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하오츠 항저우] ‘스마트 아시안게임’ 구호와 현실 사이

[하오츠 항저우] ‘스마트 아시안게임’ 구호와 현실 사이

장형우 기자
장형우 기자
입력 2023-09-25 16:06
업데이트 2023-09-25 16:0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9월 말이지만 위도 30도인 중국 항저우는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길 정도로 덥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이 개막한 지난 23일까지 꾸준히 비가 내렸고, 개막식이 진행됐던 저녁에는 거짓말처럼 비가 뚝 그쳤다. 개막 다음날부터는 다시 무더위가 시작됐다. 그리고 우리가 알던 중국의 뿌연 하늘로 돌아왔다.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한국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 기자가 중국의 인공강우를 떠올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오염으로 악명 높은 대기를 정화하겠다며 비를 만들어 뿌렸다. 이를 역으로 이용하면 비가 오지 않게 할 수도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때 인공강우 기술로 날씨를 조절했다. 이를 두고 한 기자는 “대륙은 음모론 없이 설명도 이해도 되지 않는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중국이 이번 대회를 통해 아시아와 세계에 대고 외치는 것은 ‘스마트 차이나’다. 개막식에선 최첨단 정보기술을 동원해 대형 성화 주자를 띄우고 디지털 불꽃놀이를 했다. 알리바바의 창업주 마윈의 고향인 항저우에선 알리페이의 사용이 보편화돼 현금도 카드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경기장과 선수촌 곳곳엔 무인 자율주행 셔틀이 돌아다니고 공유자전거가 배치돼 있다. 미디어빌리지, 선수촌, 경기장을 비롯해 도시 곳곳에 박혀 있는 QR코드를 스캔해 보면 갖가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스마트한 문물들이 실제 수요자인 외국인들에게 별다른 효용이 없다는 게 문제다. 무인 자율주행 셔틀은 주로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곳만 돈다. 알리페이를 쓰기 위해선 앱을 설치하고 기존에 사용하던 신용카드와 연결해야 한다. 대단할 것도 없긴 하지만 개인정보가 어떻게 되는 건 아닌지 찝찝한 기분이 든다.

QR코드를 찍어 보면 금방 알 수는 있지만 아시아 곳곳에서 온 기자들은 길을 찾을 때 항상 두리번거리며 자원봉사자부터 찾는다. 스마트기기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는 모두 중국어와 영어로만 돼 있기 때문이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건 자원봉사자도 마찬가지지만 이들은 어떻게든 길을 알려 주고 부탁을 들어준다. 스마트한 문물보다는 자원봉사자들 때문에 중국에 대한 호감이 생겼다는 기자가 많다.
이미지 확대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있는 항저우의 미디어빌리지에 설치된 아시아 각 나라의 인삿말이 새겨진 조형물.
이런 공급과 수요의 부조화를 푸는 방법은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 중심으로의 관점 전환이다. 정보들을 아시아인들이 각 나라에서 쓰는 언어로 바꿔 주기만 하면 스마트 아시안게임의 홍보 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다. 그러나 자원봉사자들 때문인지 관점을 바꿀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글 사진 항저우 장형우 기자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