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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충돌 피하고, 연료 아끼고… 조선 빅3 ‘바다 위 테슬라’에 올인

스스로 충돌 피하고, 연료 아끼고… 조선 빅3 ‘바다 위 테슬라’에 올인

이제훈 기자
이제훈 기자
입력 2023-10-09 23:54
업데이트 2023-10-09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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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운항선박 표준화 경쟁 치열

한화오션, 전용 시험선 수시 테스트
‘원격 관제’ 디지털 시스템도 구축

HD현대, 세계 최초 2단계 상용화
‘딥러닝 기반’ 돌발상황 대처 가능

삼성중공업, 남중국해서 기술 실증
회피 경로 등 고난도 테스트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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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보기술(IT)의 획기적 발전에 따라 조선업계에서는 자율운항선박이 전 세계 조선업계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바다 위의 테슬라를 만들기 위한 업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달 15일 경기 시흥의 한화오션 중앙연구원에 있는 자율운항 관제센터에서 한화오션 직원이 자율운항 전용 시험선인 ‘한비’를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설비를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모습.  한화오션 제공
최근 정보기술(IT)의 획기적 발전에 따라 조선업계에서는 자율운항선박이 전 세계 조선업계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바다 위의 테슬라를 만들기 위한 업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달 15일 경기 시흥의 한화오션 중앙연구원에 있는 자율운항 관제센터에서 한화오션 직원이 자율운항 전용 시험선인 ‘한비’를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설비를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모습.
한화오션 제공
지난달 15일 경기 시흥의 한화오션 중앙연구원에 있는 자율운항 관제센터. 이곳에서 한화오션의 자율운항 전용 시험선인 ‘한비’(Han-V)를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설비를 둘러볼 수 있었다.

정면에 있는 대형 화면에는 선박에서 바라본 바다 전경이 실제 모습처럼 펼쳐졌다. 옆에는 방향과 엔진 rpm 등 선박을 제어하기 위한 수치들이 빼곡히 스크린에 나타났다.

마치 비행기 조종석과 같은 모습이었는데 테스트 녹화 영상을 틀자 멀리서 다가오는 선박을 따라 노란색 박스가 증강현실로 나타나며 충돌 위험도, 가장 가까워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 등 정보가 실시간으로 스크린에 나타났다. 위험도에 따라 박스의 색깔도 흰색, 노란색 등으로 바뀌었다. 화면 한쪽에는 수집된 기상예보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안전하고 연료 사용도 적은 최적화 항로가 표시됐다. 충돌 가능성이 있는 선박이 발견되자 이를 우회해 다시 항로로 복귀하는 안전운항 솔루션도 시연됐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자율운항 전용 시험선이 있어서 필요할 때마다 테스트할 수 있고 원격 관제가 가능한 디지털트윈 기반의 시스템이 구축된 점이 경쟁사와의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9일 업계 등에 따르면 세계 1위 산업으로 국내 효자업종으로 불리는 조선·해운 업계에서는 최근 정보기술(IT)의 획기적 발전에 따라 자율운항선박을 만들어 내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자율운항선박이 전 세계 조선업계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테슬라가 자동차 업계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면 자율운항선박은 조선업계에서 바다 위의 ‘테슬라’가 되는 셈이다.

자율운항선박의 정의는 발표하는 기관마다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선박 스스로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제어해 운항하는 기술이라는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에서 자율운항선박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으며 사람의 개입이 없거나 최소화해 운항하는 선박으로 정의하고 있다. IMO는 우선 자율운항선박을 4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기초적인 1단계는 선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정도의 수준이며 2단계는 모든 선박을 원격으로 제어하는 단계로 선원이 승선해 비상운항 상황 시 즉시 개입할 수 있는 단계를 말한다. 3단계는 선원 승선 없이 선박을 원격으로 제어해 장애 예측 및 진단이 자동화되는 수준을 말한다. 4단계의 경우는 완전 자율운항을 뜻한다.

