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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장기 공백’ 현실로…재판 지연 심화 우려

대법원장 ‘장기 공백’ 현실로…재판 지연 심화 우려

강윤혁 기자
강윤혁 기자
입력 2023-10-06 17:39
업데이트 2023-10-0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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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용 국회 인준 부결…‘재판 지연’ 국민 피해 우려
법관들, 착잡한 심정…사법부 권위 실추 신뢰 저해도
“인사·행정권자 없는 것 상상 못 해…권한대행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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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용 “빨리 훌륭한 분 오셔서 사법부 안정 찾길”
이균용 “빨리 훌륭한 분 오셔서 사법부 안정 찾길”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6일 서울 서초구 청문회 준비팀 사무실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 표결이 6일 부결되면서 사법부 수장 공백에 따른 재판 지연 등 사법부 전반에 걸친 기능 마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여야가 인사를 둘러싼 극한 대립을 벌이는 가운데 대통령실마저 통합 역할을 해내지 못하면서 국민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날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서 대법원은 1987년 현행 헌법 이후 세 번째 대법원장 공백 상황을 맞게 됐다. 1988년 6월 김용철 전 대법원장이 ‘2차 사법파동’으로 물러나면서 이정우 대법관이 16일간 권한을 대행했고, 1993년에는 김덕주 전 대법원장이 부동산 투기 문제로 물러나면서 최재호 대법관이 14일간 대법원장의 권한을 대행했다.

현재 권한대행을 맡은 안철상 선임대법관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4일 임기를 만료하면서 12일째 권한을 대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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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 부결…35년 만에 처음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 부결…35년 만에 처음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6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이는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 낙마 이후 두 번째 사례로, 35년 만의 대법원장 공백 사태를 맞게 됐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연합뉴스
일선 법관들도 국회 인준 부결에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어느 정도 예견했지만 처참한 마음”이라며 “가장 정치적이지 않아야 할 기관의 장을 임명하는 일이 정치적 상황 때문에 지연되고 있어서 안타깝다”고 했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법원 구성원으로서 엄청나게 충격적이고 당혹스럽다”며 “정치가 사법을 덮는다는 생각이 든다. 사법부로선 수치스러운 날”이라고 했다.

판사들은 대법원장이 공석이 길어지면서 재판 지연을 비롯한 사법부 전반에 걸친 기능 마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법원장의 헌법상 권한인 대법관 제청과 법관 임명뿐 아니라 법원조직법상 권한인 전원합의체 재판장과 판사 보직권 등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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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 부결…35년 만에 처음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 부결…35년 만에 처음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6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이는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 낙마 이후 두 번째 사례로, 35년 만의 대법원장 공백 사태를 맞게 됐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3.10.6
특히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이 내년 1월 1일 퇴임하는 만큼 연말까지도 대통령실과 여야 간 인사 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법원 소부 재판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고등법원 판사는 “신임 대법관 인선이 제때 되지 않으면 상당히 큰 문제”라며 “대법원에 가뜩이나 사건이 많은데 적체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법관 정기 인사도 통상 11~12월부터 준비가 시작되어야 하는데 결정권자가 없는 상황에서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며 “인사 대상자들도 불안해하면서 본인들 업무에 집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사법부의 권위가 실추되는 상황에서 국민의 재판에 대한 신뢰가 저해되고, 사법부가 정치적 공격 대상으로 노출되는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도 나온다.

지방의 한 부장판사는 “착잡하다는 표현이 딱 맞는 거 같다. 인사·행정권자가 없는 것은 상상해본 적이 없는 일”이라며 “권한대행 체제로 간다고 하더라도 그 전에 없던 상황을 법률 해석을 해가면서 끌어가야 하는 거니까 조심스럽고 걱정되는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강윤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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