 것도 자신의 지지 기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없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이를 진정성과 애정의 신호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본선에서는 상황이 다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코턴트는 트럼프의 막말이 “사람들을 기분 나쁘게 만들고 무당층 지지자들을 잃을 수도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공화당 전략가 짐 메릴의 경우 트럼프의 막말이 여성과 도시 주변지역 유권자 등 중도층의 심기를 건드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 여론조사에서 정치 폭력 증가에 트럼프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는 답이 72%로 나타났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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