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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의 세상은 안녕하십니까… 우리 사회 깊이 찌른 ‘자본3’

플랫폼의 세상은 안녕하십니까… 우리 사회 깊이 찌른 ‘자본3’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3-09-30 22:53
업데이트 2023-09-3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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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3 : 플랫폼과 데이터’ 출연진이 공연 후 인사하고 있다. 류재민 기자
‘자본3 : 플랫폼과 데이터’ 출연진이 공연 후 인사하고 있다. 류재민 기자
스마트폰 없이 사회가 돌아갈 수 있을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화면 안에 갇힌 세상에서 벗어나 살기란 결코 만만치 않은 문제다. 세상이 그곳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으니 먹고 살려면 보기 싫더라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8~24일 서울 종로구 연우소극장에서 선보인 ‘자본3 : 플랫폼과 데이터’는 스마트폰에 갇힌 우리 사회의 지금을 깊이 찌른 작품이다. 실험적이고 난해한 연극이 쏟아지는 세상이지만 ‘자본3’는 사회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로서의 역할을 함으로써 오늘날의 관객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연극의 사명에 충실한 작품이다.

고등학생 3학년인 늘찬은 배달앱 기사로 활동하는 청소년이다. 마이스터고 출신인 그는 마이스터고 설립 취지와 다르게 불투명한 미래에 불안해하며 쉽게 뛰어들 수 있는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철저하게 플랫폼에 갇힌 노동자가 된다. 시시각각 쫓기는 늘찬은 배달 기사의 자율성을 주장하지만 실은 데이터로 기사들의 피를 메마르게 하는 배달 플랫폼 회사의 민낯을 낱낱이 드러낸다.

늘찬이 살아가는 세계 주변으로 라이더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앞장서는 리키와 취재 기자인 소은이 있다. 소은은 배달 라이더들이 고통받는 현실을 폭로하고자 하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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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찬(앞)은 일상에서 늘 볼 수 있는 배달 기사이고 리키(뒤)는 라이더들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인물이다. 드림플레이 테제21 제공
늘찬(앞)은 일상에서 늘 볼 수 있는 배달 기사이고 리키(뒤)는 라이더들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인물이다. 드림플레이 테제21 제공
반대편에는 플랫폼 기업 창업자인 마틴 유와 마틴을 활용해 언론사를 띄우고 싶은 소은의 상사 마국장이 있다. 이들과 같은 장면에 등장하는 애니는 인공지능 프로그래머로서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어릴 적 사진이 빅데이터로 활용되고 있음을 알고 정보 불균형과 기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인물이다.

마틴이 세운 ‘아우토반 바이오시티’는 혁신적 기업으로 주목받으면서도 자신의 플랫폼에 종속된 노동자들의 희생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가상의 기업 이야기지만 노동자 대신 파트너라는 이름으로 교묘하게 책임관계를 바꾸고, 절규하는 유가족의 외침을 외면하는 혁신 기업들을 지목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사람이 아닌 숫자에만 갇힌 이들이 만드는 세상의 온도는 한없이 차갑기만 하다.

‘자본3’는 ‘당근’, ‘유튜브’, ‘카카오택시’, ‘배달의민족’, ‘쿠팡’ 등 일상으로 자리 잡은 다양한 플랫폼을 언급하며 현실과의 거리감을 좁힌다. 산업재해가 많은 플랫폼 기업의 이름도 언급하며 노동자가 죽어가지만 아랑곳 않고 잘 나가는 혁신 기업들의 실태도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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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는 폭주하는 기술 사회에서 인간성에 대한 고민을 던지며 작품 전체의 핵심 주제를 의미 있게 전달하는 인물이다. 드림플레이 테제21 제공
애니는 폭주하는 기술 사회에서 인간성에 대한 고민을 던지며 작품 전체의 핵심 주제를 의미 있게 전달하는 인물이다. 드림플레이 테제21 제공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결국 인간에 대한 배려가 없이는 괴물을 낳을 뿐이다. ‘자본3’는 플랫폼에 대해 논의하면서 기술 발전과 윤리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인공지능의 커튼을 걷으면 사람이 있다”는 애니의 대사는 기술의 가면 아래 살아가는 사람들을 돌아보게 하는 한편 지금의 사회에 필요한 인간성에 대해 질문한다.

특별한 무대 전환 없는 소극장 연극이지만 알차게 채운 무대장치와 현실을 탄탄하게 녹여낸 서사가 작품의 규모 그 이상의 무엇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연극 하나 만든다고 거대 플랫폼이 금방 착해지거나 쉽게 달라지지는 않을 세상이겠으나 ‘자본3’는 그럼에도 우리가 플랫폼 사회에서 가져야 하는 인간적인 태도에 대해 깊은 울림을 전한다.

이번이 세 번째 작품인 ‘자본’ 시리즈는 자본주의 사회가 숨기고 싶은 이면을 들춘 연극으로 호평받았다. 김재엽 연출은 ‘자본3’에 대해 “혁신의 감언이설에 휩쓸려 다니는 플랫폼 노동자(라이더)의 현실을 들여다보며 스마트폰을 통해 일상적으로 데이터 노동을 제공하는 초연결사회에서 자본과 노동의 관계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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