정부는 자율운항선박의 운항 방식이 선원에서 자율운항 시스템이 적용된 것으로 발전하는 한편 정비는 선원에 의한 검사와 정비에서 시스템 진단 및 원격 정비, 운항 해역은 대양에서 연안, 항내 등으로 변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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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보기술(IT)의 획기적 발전에 따라 조선업계에서는 자율운항선박이 전 세계 조선업계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바다 위의 테슬라를 만들기 위한 업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6월 HD현대의 자회사인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기술이 적용된 18만㎥급 LNG 운반선 ‘프리즘 커리지’호의 모습.  HD현대 제공
최근 정보기술(IT)의 획기적 발전에 따라 조선업계에서는 자율운항선박이 전 세계 조선업계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바다 위의 테슬라를 만들기 위한 업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6월 HD현대의 자회사인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기술이 적용된 18만㎥급 LNG 운반선 ‘프리즘 커리지’호의 모습.
HD현대 제공
실제로 지난해 6월 HD현대의 자율운항 전문회사 아비커스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자율운항 기술을 통한 대형 선박의 대양 횡단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SK해운과 장금상선 등 국내 선사 2곳으로부터 대형 선박의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 2.0’을 수주해 세계 최초로 2단계 자율운항 솔루션을 상용화했다.

하이나스 2.0은 딥러닝 기반의 상황 인지 및 판단을 통해 속도제어와 충돌회피 등 다양한 돌발 상황에 선박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축적된 실운항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운항 경로를 생성하고 자율적으로 엔진 출력을 제어해 연료 소모를 최소화한다.

삼성중공업도 지난 7월 경남 거제 조선소에서 건조한 1만 5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대형 컨테이너선에 독자 개발한 원격자율운항시스템(SAS)과 스마트십 시스템을 탑재해 거제~제주도~대만 가오슝항을 잇는 약 1500㎞의 항로를 운항하며 자율운항기술 실증을 진행했다. 국내 조선사가 남중국에서 자율운항 기술을 이용해 항해한 것은 처음으로 남중국해는 대형 선박의 운항이 빈번한 곳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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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보기술(IT)의 획기적 발전에 따라 조선업계에서는 자율운항선박이 전 세계 조선업계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바다 위의 테슬라를 만들기 위한 업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지난 7월 경남 거제 조선소에서 건조한 대형 컨테이너선이 원격 자율운항 시스템에 의해 항해하는 것을 선원들이 지켜보고 있다. 삼성중공업 제공
최근 정보기술(IT)의 획기적 발전에 따라 조선업계에서는 자율운항선박이 전 세계 조선업계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바다 위의 테슬라를 만들기 위한 업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지난 7월 경남 거제 조선소에서 건조한 대형 컨테이너선이 원격 자율운항 시스템에 의해 항해하는 것을 선원들이 지켜보고 있다.
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중공업은 자율운항 시스템이 선박의 정면·측면에서 물체가 접근할 때 안전한 회피 경로를 정확히 제시하는 등 난도 높은 테스트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했다. 해당 자율운항 시스템이 채택한 항로는 숙련된 항해사가 결정한 회피 경로와 90% 이상 일치했다고 했다.

자율운항선박 시대가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제적으로 자율운항선박의 표준은 완성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표준화 기술을 확보하려는 국가와 기업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정부도 자율운항선박 운항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여러 규제를 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예를 들어 운항 주체의 정의라든지 최소 승무 정원 기준 등을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원격운항센터의 정의나 설계 요건, 자율운항 시스템 인증 기준 등도 모두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마치 미국에서 테슬라가 완전 자율운행에 제한을 두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기에 사이버보안 체계 구축이나 선박교통관제 체계 재정립 등도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이 때문에 4단계인 완전 자율운항선박이 단기간에 도입되긴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제훈 전문기자
2023-10-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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