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그럴 거면 청와대 오지 마”…월성 1호기 폐쇄, 수정 방안 보고하자

“그럴 거면 청와대 오지 마”…월성 1호기 폐쇄, 수정 방안 보고하자

이천열 기자
이천열 기자
입력 2023-09-19 14:19
업데이트 2023-09-19 14:2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그럴 거면 청와대 오지 말라.”

산업부 공무원이 월성 원전 1호기를 조기 폐쇄하려면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먼저 수정해야 한다고 건의하자 채희봉(55)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이 이같이 질책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19일 대전지법 형사11부(재판장 최석진) 심리로 열린 채 전 비서관 등에 대한 공판에서 사건 당시 산업부 과장급 공무원 A씨는 “채 비서관이 ‘에기본’ 수정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이런 말을 했다는데 맞느냐”고 검사가 묻자 “맞다. 부정적인 의견을 강하게 표시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한국수력원자력은 배임 부담이 있어 자체 의사 결정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에서 근거나 명분을 만들어 한수원에 명확한 행정지도를 해주길 원했다”면서 “실무자로서는 에기본 우선 수정이 일을 추진하기 편했기 때문에 요구했지만 이런 질책을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앞서 A씨의 상관인 B 국장도 “에기본 변경 보고서를 청와대 에너지전환 TF에 보고했지만 채 비서관이 거부감을 보였다”고 했었다.

당시 한수원은 법적 근거 없이 자발적으로 월성 원전 조기 폐쇄 의향을 제출할 경우 경영진과 한수원 이사들에게 법적 책임이 제기될까 봐 우려했다.

이에 산업부가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월성 1호기를 불확실 설비로 반영해 자발적으로 조기 폐쇄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상위 계획인 2차 에기본(2035년까지 원전 비중 29%로 줄이는 2014년도 계획)과 충돌돼 에기본 우선 수정을 보고했지만 청와대가 반대해 에너지 로드맵(탈원전)으로 전환,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조기 폐쇄로 한수원에 입힌 손해가 1481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미지 확대
대전지법 및 고법.
대전지법 및 고법. 이천열 기자
채 전 비서관과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은 월성 원전 지속 가동이 한수원에 더 이익인 걸 알면서도 정부의 국정과제를 신속히 추진한다는 목표로 한수원에 조기 폐쇄 의향을 담은 설비현황조사표를 제출하도록 하고, 경제성 평가에 부당 개입한 혐의(직원남용, 업무방해, 배임 등)로 1심 재판을 받는 중이다. 정재훈 전 한수원 사장도 배임·업무방해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월성 1호 조기 폐쇄는 2018년 4월 초 문재인 대통령이 ‘1호기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하느냐”고 청와대 참모들에게 물은 뒤 김 전 비서관, 채 전 비서관, 백 전 장관, 산업부 공무원과 한수원 등으로 이어지며 전격 진행됐고, 이를 위해 170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낮춘 경제성 조작도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부 간부 공무원 3명은 밤에 몰래 사무실에 들어가 관련 자료 530건을 삭제했다가 기소됐다.

다음 재판은 오는 26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대전 이천열 기자

많이 본 뉴스

‘금융투자소득세’ 당신의 생각은?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의 투자로 5000만원 이상의 이익을 실현했을 때 초과분에 한해 20%의 금투세와 2%의 지방소득세를, 3억원 이상은 초과분의 25% 금투세와 2.5%의 지방소득세를 내는 것이 골자입니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제도 도입과 유예,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일정 기간 유예해야 한다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