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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고금리·물가 신음 중인데…‘부채 200조’ 한전, 시중 반값 금리로 사내대출 빈축

국민 고금리·물가 신음 중인데…‘부채 200조’ 한전, 시중 반값 금리로 사내대출 빈축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3-09-20 18:21
업데이트 2023-09-2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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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산하기관 주택자금 사내대출 현황 자료 공개

시중금리 5.2%… 한전 직원은 2.5%
작년말 기재부, 한전에 시정 명령
한전 “하반기부터 시중금리 적용 중”
재정난에 전기요금 인상 요청 속 빈축
석유공사·지역난방공사도 2%대 금리
“대출금리 노사협의중…아직은 유지”
3개 기관 모두 평균 연봉 8000만원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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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달 전기 사용량이 여름 최대치를 기록해 가정, 소상공인 전기요금도 껑충 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전력거래소를 통해 거래된 전력량은 5만 천여 기가와트로 집계됐다. 이는 7-8월 역대 최대 규모다. 사진은 4일 서울의 한 오피스텔 가정에 배달된 전기요금 고지서 모습. 2023.09.04.  뉴시스
기록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달 전기 사용량이 여름 최대치를 기록해 가정, 소상공인 전기요금도 껑충 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전력거래소를 통해 거래된 전력량은 5만 천여 기가와트로 집계됐다. 이는 7-8월 역대 최대 규모다. 사진은 4일 서울의 한 오피스텔 가정에 배달된 전기요금 고지서 모습. 2023.09.04. 뉴시스
200조원의 부채와 47조원의 누적 적자라는 심각한 재무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전력공사가 직원들에게 시중의 절반 밖에 안 되는 금리로 주택자금 사내대출을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경영 위기 타개를 위해 국민들에게는 전기요금 인상을 요청하면서 정작 직원들은 고금리를 피해 ‘특혜 금리’를 받는 등 후한 곳간 인심에 빈축을 사고 있다. 한전뿐만 아니라 한국석유공사와 한국지역난방공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기관들의 1인당 평균 직원 연봉은 모두 8000만원이 넘는다.

에너지공기업 ‘반값 대출금리’ 눈살
한전 직원 상반기만 219억 대출 특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의 주택자금 사내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한전이 올해 1~6월 252명의 직원에게 219억원의 주택자금을 대출해줬다고 밝혔다.

한전의 올해 상반기 사내대출 금리는 2.50%였다. 시중 금리(한국은행 기준) 5.21%의 절반도 안 되는 금리로 ‘특혜 대출’을 해줬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 직원들(임원 제외)의 올해 평균 연봉은 8024만원이다. 국민들이 고금리와 고물가에 시름할 때 한전 직원들은 사내 복지 혜택을 이용해 대출 이자 부담을 덜고 있었던 셈이다.

대출을 받은 한전 직원들이 올해 누린 혜택 액수는 1억 1200만원에 달한다고 권 의원은 지적했다.

앞서 한전은 지난해 기획재정부로부터 시정 명령 조치를 받았다. 그러나 한전 노사간 협의 과정에서 올해 상반기까지는 그대로 기존 직원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하반기부터 시중금리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한전 측은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기재부의 시정 명령에 따라 노조와 협의를 거쳐 올해 하반기부터는 사내대출 금리를 시중 금리(변동 금리)에 맞춰 시행하고 있다”면서 “최근 사내대출 금리는 4.80%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김동철 신임 한전 사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최근 국제유가와 환율이 다시 급등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정상화는 더더욱 반드시 필요하다”며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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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추가인상 가능성
전기료 추가인상 가능성 총부채 200조원 넘긴 한국전력의 재무 위기 상황이 이어짐에 따라 정부가 추가 전기요금 인상을 용인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전기요금의 일정 수준 인상 필요성을 인지한 가운데 전문가들도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사진은 11일 서울시내 주택가 외벽에 부착된 전력량계. 2023.9.11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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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고공행진
국제유가 고공행진 지난 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9월 첫째 주(3∼7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주보다 5.0원 상승한 1천750.0원을 기록했다. 경유 판매가격은 전주보다 10.6원 상승한 1천640.6원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10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모습. 2023.9.10 연합뉴스
지역난방공사 2.6%, 석유공사 2.9%

“자구 노력 않고 시중금리보다 싼 이자
과도한 혜택, 국민 눈높이 맞게 고쳐야”

다른 에너지 공기업도 2%대로 시중 금리보다 저렴하게 직원들에게 대출해줬다.

한국석유공사는 올 상반기 17명의 직원에게 시중금리보다 2.36% 포인트 낮은 2.85%로 주택자금을 빌려줬다. 이들에게 빌려준 대출 총액은 22억 7000만원이었다. 석유공사 직원 1인당 올해 평균 연봉은 한전보다 더 높은 8942만원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기재부로부터 대출금리 규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받아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면서 “현재 노사간 안건 협의 중인데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현행대로 대출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지역난방공사도 시중금리보다 2.57% 포인트 낮은 2.64%로 올해 상반기 직원 30명에게 48억 8600만원을 대출해줬다. 지역난방공사 직원 1인당 올해 평균 연봉은 8093만원이다.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한전처럼 우리도 기재부의 공공기관 혁신에 대한 지침과 가이드라인 적용대상이라 대출 규정을 놓고 노사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한전 등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 에너지 공기업은 자구 노력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시중금리보다 싼 이자로 주택자금 대출을 빌려주는 등 과도한 혜택 역시 국민 눈높이에 맞게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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